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통합 노조’ 공식 출범…“4일 만에 2500명 넘게 합류, 단일 과반 가능할까”

시간 입력 2026-08-13 17:45:18 시간 수정 2026-08-13 19:5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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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측, ‘성과급 일부 주식 지급’ 방안 제시
SK하이닉스 직원들 “받아들일 수 없다”
뿔난 직원들, ‘통합 노조’ 설립 추진
전격 출범한 통합노조 “기존 합의 고수”
대의원 결정 구조 아닌 조합원 의사 우선
지역·직군 구분 없는 ‘원팀’ 노조 지향
전 직원 과반 넘는 조합원 확보가 관건

지난해 9월 성과 보상 체계를 파격적으로 개편하며 ‘억대 성과급 시대’를 열었던 SK하이닉스가 1년도 채 되지 않아 성과급 제도를 둘러싼 갈등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최근 사측이 성과급의 일부를 주식으로 지급하고, 성과급 배분 규정 적용 기간을 단축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나선 가운데, 직원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결국 직원들은 신규 노동조합(노조) 설립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번에 만들어지는 노조는 전임직(생산직)과 기술사무직을 아우르는 거대 통합 노조다. 13일 공식 출범한 해당 노조에 SK하이닉스 직원들이 속속 합류하면서, 신생 노조가 강력한 교섭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다만 통합 노조가 단일 과반 노조에 등극할 수 있을지 여부가 최대 관건으로 지목된다.

하이닉스통합노동조합(통합노조)은 이날 오후 7시 기준 조합원 수가 2505명으로 집계됐다고 이날 밝혔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 SK하이닉스 전체 직원 수 3만4549명의 7.3%에 달하는 수치다.

통합노조 홈페이지가 개설된 날이 지난 10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불과 나흘 만에 2500명이 넘는 직원들이 노조에 몰려든 것이다.

SK하이닉스 직원들이 통합노조에 적극적으로 합류하고 있는 것은 성과급 제도와 관련한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 노조가 요구하는 바를 관철시키기 위함이다.

현재 SK하이닉스는 한국노총 산하 이천·청주캠퍼스 전임직 노조와 민주노총 산하 기술사무직 노조 등 복수 노조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들 노조는 각각 별도로 사측과의 임금 및 단체 협약(임단협)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각 산별 노조들이 사측과 제각기 따로 협의하다 보니 노조의 입장을 온전히 요구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실제 SK하이닉스 노사는 지난 11일 6차 임단협 교섭을 시작해 하루 뒤인 12일 새벽까지 협상을 진행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어 12일 오후에 다시 만나 협상을 벌였으나 노사 양측의 입장은 평행선을 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지역·직군별로 쪼개진 노조의 교섭력이 약한 탓이라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통합노조의 출범은 향후 SK하이닉스 노사 교섭의 분위기를 단숨에 바꿀 공산이 크다. 직원들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은 통합노조의 요구에 강력한 힘이 실릴 것이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 청주캠퍼스.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청주캠퍼스. <사진=SK하이닉스>

이때문에 SK하이닉스 직원들은 통합노조 설립에 속도를 내 왔다. 고용노동부(노동부) 성남지청은 SK하이닉스 직원들이 지난 8일 제출한 노조 설립 신고서를 10일 접수했다. 그리고 이날 통합노조 설립을 승인했다.

그간 통합노조 설립 준비에 만전을 기해 온 임시 조직, 통합노조 통합설립TF는 이날 노조 출범을 공식 발표했다. 통합설립TF는 “이날 통합노조가 정식 출범했다”며 “이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노조 활동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공식 출범을 알린 통합노조는 현재 SK하이닉스 내부에서 큰 논란이 되고 있는 성과급 갈등을 해소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통합설립TF는 이달 11일 통합노조 설립 및 운영 방향에 대한 자료를 배포하고, 기존 합의된 성과급 제도를 지켜 내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SK하이닉스 노사는 지난해 9월 매년 영업이익의 10%를 ‘초과이익분배금(PS)’으로 지급하되, 개인별 성과급 산정 금액의 80%는 당해년도에 지급하고 나머지 20%는 2년에 걸쳐 매년 10%씩 지급하는 데 합의했다. PS는 ‘생산성격려금(PI)’과 함께 SK하이닉스의 대표적인 성과급 제도다.

새 기준에 따라 올해 초 SK하이닉스 직원들은 2025년도 PS로 억대 성과급을 수령했다. 지난해 SK하이닉스 영업익은 약 47조2063억원이었다. 이에 영업익의 10%인 4조7206억원이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됐다.

4조7000억원을 웃도는 재원을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직원 수 3만4549명으로 나눠보면, 1인당 약 1억3663만원 수준의 성과급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당해년도에 80%만 지급한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직원 1인당 1억900만원대의 성과급을 손에 쥔 것으로 계산된다.

또 SK하이닉스 노사는 성과급 배분 규정을 10년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매년 반복되는 논란을 원천적으로 제거하고, 장기적으로 노사 간 신뢰를 확보해 직원들이 일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성과 보상 체계를 바꾼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사측이 성과급 제도를 다시 손보자는 뜻을 내비쳤다. 사측은 올해 임단협 교섭에서 성과급 일부를 주식으로 지급하고, 일정 기간 매도를 제한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통합설립TF는 “기존에 합의한 PS 지급 내용과 적용 기간을 재확인할 것이다”며 “성과급의 전부 또는 일부를 현금이 아닌 주식으로 변경해 지급하려는 시도에도 강하게 반대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사측의 제안이 근로자에게 불리한 취업 규칙 변경 등에 해당하는지 살피겠다”며 “근로기준법에 따라 집단적 동의가 필요한지 검토한 후에 적법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사진=SK하이닉스>

비단 성과급 문제뿐만 아니다. 통합노조는 대의원 중심의 결정 구조를 깨고, 전체 조합원의 뜻을 수렴하기로 했다.

통합설립TF는 “(노조의) 중요한 사안을 대의원만이 결정하는 구조가 아니라 모든 조합원이 동일한 1인의 투표권을 갖고 직접 결정하는 노조를 지향한다”고 전했다.

통합노조를 투명하게 운영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통합설립TF는 세부 수치가 명시된 회의록 공개, 외부 회계 감사 의무화 검토, 임단협 개시 지연 시 사유 공개 등의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이같은 운영 방향을 통해 통합노조는 지역·직군을 나누지 않는 ‘원팀(One Team)’ 노조로 도약한다는 구상이다.

통합설립TF는 “이천·청주·분당 등 지역, 전임직·기술사무직 등 직군으로 나뉘는 것이 아니라 전 지역·전 직군을 아우르는 단일 노조를 목표로 한다”며 “한국노총, 민주노총 등 상급 단체에 가입하지 않는 100% 독립 노조를 지향한다”고 못박았다.

업계에서는 이날 공식 출범한 통합노조가 SK하이닉스 내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구축하기 위해, 전체 직원의 과반 이상을 조합원으로 확보하는 데 역점을 둘 것으로 보고 있다.

통합설립TF는 “지역·직군을 넘어 직원들의 의견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단일 과반 노조를 만드는 것이 최우선 목표다”며 “이에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조합원 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좋은 안건이 아무리 많아도 충분한 조직 규모가 없다면 실질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며 “뜻을 함께 하는 직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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