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의 '손태승 흔들기'가 거세지면서 금융사 CEO(최고경영자) 사퇴를 압박하는 관치금융의 수법이 반복되고 있다. 우리금융도 연기됐던 차기 은행장 선출 카드를 빼들며 손태승 회장의 연임 강행의사를 간접적으로 내비치고 있다. 나아가 손 회장이 법적대응도 불사할 가능성이 큰데 판결 내용을 떠나 관치의 피로감이 금융권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이날 우리은행장 최종 후보를 선정한다.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 3인 가운데 김정기 우리은행 영업지원부문 겸 HR그룹 집행부행장, 권광석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대표 2파전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금융감독원은 조만간 지난 2018년 10월 발생한 우리은행의 2만3000여좌 고객 비밀번호 무단 변경 건을 제재심의위원회에 올릴 계획이라고 밝히며 CEO 사퇴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1년 넘게 지난 사건을 현 시점에서 다시 수면위로 꺼내 든 것은 끼워 맞추기식 CEO 제재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지난 30일 금감원이 개최한 DLF(파생결합펀드) 3차 제재심의위원회에서 해당 사태의 책임을 져야할 '관리자'로 지정됐던 정채봉 우리은행 영업부문 겸 개인그룹 부문장(수석부행장)을 '행위자'로 변경했다고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사태의 관리자를 손태승 회장으로 유도해 CEO(최고경영자) 제재를 성사시키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에서다.
우리금융은 금융위가 최종 징계를 통보하는 대로 손 회장 개인적으로 행정소송과 징계효력 가처분 신청을 낼 계획이다. 손 회장 측은 금감원이 주장하고 있는 금융사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기준 마련 위반이 CEO를 제재할 법적 근거는 없다는 논리로 법적 승산이 있다고 본다. 실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은 현재 국회에 계류된 상태이기 때문에 CEO를 제재할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는 게 법조계의 판단이다.
또 금융당국이 금융상품판매에 대한 책임을 금융사가 책임을 지는 것이 맞지만 이를 전적으로 CEO에게 책임을 물어 사퇴 등을 유도하는 것이 관행이 돼선 안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금감원이 DLF 징계 혐의로 내걸은 ‘금융사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을 우리은행 비밀번호 변경 건에 대한 징계에도 적용할 경우 또 다시 손 회장의 책임론이 불거지게 되고, 연임 강행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에도 우리은행이 얽혀있기 때문에 이 건을 근거로 손 회장에 징계를 내릴 가능성도 거론되는 등 위기를 맞았다. 다만 이 환매 중단 건에 대해선 우리은행을 비롯해 모든 은행권이 공동대응한다는 방침이어서 손 회장의 무거운 어깨의 짐이 한결 가벼워진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비밀번호 무단 변경 건 제재심, 금융위의 DLF 관련 최종 징계 통보 등이 오는 3월24일 예정된 우리금융 주총 직전에 열리게 될 경우다. 최우선적으로 필요한 징계 효력 가처분 신청이 승인되는 데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우리금융 관계자는 "주총 이전에 징계가 통보될 경우 등 다양한 변수에 대해 과점 주주들이 손 회장의 연임이 가능한 대응 플랜을 마련해놨다. 다만 주총이 연기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이런 변수에도 불구하고 우리금융의 강력 대응에 나선 데에는 법적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배경도 있지만, 금감원이 금융사의 잘못을 경영진 중징계를 통한 해임, 사퇴를 유도해 비롯되는 부작용을 최대한 방지하고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금감원의 관치금융 수법으로 인해 지배구조 흔들림, 글로벌 진출 제한, 모피아(옛 재무부 출신 관료) 낙하산 인사 등 다양하게 발생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금융의 경우 차기 회장 후보가 마땅치 않다. 손 회장이 임기를 마치고 사퇴할 경우 지배구조 자체가 흔들리며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 과점주주로 구성된 우리금융 이사회가 차기 우리은행장 선출을 재개키로 한 것도 그동안 지체된 자회사 대표 선임, 임원 인사 등의 경영 공백이 더 이상 지속되면 안된다는 판단이 반영됐다.
금감원의 중징계 결정은 법적으로 현직 임기는 마칠 수 있도록 돼 있지만, 경영진 스스로 물러나도록 유도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과거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대다수 금융사 수장들이 대부분 불명예 퇴진했지만 이에 맞서 소송카드를 꺼내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지난 2009년 황영기 전 우리금융회장이 중징계 결정에 불복한 행정소송에서 3년만에 대법원 승소판결을 받았다. 임영록 전 KB금융회장은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 갈등과 관련 중징계를 받고 금융위 상대로 소송을 진행했지만 결국 소송을 취하하고 사퇴한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 측에서 이번 DLF 중징계 관련해 법적 승산이 있다는 것은 여러 법조계 판단 등으로 공감대를 형성한 상태"라면서도"하지만 이런 금감원 압박이 지속될 경우 우리금융이 법적 대응을 강행하는 자체가 금융사 입장에서 부담스러워질 수 있단 것이 가장 큰 우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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