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가계대출 규제 등으로 기업금융에서 활로를 찾고 있는 가운데 대기업 대출 수요가 감소하자 중소기업 위주로 대출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다만 정부가 담보 대출 대비 리스크 위험이 큰 기술 및 동산담보 대출 확대를 강조하면서 은행권의 부담이 커지는 모양새다.
23일 은행권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4대은행(신한·KB국민·KEB하나·우리)의 대기업 대출 잔액은 전년 말 대비 2.9% 감소한 62조5906억 원을 기록하며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반면 자영업자를 포함한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5.6% 증가한 355조5171억 원이다.
대기업의 대출 잔액 감소 배경은 최근 미중 무역전쟁 등에 따른 경기 침체로 기업이 투자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높은 신용등급을 가진 대기업이 회사채 발행을 통해 은행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 조달이 가능한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중소기업의 경우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쉽지 않다보니 금융권에 대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데다 경기 불황에 대출 수요도 확대되는 추세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지난해부터 강조해 온 ‘포용적 금융’ 기조도 이런 증가세를 가속화했다. 은행 입장에서도 가계대출은 규제로 막힌 상황에서 내년부터 도입되는 가계대출에 가중치 15%를 높이고 기업대출 가중치를 15% 낮추는 새로운 예대율에 대비하기 위해 중소기업 대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문제는 당장에는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는 것이 은행 입장에서 유리하지만 향후 회수가능성이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경기에 예민한 중소기업 특성상 가계대출과 대기업 대출 대비 부실·연체 위험성이 높은 편이다.
이에 은행들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부동산이나 보증서 담보 비중 확대하는 방향으로 건전성을 관리한다. 또 한정된 우량 중소기업 차주를 선점하기 위해 금리인하 경쟁을 펼치기도 한다.
하지만 정부에서는 이런 은행들의 중소기업 담보 여신 위주의 영업을 '전당포식 영업 행태'라며 달가워 하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 및 벤처기업의 성장성과 혁신성, 기술성 등을 중심으로 자금을 공급하려면 담보력과 신용등급이 약한 기업들도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기술신용대출(TCB) 실적을 분기별로 평가해 결과를 내놓는 등 눈 여겨 보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TCB는 기술력과 성장성이 유망한 중소벤처기업에 자금을 빌려주거나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또 금융위는 지난해 5월 '동산금융 활성화 추진 전략' 본격적인 동산담보대출 장려하고 있다. 동산 담보대출은 신용도가 부족한 창업, 중소기업의 기계설비, 재고자산 농축산물, 지식재산권 등을 담보로 자금을 공급하는 제도다. 이에 지난 6월 동산담보대출 잔액은 1조 원을 넘어서며 빠르게 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이런 신용대출과 동산담보 대출은 국책은행이자 중소기업에 특화된 IBK기업은행이 압도적으로 선점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이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나 데이터를 구축하지 못한 걸음마 단계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동산·기술금융을 늘리지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여서 관리 업종이 아닌 기업들에 대해서는 대출 상환 능력 등을 검토할 수 있는 평가시스템도 부족해 리스크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국 은행권이 정부 정책에 발 맞춰 중소기업의 신용대출과 동산담보 대출 등 확대에 노력을 기울이고는 있지만 덩달아 리스크 요인도 커지고 있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의 취지 자체는 좋다고 생각하지만 사후 관리가 어렵다는 것이 은행 경영상 걱정이다. 당국 방향에 맞춰 은행들이 확대하고는 있지만 언제 어디서 부실이 터질지 알 수도 없고 인프라도 부족한 상태이다"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최은수 기자 / eschoi@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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