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노 재산 분할 소송, 또 한번 대법원 판단 받게 돼
현금 9440억원 마련 난항…1.3억원 지연 이자 부담
최·노, 재산 분할 비율·산정 액수 등 중점 다툴 듯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재산 분할 파기환송심 판결에 대해 극적으로 상고했다. 이에 9년여의 길었던 법정 다툼은 또한번 대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다.
최 회장이 다시 상고한 것은 약 1조원에 달하는 재산 분할액을 지급하는 방식을 놓고 노 관장과 의견차가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최 회장측은 거액의 현금을 지급해야 하는 부담때문에 일부를 주식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제안했으나, 노 관장측은 전액 현금 지급을 고수했다는 후문이다.
또 판결 확정 다음날부터 매일 발생하는 약 1억3000만원의 지연 이자 부담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최 회장이 재상고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최 회장은 재산 분할 파기환송심 판결에 대한 재상고 기간 마지막 날인 지난 14일 오후 11시 59분께 상고장을 제출했다.
최 회장 법률 대리인은 “최 회장은 여러 사정을 고려해 고심 끝에 상고장을 제출했다”며 “주주들과 그룹 경영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자세로 향후 절차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15일 0시부로 확정될 뻔했던 재산 분할 파기환송심 선고는 효력을 잃고, 다시 한번 대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6월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재산 분할 파기환송심 2차 변론 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당초 최 회장측은 재산 분할 파기환송심 판결을 그대로 받아들일 생각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최 회장은 약 1조원의 현금을 확보하고자 SK㈜ 지분 매각 방안, SK㈜ 주식 담보 대출 방안 등을 심도 있게 고려해 왔다.
그러나 최 회장은 중대한 이유로 SK 주식을 팔기 어려웠다. 최 회장의 SK㈜ 지분이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안정적인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 회장은 올해 상반기 말 기준 SK㈜ 지분 17.9%(1297만5472주)를 소유하고 있다. 최 회장의 SK그룹 지배구조가 취약한 상황에서, 재산 분할 자금 마련을 위해 20%도 채 되지 않은 SK 지분에 손을 댈 경우, 그룹 내 경영권 분쟁이 촉발될 가능성을 배재할 수 없는 실정이다.
결국 SK㈜ 주식 1297만5472주를 활용해 담보 대출을 받는 방안이 대안으로 거론됐다. 지난 14일 한국거래소 종가 기준 SK㈜ 주가는 58만5000원으로, 최 회장의 소유 지분 가치는 7조5907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그룹 지배의 원천인 SK㈜ 지분을 담보로 설정함에 따라 부수적으로 얻게 될 심리적 부담을 우려한 최 회장은 주식 담보 대출 또한 지양키로 했다.
결국 재상고 기간 마지막 날인 지난 14일까지 현금 9440억원을 확보하기란 현실적으로 녹록하지 않았다.
이에 최 회장측은 노 관장측에 현금과 주식을 섞어 재산 분할액을 지급하는 방식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 주가가 내려가면 그 차액을 최 회장측이 보전하되, 주가가 오르면 상승 분을 따로 요구하진 않는 조건을 걸었다. 노 관장측은 전액 현금만 받겠다며 최 회장측의 제안을 거절했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이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당장 최 회장은 거액의 현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렸다.
여기에 최 회장은 상당한 규모의 지연 이자도 내야 하는 실정이다. 앞서 재산 분할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최 회장에게 판결 확정 하루 뒤부터 재산 분할을 완료할 때까지 연 5%의 지연 이자를 내라고 명한 바 있다.
재판부의 명령에 따르면 최 회장은 연 472억원의 지연 이자를 추가로 내야 한다. 사실상 매일 1억2932만원의 이자가 붙는 셈이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가운데)이 6월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재산 분할 파기환송심 2차 변론 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렇듯 약 1조원의 현금 마련, 1일당 약 1억3000만원의 지연 이자 부담 등 이중고로 인해 최 회장이 재상고를 할 수밖에 없지 않았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재산 분할 파기환송심 선고에 대해 다시 상고하면 지연 이자 부담을 피하면서 재산 분할 지급 방안을 검토할 시간을 벌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법원으로 되돌아 최 회장과 노 관장 간 재산 분할 소송은 재산 분할 비율과 산정 액수 등을 중점적으로 다투는 장이 될 전망이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을 재산 분할 대상으로 보고, 산정 기준 시점을 이혼 소송 항소심 변론 종결일인 2024년 4월 16일로 정했다. 이는 재판상 이혼이 확정된 이후 재산 분할을 청구할 경우, 재산 분할 대상과 액수는 이혼 소송의 항소심 변론 종결일을 기준으로 정한다는 대법원 판례에 따른 것이다.
당시 재판부는 SK 주식이 상속·증여로 형성된 특유 재산이므로 분할 대상이 아니라는 최 회장측의 주장을 배격하고, SK 주식의 형성과 가치 유지·증가에 노 관장의 기여가 있었다고 봤다.
재판부는 “혼인 기간 중 최 회장의 경영 활동으로 주식 가치가 크게 증대됐다”며 “여기에는 노 관장의 가사와 양육, SK그룹에 관한 대외 활동이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근거로 재산 분할 비율은 최 회장 3분의 2, 노 관장 3분의 1로 결정됐다. 여기서 재판부는 이혼 소송 항소심 변론 종결일이 아니라, 재산 분할 파기환송심 변론 종결일의 시점에 SK㈜ 주가가 급등한 상황을 재산 분할 비율에 반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최 회장측은 재산 분할 비율과 산정 액수 등에 법리적 모순이 있다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재산 분할 파기환송심 변론 종결일 대비 SK 주가가 최근 50만원대로 급락한 점에 대해서도 살펴봐 달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비록 직접 상고 하지는 않았지만, 노 관장측도 기존의 주장을 관철시키는 데 주력할 수 있다. 파기환송심 변론 종결일인 지난 6월 26일을 기준으로 재산 분할액을 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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