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여신의 18.5% 차지…당국, 자금이탈 가능성 예의주시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뒤 촉발된 한·일 경제 갈등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일본계 저축은행과 대부업체가 국내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잠재적 리스크 요인이 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아직까지는 일본의 자금회수 가능성과 그에 따른 충격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지만, 우려가 현실화될 경우 저신용자 등 취약계층이 먼저 타격을 받을 수 있어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3월 말 기준으로 국내 79개 저축은행 가운데 일본계 저축은행인 SBI·JT친애·JT·OSB저축은행 등 4곳이 국내 전체 여신의 18.5%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대 주주 국적이 일본인인 일본계 대부업 여신은 지난해 말 기준 6조7000억 원으로 전체 대부업 여신의 38.5%를 점유했다.
올 1분기 기준으로 이들 4개 일본계 저축은행의 자산은 총 13조3479억원으로 저축은행 전체 자산 70조1532억원의 19%를 차지했다. 특히 신용대출 부문에서는 일본계 점유율이 31%에 달했다.
일본계 자금이 본격적으로 국내에 유입된 것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부터다. 일본계 금융기관은 일본에서 저신용 개인대출시장을 장악하며 여신 노하우를 쌓은 뒤 국내 대부업 시장이 지하경제로 분류된 틈새를 파고들어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특히 일본에서 3~8%대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한국 대부업 시장에서 100~130%의 고금리 대출로 막대한 수익을 냈다. 현재 대부업계는 일본계 자금인 산와대부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계 업체들은 대부업을 장악한 데 이어 2008년~2011년 이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 등으로 저축은행 줄도산 사태가 벌어지자 국내 저축은행 시장에 뛰어들었다. 당시 한국의 저축은행 시장은 규제 장벽이 낮고 금리가 높아 이상적인 시장으로 좋은 먹잇감이 됐다. 일본에서는 사채업 규제가 대폭 강화되면서 최고이자율이 연 20%로 제한돼 있었지만 2011년 한국의 법정최고금리는 39%에 달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국내 저축은행을 인수한 곳은 일본 오릭스그룹으로, 2011년 옛 푸른2저축은행을 인수해 OSB저축은행으로 사명을 바꿨고 이후 2013년 스마일저축은행도 인수했다. SBI홀딩스그룹은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을 인수해 SBI저축은행으로 이름을 바꿔 달았고, J트러스트 그룹은 미래저축은행(현 JT친애저축은행), SC저축은행(현 JT저축은행), SC캐피탈(현 JT캐피탈) 등을 인수하며 대부업에서 손을 뗐다.
이들 일본계 저축은행은 인수 이후 부실사태로 인한 결손금을 막강한 자본력으로 메워 경영 정상화를 이룬 뒤 가계신용대출 부문에서 강점을 보이며 시장을 빠른 속도로 장악했다. 특히 부실규모가 컸던 옛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을 인수한 SBI홀딩스 그룹은 1조3000억 원대에 이르는 자본금을 투입하며 업계 1위로 도약했다.
금융당국은 일본계 저축은행・대부업체가 만약 대출을 중단하거나 회수하더라도 국내 저축은행과 대부업체로 충분히 대체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타당한 사유 없는 만기연장이 거부될 경우 저축은행과 대부업체의 급격한 건전성 악화 및 평판 손상 우려 등을 감안할 때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한·일 관계 악화 여파로 일본계 저축은행의 수신 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도 있다. 다만 저축은행 고객은 고금리 예적금 상품을 찾아다니는 '체리피커(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지 않으면서 자기 실속만 챙기는 소비자)'가 대부분이어서 아직까지 여수신 잔액 변동은 크지 않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이들 저축은행은 향후 수신잔액이 줄더라도 고금리 특판 상품을 통해 예수금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CEO스코어데일리 / 최은수 기자 / eschoi@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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