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딘로보틱스, 수술용 휴머노이드 로봇 첫 선…“삼성·HD현대가 콕 찍어 투자”

시간 입력 2026-09-17 17:09:02 시간 수정 2026-09-17 17: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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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삼성서울병원서 한국형 ARPA-H 프로젝트 라이브 시연회
에이딘로보틱스, 핵심 부품 스마트 그리퍼·로봇핸드 2세대 공개
집도의 요청에 알아서 수술 도구 찾아 전달…내시경 시야도 옮겨
힘·촉각 읽는 센싱 기술 및 힘 제어 기술 등 로봇 역량 강화 덕분
삼성벤처투자·HD현대로보틱스, 160억원 규모 전략적 투자 단행
“차세대 휴머노이드 표준 되는 로봇 감각지능 전문 기업 도약”

16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일원캠퍼스에서 열린 한국형 ARPA-H 프로젝트 ‘오케스트라(ORchestra)’ 두 번째 라이브 시연회. <사진=에이딘로보틱스>

“메스 주세요.”

수술 집도의의 요청에 간호사가 아닌 휴머노이드 로봇이 수술 기구를 찾아 건넸다. 또 다른 로봇은 내시경을 잡고 수술 기구의 움직임에 맞춰 시야를 옮겼다. 기존에 사람이 수행해 온 수술 보조 업무를 휴머노이드가 대신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삼성과 HD현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에이딘로보틱스가 수술 보조 휴머노이드의 핵심 부품인 그리퍼와 로봇핸드를 앞세워 글로벌 의료용 로봇 시장 공략에 나선다. 

에이딘로보틱스는 힘과 촉각을 읽는 센싱 기술을 더욱 고도화해 차세대 휴머노이드의 표준이 되는 로봇 감각지능(Force-aware Robotics) 전문 기업의 위상을 공고히 한다는 구상이다.

에이딘로보틱스는 16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일원캠퍼스에서 열린 한국형 ARPA-H 프로젝트 ‘오케스트라(ORchestra)’ 두 번째 라이브 시연회에 참가해, 수술 보조 휴머노이드에 탑재한 스마트 그리퍼와 로봇핸드 2세대를 공개했다.

한국형 ARPA-H 프로젝트는 미국의 혁신 도전형 방식을 국내에 도입해 국가 보건 의료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위험·고성과 연구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번 라이브 시연회는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추진하는 한국형 ARPA-H 프로젝트 과제 ‘신뢰 가능한 시각·언어·행동 모델 인공지능(AI) 기반 휴머노이드형 수술 보조 로봇 개발’의 성과를 소개하기 위해 마련됐다.

필수 의료 분야의 수술 환경 개선을 목표로 하는 해당 과제는 삼성서울병원이 주관하고, 에이딘로보틱스가 공동연구개발기관으로 참여하고 있다. 아울러 레인보우로보틱스, 하해호, 삼성융합의과학원, 서울대학교, 국립암센터, 전북대학교병원 등도 공동연구개발기관으로 함께 한다.

지난해 8월 공동연구개발기관으로 선정된 에이딘로보틱스는 정밀 그리퍼 모듈과 의료용 로봇핸드를 2단계에 걸쳐 개발해 왔다. 이 중 그리퍼는 로봇 팔 끝에 달려 물체를 집는 장치로, 사람 손에 해당하는 부품이다.

에이딘로보틱스 스마트 그리퍼. <사진=에이딘로보틱스>

에이딘로보틱스는 이날 시연회에서 스마트 그리퍼와 로봇핸드 2세대를 레인보우로보틱스의 휴머노이드 플랫폼 ‘RB-Y1’에 탑재한 모델을 선보였다.

시연은 수술실을 재현한 공간에서 세 개의 세션으로 나눠 진행됐다. 집도의 한 명을 두 대의 수술 보조 휴머노이드가 받치며 수술 도구를 건네고 회수하는 과정, 숙련 의료진이 실시간으로 조작해 정밀 동작을 구현하는 텔레오퍼레이션(원격 조작) 집도, 손가락이 여러 개 달린 고자유도 로봇핸드를 이용한 의료 술기 등이다.

