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이 손해사정 업무를 대부분 자회사에 맡겨 공정성 논란이 제기된 가운데 소비자가 직접 손해사정사를 선임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가 선택한 손해사정사가 반대로 보험사에 불리한 판단을 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제도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손해사정이란 보험사고 발생 시 질병이나 사고의 수준과 책임을 따져 보험금을 산정하는 업무로 이 절차가 끝나야 산정된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다. 이 제도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손해사실 확인 및 손해액 산정을 통해 적정한 보험금 지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도입됐다.
하지만 현재 대형 보험사들은 손해사정 업무를 자회사에 90% 이상 맡기면서 업무의 객관성과 공정성에 대한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모회사에 유리한 판단을 내려 보험금 지급 거절이나 축소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 때문이다.
올해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보험사 셀프 손해사정 관행에 대해 보험업법상 자기 손해사정은 금지됐지만 시행령을 통해 예외 조항을 두면서 사실상 상위법을 무력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합리적인 지적이라며 개선방안이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현재는 보험업법 시행령 제99조(손해사정사 등의 의무)의 예외 조항에 따라 자회사 손해사정 몰아주기가 가능한 상태다. 예외 조항에는 ‘보험회사 또는 보험회사가 출자한 손해사정법인에 소속된 손해사정사가 그 소속 보험회사 또는 출자한 보험회사가 체결한 보험계약에 관한 보험사고에 대해 손해사정을 하는 행위는 제외한다’고 명시됐다.
이처럼 보험사의 셀프 손해사정 논란이 지속되면서 금융당국은 지난 6월 ‘보험권 손해사정 관행 개선 방안’을 내놓고 소비자가 손해사정사를 직접 선임할 수 있도록 했지만 정착되기에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손해사정사가 소비자의 편에서 역으로 보험사에 과도하게 보험금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점과 손해사정사가 보험사와 계약자 사이의 의견 교환을 넘어 소비자를 대리해 화해나 중재에 나설 가능성 등에 대한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보험협회는 소비자의 손해사정사 선임권 보장을 위해 지난 7월 ‘손해사정 업무위탁 및 손해사정사 선임 등에 관한 모범규준’을 제정했으며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보험사는 보험금 청구 접수를 받으면 소비자에게 손해사정사 선임권에 관한 사항, 손해사정사 선임 비용에 관한 사항, 소비자가 손해사정사를 선임하지 않는 경우 보험회사가 위탁·선임한 손해사정사가 업무를 진행한다는 사실 등을 적극적으로 안내해야 한다.
소비자는 안내일로부터 3영업일 이내에 손해사정사 선임 관련 의사표시를 하지 않을 경우 보험사가 위탁·선임한 자가 업무를 맡는다. 보험사가 소비자로부터 손해사정사 선입 의사 통보받은 날로부터 3영업일 내에 동의결정을 회신하지 않을 경우에도 동의한 것으로 간주돼 손해사정 업무가 진행된다.
특히 실손의료보험의 보험금 청구는 보험사가 소비자의 손해사정사 선임 요청에 원칙적으로 동의해야 한다.
백영화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비자는 적극적으로 손해사정사 선임 권한을 행사하고 보험사는 객관적 기준에 따라 선임 요청을 검토해 소비자의 선임권이 충분히 보장될 경우, 손해사정 결과를 둘러싼 분쟁·민원 감소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금교영 기자 / kumky@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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