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노조추천이사제’, 실현 가능한가?

시간 입력 2020-02-19 07:00:03 시간 수정 2020-02-18 18: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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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추진에도 번번이 무산…총대 멘 ‘기업은행’에 관심 집중

윤종원 기업은행장(오른쪽)이 1월27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과 노사 공동선언문에 서명하고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기업은행 노조)
윤종원 기업은행장(오른쪽)이 1월27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과 노사 공동선언문에 서명하고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기업은행 노조)

금융권의 뜨거운 감자인 ‘노조추천이사제’가 국책은행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지만 번번이 무산됨에 따라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노사간 합의를 도출한 IBK기업은행이 내년 초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 자리에 노조가 추천하는 인물을 수용하는 첫 사례가 될지 주목된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안을 수용했던 기업은행은 내년 3월께로 예정된 신임 사외이사 자리를 두고 노사 간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27일 윤종원 기업은행장의 출근과 맞바꾼 노사 공동선언문 조항을 둘러싸고 각기 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노사가 합의한 공동선언문에는 ‘은행은 유관기관과 적극 협의해 노조추천이사제를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노조추천이사제란 노조의 추천을 받은 인물이 사외이사로 선임돼 경영에 참여하는 제도다. 노동자가 직접 기업 이사회의 이사로 참여해 발언권과 의결권을 갖는 '노동이사제’의 전 단계로 볼 수 있다.

우선적으로 기업은행 측은 노조와의 협의점을 도출하겠다는 의지는 있지만 내년 초로 예정된 사외이사 임명에 대해 확답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사측에서 노조추천이사제의 도입을 회피하려거나 부인한 적은 없다”면서도 “다만 제도를 서둘러 시행할 경우 다양한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노사간의 충분한 대화가 이뤄진 후에 진행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합의 당시 시행 일자를 명확히 정한 것은 아니어서 내년 초 예정된 사외이사 임명에 곧바로 노조추천이사제를 시행할지 여부를 아직 확답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어 “노사간의 협의가 합리적인 방향으로 조속히 이뤄질 경우 시기는 얼마든지 앞당겨질 수 있다”며 “금융권을 비롯해 사회적 이슈로 자리한 문제인 만큼 올바른 제도 안착을 위해 신중한 것 뿐”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노조 측은 내년 초 노조추천이사제를 무조건적으로 관철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아직 시간이 충분한 만큼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추진 가능하다는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노조가 협의한 노조추천이사제 추진은 당연히 도래하는 인사에 시행한다는 게 기본 가정”이라며 “윤 행장이 자신의 임기 내에 추진하겠다며 차일피일 미루면 현 노조와 한 약속을 언제 누구와 지키겠다는 말이냐”고 강조했다.

아울러 “최종적인 임명 소재에 대한 권한이 은행장에게 없다보니 책임 소재 때문에 소극적인 입장을 내비칠 수 있으나 우선적으로 제청을 하는 것이 사측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이라며 “제청마저 하지 않겠다는 것은 도입 의사가 없다는 뜻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규탄했다.

이에 금융권은 오는 2분기 노사협의회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노사 측이 제도 도입을 명시한 정관 개정 사안을 안건으로 상정하겠다는 계획이 알려지면서다.

현재 기업은행 사외이사 중 김정훈, 이승재 이사의 임기는 각각 내년 2월과 3월까지다. 신충식, 김세직 이사의 임기 만료는 2022년 3월이다.

KDB산업은행 노조도 오는 5월 임기가 만료되는 양채열 이사 자리를 두고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을 추진 중이지만 실현 가능성은 아직 미지수다.

가장 최근 노조추천이사제를 도입하려던 한국수출입은행 노조 역시 고배를 맛본 바 있다. 노조는 지난해 말 방문규 신임 행장과의 합의를 통해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했지만 최종 선임은 불발됐다.

시중은행인 KB국민은행 노동조합은 연이은 노조추천이사제 도입 실패에 이어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는 사외이사를 추천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유석렬, 박재하 이사의 임기가 오는 3월 말로 예정됨에 따라 사외이사 후보 2명을 추천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11월 임시 주총까지 잠시 보류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에 대한 부작용도 우려하고 있다. 조직 방만 경영을 막는다는 취지와 달리 국내 노사 관계가 독일 등 선진국의 사례와는 상이하다는 점에서 오히려 노조의 입김으로 의사결정 구조 등에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CEO스코어데일리 / 유수정 기자 / crysta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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