젠슨 황, SK 등 주요 기업과 연쇄 회동…삼성만 ‘조용’
특히 SK에 대규모 선물 보따리…‘삼성보다 SK’ 우려↑
황 CEO, 전영현과도 만남…차세대 HBM 협력 논의
삼성 파운드리와도 협업 가속…핵심 파트너 도약 포부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9일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출국하며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가 4박 5일 간 방한 일정을 마무리하고 출국했다. 황 CEO는 SK, 현대자동차, LG, 두산, 네이버 등 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과 연쇄 회동하며, AI 인프라, 피지컬 AI, 로봇 등 AI 생태계 전반에 걸쳐 비즈니스 기회를 선물했다. 특히 오랜 기간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어 온 SK는 엔비디아의 ‘AI 인프라 파트너’로 격상되는 선물을 얻었다.
반면 이번 황 CEO 방한 기간 내내 삼성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엔비디아가 삼성보다 SK와의 파트너십을 더 중시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황 CEO가 한국에서의 마지막 공식 일정으로, 전영현 삼성전자 DS 부문장(부회장)과 전격 회동하면서 우려를 단숨에 불식시켰다. 삼성은 엔비디아와 7세대 HBM(고대역폭메모리) ‘HBM4E’, 8세대 HBM ‘HBM5’ 등 첨단 AI 메모리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황 CEO는 9일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출국했다.
출국 전 취재진과 만난 황 CEO는 “(이번 방한 기간 동안) 발표한 내용들로 인해 매우 흥분된다”며 “한국과 함께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것에 강한 동기 부여와 설렘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에는 로봇 공학과 AI 인프라 분야에 정말 큰 기회가 있다”며 “한국 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해외 사업을 확장할 기회도 크다”고 덧붙였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이 6월 8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SK>
지난 5일 한국을 찾은 황 CEO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 등 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과 연쇄 회동하며, AI 협력 기반을 다졌다.
특히 엔비디아는 SK와의 밀월을 더 강화하기로 했다. 엔비디아는 SK그룹과의 관계를 단순한 AI 반도체 협력사에서 AI 인프라 파트너로 격상하고, ‘AI 팩토리’ 구축을 위한 차세대 메모리 공동 개발 등 첨단 기술 동맹을 공고히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 최 회장은 8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미디어 브리핑에서 “그동안 SK와 엔비디아의 협력은 주로 메모리 협력이었으나, 지금부터 SK그룹 차원으로 협력 범위를 더 늘릴 것이다”며 “미래 AI 팩토리를 엔비디아와 함께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AI 팩토리는 SK하이닉스 팹을 포함한 AI 데이터센터를 총칭하는 말이다”며 “엔비디아와 R&D(연구개발) 로드맵을 만들고 공유해서 미래 AI 수요에 더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협력을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황 CEO도 “현재 전 세계적으로 더 많은 AI 팩토리를 원하는 엄청난 수요를 목격하고 있고, 관련 사업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며 “이것이 (SK와) 이번 파트너십을 맺은 이유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이제 막 AI 인프라 구축의 시작 단계에 있고, 미래는 대단히 밝다”며 “SK와의 대규모 파트너십은 다년 계약, 다중 플랫폼, 다중 기술을 아우르는 최초의 협력 모델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AI 팩토리는 차세대 산업 혁명의 엔진이고, 첨단 메모리는 그 성능의 핵심이다”며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의 AI 컴퓨팅 플랫폼을 위한 첨단 메모리 기술 제공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해 온 뛰어난 파트너로, AI 팩토리용 차세대 메모리를 공동 개발하고 프론티어 모델 학습부터 에이전틱 AI와 피지컬 AI까지 글로벌 AI 인프라 확장 가속화를 함께 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오른쪽)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6월 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깐부치킨 삼성점에서 치맥 회동을 하던 중 외부로 나와 치킨과 과자를 나눠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실상 SK하이닉스가 명실상부 엔비디아의 AI 칩 파트너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또 다른 메모리 제조사인 삼성전자의 입지와 관련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황 CEO의 방한 기간 동안 삼성은 다른 기업들과 달리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은 황 CEO와 서울 홍대 ‘삼소 회동’, 종로 ‘평냉(평양냉면) 회동’, 삼성동 ‘깐부 회동’ 등에 참석해 친밀함을 과시했다. 또한 황 CEO는 SK·현대차·LG·네이버 등을 직접 방문해 해당 기업 수장들과 만남도 가졌다. 그러나 삼성은 방문에서 제외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각에선 엔비디아가 삼성보다 타 기업, 특히 SK와의 파트너십을 더 우선시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황 CEO가 한국에서의 마지막 공식 일정에서 전영현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장 부회장과 전격 회동하면서 이같은 우려는 즉각 해소됐다.
