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중은행이 정부의 신남방 정책에 힘입어 동남아법인은 실적이 고공행진하고 있지만 미국과 유럽법인은 갈수록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국내 위주의 영업을 펼쳐온 은행권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금융보안시스템을 요구하는 선진국에서 자리잡기 위해 많은 인력과 비용을 투자한데다,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으로 수익을 내기가 더욱 힘들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23일 은행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신한은행의 아메리카신한은행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4% 급감한 4억7500만 원을 기록했다.
미국 법인 3곳을 운영하는 하나은행도 KEB하나뉴욕파이낸셜과 KEB하나로스앤젤레스파이낸셜의 순이익이 각각 71%, 29% 감소한 5억8100만 원, 14억9800만 원을 나타냈다. 하나뱅코프는 35억1500만 원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가 지속됐다. 우리은행의 우리아메리카은행도 순이익이 6% 감소한 104억8300만 원에 그쳤다.
시중은행의 미국법인 실적이 급감한 이유는 미국 감독당국의 강도 높은 자금세탁방지법(AML)에 따라 컴플라이언스(내부통제) 관련 비용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실제 뉴욕 금융감독청(DFS)은 2017년 농협은행이 '자금세탁을 막을 내부 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며 120억 원대 과징금을 매기는 등 강도 높은 규제와 감독을 시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FT)가 국내 일부 은행의 현장평가를 진행하고 내년 2월까지 상호평가를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미국 지점과 해외법인을 보유한 은행은 AML 모니터링 시스템 강화, 관련 부서 격상, 인력 증원 등으로 대거 비용이 투입되면서 수익성이 떨어졌다. 국내 은행장들도 자금세탁방지 시스템 강화를 위해 수차례 미국 출장길에 오르는 등 관련 시스템 정비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지난 5일 우리은행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국가상호평가에 대비해 국내은행 최초로 글로벌 금융회사 수준의 자금세탁방지 내부통제 시스템인 고객알기(KYC) 제도를 구축하고 관련 인력을 110여명으로 증원했다.
국내 은행의 유럽법인 상황도 좋지 않다. 1994년 진출한 유럽신한은행을 제외하면 시중은행들이 1~2년 전부터 유럽 진출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 인프라 구축 등을 위해 수익 창출에는 시간이 걸린다는 게 업계 입장이다. 하지만 유럽 금융시장도 대외여건이 불안정해지면서 마이너스 금리까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향후 전망도 어둡다.
유럽신한은행은 지난 6월 사무소 이전 비용이 발생한 영향으로 1억2000만 원으로 순손실을 기록하며 올 상반기에 적자전환했다. 국민은행 런던법인도 56% 급감한 4억1400만 원, 독일KEB하나은행은 13% 감소한 23억7500만 원의 순이익을 각각 기록했다.
반면 신남방 정책에 따라 활발히 진출한 은행권 동남아법인은 전반적으로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
특히 우리은행은 동남아법인의 순이익이 일제히 증가하며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베트남우리은행은 130%나 급증한 81억6500만 원, 우리파이낸스캄보디아는 78% 늘어난 22억7300만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우리파이낸스미얀마, 우리웰스뱅크필리핀은 각각 5억8700만 원, 1억6100만 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이어 신한캄보디아은행은 전년 동기 대비 60% 급증한 45억1400만 원으로 실적이 개선됐다. 하나은행의 하나마이크로파이낸스도 77% 늘어난 15억6200만 원, 국민은행의 캄보디아 법인은 45% 늘어난 19억7300만 원을 기록했다.
국내 은행들은 이자수익에 치중된 수익구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비이자이익을 강화하고 해외 수익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동남아권에 치중된 해외 사업을 다각화하기 위해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진출에 나섰지만 현지에서 자리를 잡기 위해 필요한 인프라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미국 자금세탁방지기구 시스템 정비를 위해 비용 발생이 커지면서 수익성이 나빠졌다"라며 "유럽 법인은 현지 금융시장 자체가 마이너스 금리 등 어려운 환경이기 때문에 국내 은행들의 수익성도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최은수 기자 / eschoi@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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