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원 IBK기업은행장에 대한 노동조합원들의 출근 저지 투쟁으로 노사대치가 장기화되고 있다. 윤 행장이 취임 후 20일 가까이 정상적인 업무를 보지 못하면서 경영전략 추진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 경영공백으로 부행장급 임원을 비롯해 자회사 사장들에 대한 인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영업력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새 지도부를 구성한 기업은행 노조의 상급단체인 한국노총이 윤 행장 출근저지 투쟁에 적극 참여할 경우 기은 노사 갈등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1일 취임 19일 째에도 윤 행장은 기업은행 본점이 아닌 금융연수원에 마련된 임시 사무실로 출근했다. 기업은행 노조가 윤 행장이 은행 근무 경험이 없는 청와대 '낙하산 인물'이라는 이유로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이고 있어서다. 노조는 정부·여당의 낙하산 인사에 대한 사과, 행장 임명 절차에 대한 개선안 마련 등 재발 방지 대책이 나올 때까지 출근 저지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윤 행장은 국내 금융권 CEO(최고경영자) 가운데 역대 최장 출근 저지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이는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이 2013년 14일간 출근이 저지돼 세웠던 최장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다.
주목되는 점은 앞서 이날 기업은행장 출근 저지 투쟁 동참을 약속했던 한노총 위원장 후보 모두가 선거 이후에도 출근 저지에 동참할 지 여부다. 출근 저지 투쟁에 돌입할 경우 노사 갈등을 넘어 노정 간 전면전으로 격화될 수 있다. 지난 21일 한노총 차기 위원장으로 제27대 위원장사무총장 선거에서 김동명 위원장이 사무총장 후보 이동호 전국우정노조 위원장과 함께 1580표를 얻어 당선됐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기업은행 노조가 최대 이슈였던 한노총 위원장 선거 이후에도 대통령 인사권한인 기업은행장 직책에 대해 더 이상 반대 명분을 내세우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도 많다. 한노총이 교섭 쪽으로 방향을 틀어 기은 노조가 원하는 청와대와 여당 사과를 이끌어내면, 설 연휴 기점으로 기은 노사갈등이 빠르게 해소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반면 갈등이 더욱 고조돼 윤 행장의 출근 저지가 장기화된다면 당장 임기가 만료된 기업은행의 임원들의 인사 단행이 미뤄질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지난 20일 기업은행의 임상현 영업그룹 전무이사, 김창호 소비자브랜드그룹 부행장, 배용덕 개인고객그룹 부행장, 오혁수 글로벌자금시장그룹 부행장은 3년 임기를 채우고 퇴임했다.
이에 따라 현재 겸직이 불가능한 전무 이사 자리를 제외하고 나머지 세 부행장의 자리는 타 임원들이 겸직하고 있다. 최현숙 여신운영그룹 부행장은 오는 2월 20일 임기가 만료된다.
이들 부행장에 대한 인사가 마무리돼야 기업은행 자회사들 사장 인사도 이루어질 수 있다. 자회사 8개 대표 중에서 오는 2월까지 임기가 만료되는 곳은 △IBK투자증권(김영규) △IBK연금보험(장주성) △IBK시스템(서형근) △IBK자산운용(시석중) △IBK신용정보(이호형) 등 5곳이다. 이 가운데 시석중 IBK자산운용 대표와 이호형 IBK신용정보 대표는 '2+1' 임기를 채워 교체 대상으로 꼽힌다.
인사가 계속 지연되면 당장 기업은행의 영업력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많다. 통상 1월 말 이뤄지는 전국영업점장회의도 지연되고 있다. 새 행장 체제 아래 각 임원, 영업부서, 책임자 등이 모여 지난해 실적을 점검하고 올해 새 경영전략을 짜야하는 상황에서 경영 공백만 커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기업은행은 이미 지난해 3분기부터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누적 3분기 연결 기준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3% 감소한 1조3610억 원이고, 3분기 순이익은 10.8% 감소한 3807억 원으로 부진했다. 이는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자 기업들에 대한 신용등급을 재평가하면서 대손비용이 대거 발생한 영향이 컸다는 설명이다.
그간 압도적으로 선점해왔던 중소기업 대출 시장 점유율도 하락했다. 기업은행은 작년 상반기까지 중기대출 시장 점유율을 22.8%로 끌어올렸지만 3분기에는 22.6%로 3개월 새 0.02%포인트 떨어진 상태다.
기업은행 주력 자회사 실적이 부진한 점도 고민거리다. 수익 기여도가 가장 큰 IBK캐피탈은 3분기 누적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로는 7% 감소했지만, 3분기 순이익은 2분기 대비 60.8% 급감한 132억 원을 기록했다. IBK투자증권와 IBK저축은행의 순이익도 각각 전년 동기 대비 8.9%, 23.3%씩 감소한 439억 원과 69억 원을 기록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최은수 기자 / eschoi@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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