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우리은행' 구원 등판한 권광석, 손태승과 잡음 없을까

시간 입력 2020-02-13 07:00:01 시간 수정 2020-02-18 08:4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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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역할 분리 체제 ‘권력 나누기’ 관건…일각선 ‘KB사태’ 재현 우려도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왼쪽)과 권광석 우리은행장 내정자 (사진=우리금융그룹)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왼쪽)과 권광석 우리은행장 내정자 (사진=우리금융그룹)


권광석 신임 우리은행장 내정자가 금융당국과의 갈등으로 위기에 빠진 우리은행을 구할 ‘다크호스’가 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우리금융이 CEO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회장-은행장 분리 체제 운영을 급하게 진행한 만큼 역할 분담 등에 대한 사전 준비가 부족하다는 점에서 ‘손태승-권광석’ 투톱체제가 불협화음을 낼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그룹은 지난 11일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를 개최하고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로 권광석 현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대표이사를 단독 추천했다.

이는 당초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측근 인사인 김정기 우리은행 영업지원부문 겸 HR그룹 집행부행장이 내정될 것이라는 예상을 완전히 뒤엎은 결과다.

권 내정자의 경우 앞서 청와대 실세의 지원을 받는 일명 ‘낙하산 인사’라는 논란에 휩싸인 바 있어 이번 인사는 이례적 결정일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권광석 대표는 올 초 임명된 이진석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과 울산 학성고등학교 동문이다. 권 대표는 1963년생, 이 실장은 1971년생으로 함께 생활을 하지는 않았지만 학연과 지연으로 엮여있다는 점에 관치금융의 당사자 중 한명으로 거론된 바 있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오히려 손 회장 연임에 힘을 싣기 위함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앞서 우리금융지주 과점주주로 구성된 이사회는 손 회장의 금융감독원 ‘문책경고’ 징계 결정에도 불구하고 “그룹 지배구조와 관련 기존 결정된 절차와 일정을 변경할 이유가 없다는데 의견을 모았다”며 손 회장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했다.

금융당국의 제재에도 징계처분효력정지 가처분신청 소송과 징계 무효소송 등을 통해 연임을 강행할 뜻을 내비친 상황에서 최측근인 김 부행장까지 선임할 경우 당국과의 전면전을 선포하는 것으로 비춰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금융당국과 불편한 관계를 지속하고 있는 우리금융 입장에서는 정재계 및 금융권 네트워크가 탄탄한 권 내정자를 앞세운 관계 개선의 포석일 수 있다.

그룹 측은 권 내정자가 지주사와 은행 간 원활한 소통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고 은행의 조직안정화 및 고객 중심 영업을 바탕으로 뛰어난 성과를 창출할 것을 기대하고 있지만, 관건은 손 회장과의 호흡이 얼마나 맞느냐다.

통상적으로 그룹이 지주사로 전환하는 이유는 지배구조 개선에 따른 경영 효율화를 위해서다. 소유 구조는 다르지만 비슷한 시기 지주사 출범을 선언한 롯데의 경우 대대적인 조직 개편과 체질 개선을 통해 이미 오너인 신동빈 회장이 그룹 내 ‘원톱 체제’를 공고히 했다.

그러나 우리금융의 경우 현재 그룹 전체 이익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은행의 최종 권한을 지주 회장이 아닌 은행장이 별도 관리하게 됐다. 수익면에서 은행 의존도가 상당해 양측의 궁합이 그 어느 곳보다 중요한 상황에서 그룹 내 1인자의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지주 회장과 일명 ‘곳간 주인’인 은행장의 의견이 어긋날 경우 그룹 전반적으로 휘청일 수 있다.

특히 우리금융의 경우 현재 은행에 불거진 DLF, 라임, 영업점 비밀번호 무단 도용 사태는 물론 더 나아가 완전 민영화를 위한 주가 부양과 대형 인수합병(M&A)까지 전반적으로 풀어야할 숙제가 산더미라 투톱간 손발을 맞추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권 내정자는 손 회장과 오랜 세월 호흡을 맞춰 온 김 부행장과 달리 외부그룹에 속한다. 1988년 우리은행의 전신인 상업은행 입행 후 2017년까지 우리은행에 몸담으며 손 회장과 직속상사 관계로 만난 바 있지만 이마저도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과의 호흡이 보다 길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삐거덕 댈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당초 오는 12월21일까지였던 손 회장의 은행장 겸직 임기를 급하게 앞당기고 우리금융지주 출범 후 최초로 회장과 은행장을 분리한 시점에서 각자의 역할이 명확히 정립되지 않았을 확률이 높다는 것 역시 이런 시각에 힘을 더한다. 통상 최고경영자의 권한은 회사별로 내규로 정해지는데 예상보다 빠른 겸직 분리로 세부적인 권한 조정 등은 행장 선임 후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 회장과 행장간 불화로 내분을 일어난 KB금융그룹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 금융지주의 경우 지주와 은행의 협력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양측의 호흡에 따라 조직 안정화를 비롯한 향후 우리금융 조직 전체의 방향성이 결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우리금융 측은 “이미 지주 회장과 은행장의 역할은 임추위에서 논의하고 이사회에서 결정해 명확하게 나뉜 상태”라면서 “내부적으로 권 행장 내정자는 그룹 내 시너지 창출에 가장 기대되는 인물”이라며 불화 가능성을 일축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유수정 기자 / crysta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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