먼저 담낭절제술을 가정한 상황에서 로봇 한 대가 내시경과 견인기를 조작했다. 다른 한 대는 집도의에게 수술 기구를 전달했다.

또 로봇은 카메라로 기구의 형태와 위치를 인식한 뒤, 집도의가 요청한 도구를 알아서 찾아 전했다. 내시경을 잡은 로봇은 별도의 음성 명령 없이도 수술 기구의 움직임을 따라 시야를 이동했다.

현재 수술 도구 5종의 집기 성공률은 100%, 전달 성공률은 98.7%에 달한다. 음성 명령을 인식한 뒤, 동작을 시작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2초 이내다.

이렇듯 고도의 기술력을 증명한 에이딘로보틱스는 로보틱스의 수술 보조 담당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에이딘로보틱스 160억원 규모 전략적 투자 유치. <사진=에이딘로보틱스>

에이딘로보틱스의 그리퍼와 로봇핸드가 수술 기구를 안정적으로 잡고 전달할 수 있는 것은 힘과 촉각을 읽는 센싱 기술과 이를 해석하는 힘 제어 기술을 강화한 덕분이다.

실제로 에이딘로보틱스는 정전 용량 방식의 힘·토크 센서와 촉각 센서를 자체 설계·생산하는, 세계적으로 극소수에 불과한 로봇 업체다.

특히 하드웨어인 센싱 기술과 소프트웨어인 힘 제어 기술 모두를 아우르는 로봇 감각지능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로봇이 대상물의 형상과 표면 상태에 따라 접촉력을 스스로 조절하도록 하는 해당 기술은 국내외 고객사의 실제 생산 현장에서 검증도 마쳤다.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에이딘로보틱스는 국내 기술 인증의 최고 권위로 꼽히는 IR52 장영실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에이딘로보틱스의 성장 가능성을 엿본 대기업들은 이미 러브콜을 보낸 상태다. 삼성벤처투자와 HD현대로보틱스는 지난 11일 에이딘로보틱스에 160억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에이딘로보틱스는 확보한 재원을 힘·토크 센서 양산 설비와 품질 검증 체계 구축, 연구개발(R&D) 인력 확충 등에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또 연간 생산 능력을 3만대 규모로 확대키로 했다. 휴머노이드 양산이 본격화되는 시점에 대응할 공급 능력을 선제적으로 갖추기 위함이다.

이윤행 에이딘로보틱스 대표는 “로봇이 힘과 접촉을 스스로 인지하고 제어하지 못하면 휴머노이드는 시연을 넘어 현장으로 들어올 수 없다”며 “에이딘로보틱스는 센싱 기술부터 힘 제어 기술까지 그 영역을 수직 통합해 온 국내 유일 기업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삼성과 HD현대로부터 투자 받은 재원을 바탕으로 사업적 가치를 증명하고, 로봇 부품 양산 체제를 완성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에이딘로보틱스 로봇핸드. <사진=에이딘로보틱스>

다만 이날 시연에서 에이딘로보틱스의 그리퍼와 로봇핸드가 사람과 같은 속도로 수술 도구를 전달하는 수준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에이딘로보틱스는 음성 명령을 인식한 뒤, 동작을 시작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1초 이내로 단축한다는 목표다.

또 그리퍼와 로봇핸드가 음성 명령에 따라 도구를 다루는 단계까지 다다르는 데도 시간이 더 필요하다. 에이딘로보틱스 관계자는 “구체적인 기간은 학습 데이터를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손가락이 여러 개면 도구가 집기 어려운 위치에 있거나 서로 겹쳐 있어도 더 안정적으로 다룰 수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궁극적인 목표는 집도의가 일일이 지시하지 않아도 수술 흐름을 이해하는 로봇이다. 연구진은 수술 데이터를 AI에 학습시켜 특정 장면 이후 의료진이 어떤 행동을 할지 예측하는 혁신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김용범 에이딘로보틱스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지난해 과제 선정 당시 목표로 세운 정밀 그리퍼와 의료용 로봇핸드가 실제 수술 시나리오 안에서 어떻게 동작하는지 처음으로 온전히 보여줬다”며 “힘과 촉각을 읽는 센싱 기술을 조작 영역까지 확장해, 차세대 휴머노이드의 표준이 되는 로봇 감각지능 전문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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