황 CEO는 하루 전인 8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엔비디아 ‘코리아 AI 에코시스템’ 행사에 앞서 전 부회장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황 CEO는 전 부회장과 포옹을 하며 친분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은 차세대 HBM 공급 확대, 선단 공정 기반 파운드리 협력 등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회동 후 취재진과 만난 전 부회장은 “황 CEO와 오랫동안 같이 협력해 왔는데, 오늘 가장 좋은 얘기를 나눈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부터 HBM4E와 HBM5 등 첨단 AI 메모리 분야에서 장기적인 협력을 (추진하기로) 많이 얘기했다”며 “단기적으로는 올해부터 6세대 HBM ‘HBM4’, SOCAMM(소캠)을 충분히 공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왼쪽)와 전영현 삼성전자 DS 부문장 부회장이 6월 8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만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삼성전자는 HBM 역량을 대폭 끌어올리며 경쟁 우위를 갖추는 데 성공한 상태다.
삼성은 올 2월 세계 최초로 HBM4를 양산 출하했다. 1c(10나노급 6세대) D램과 4나노 파운드리 공정을 동시에 적용한 삼성 HBM4는 지난해 말 최종 인증 단계인 SiP(시스템인패키지) 테스트에서 업계 최고 수준인 11.7Gbps 속도를 입증한 바 있다.
이뿐만 아니다. 지난달 29일엔 업계 최고 성능의 HBM4E 12단 제품 샘플을 글로벌 고객사에 세계 최초로 출하했다. 설계 및 공정 최적화를 통해 독보적인 성능을 확보한 삼성 HBM4E의 핀당 동작 속도는 14Gbps에서 최대 16Gbps까지 지원한다. 이는 이전 세대 HBM4 대비 20% 이상 향상된 수치다.
삼성전자는 이번 HBM4E 샘플 공급을 시작으로 향후 고객사 일정에 맞춰 양산 공급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HBM4E 샘플 공급은 단순한 제품 라인업 확대를 넘어, 향후 수년 간 폭발적으로 성장할 글로벌 AI 인프라 시장에서 삼성의 독보적인 공급 역량과 기술적 우위를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삼성은 지난 2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6’에 마련된 삼성디스플레이 전시 부스에서 HBM5 목업(실물 모형)을 처음 공개했다.
이 자리에서 삼성전자는 HBM5에 적용될 핵심 열관리 기술 ‘HPB(Heat Path Block)’ 구조를 소개했다. HPB는 AI 메모리의 성능을 높이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발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로, 다이와 다이 사이의 물리적 표면에서 발생하는 열을 보다 효율적으로 분산·방출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삼성은 향후 HBM5부터 HPB를 본격 적용해 성능과 안정성을 더욱 고도화할 계획이다.
아울러 삼성 HBM5에 1c(10나노급 6세대) D램과 최선단 2나노 파운드리 공정을 선제적으로 적용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이런 와중에 전 부회장이 황 CEO 출국 전날 회동하면서, 삼성전자와 엔비디아 간 차세대 HBM 공급 협력도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 ‘HBM4E’ 12단 제품. <사진=삼성전자>
엔비디아와 삼성 파운드리와의 파트너십도 재확인됐다. 전 부회장은 “4나노와 8나노에서 필요한 자율주행 칩과 엔비디아의 액셀러레이터 칩인 ‘그록(Groq)’ 칩에서 협력하고 있다”며 “그 다음 세대의 협력도 같이 논의하고 있다”고 답했다.
최근 황 CEO가 차세대 AI 반도체 ‘베라 루빈’에 들어갈 ‘그록(Groq)3’ LPU(언어처리장치)를 삼성에서 제조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이목이 집중됐는데, 이번에 전 부회장이 이를 공식적으로 재확인한 것이다.
이처럼 삼성은 HBM4E, HBM5 등 차세대 AI 메모리와 선단 공정 기반 파운드리에서 엔비디아와 긴밀한 협력을 이뤄내, SK 못지않은 핵심 파트너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전 부회장은 앞서 황 CEO가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의 가장 큰 메모리 파트너고, 앞으로도 가장 큰 메모리 파트너일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해 “저희는 저희 일을 열심히 할 것이다”며 “나중에 결과로 보여드리겠다”고 강조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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