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라임사태로 리스크 관리 ‘도마 위’…국책은행 신뢰도 '빨간불'

시간 입력 2020-02-26 07:00:02 시간 수정 2020-02-26 10:19:24
  • 가
  • 가
  • 페이스북
  • 트위치
  • 링크복사

“우리도 속았다”며 남 탓만…10여년 끌어 온 키코(KIKO) 배상도 ‘외면' 비난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소재 KDB산업은행 본점 전경. <사진=KDB산업은행>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소재 KDB산업은행 본점 전경. <사진=KDB산업은행>

라임 사태에 연루된 KDB산업은행이 자사 리스크 관리 시스템의 허점을 인정하기는커녕 남 탓만 하고 있어 국책은행으로서의 신뢰도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지적이다.

특히 정부가 지분 100%를 갖고 있는 산업은행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조직임에도 불구하고, 운용사의 말만 믿고 추가 검증 없이 상품을 판매했다는 해명은 더욱 논란이 될 전망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지난해 7월 판매한 ‘라임레포플러스 9M’ 펀드는 부실 가능성이 인지됨에 따라 이미 지난 4월께 시중에서 판매 중지된 ‘라임플루토-FI D-1호’를 60% 포함하고 있다. 문제가 된 상품은 라임 사태로 환매가 중단된 4개의 모(母) 펀드 가운데 하나로 손실률은 무려 46%에 달한다.

산업은행이 판매한 해당 펀드의 총 판매금액은 60여억 원으로 아직 환매가 이뤄지지 않은 펀드 잔액은 2019년 말 기준 37억여 원(28계좌) 가량이다. 이 가운데 개인 투자자에 대한 판매액은 34억여 원이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NH농협 등 여타 다른 은행이 취급 중단한 상품을 무려 세 달씩이나 늦게 판매한 점을 두고 부실한 내부통제 기능이 지적되고 있지만 산업은행 측은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사모펀드의 경우 공시 의무가 없는 특성상 자산운용사의 명망이나 실적 등을 기준으로 택하는데 당시 문제될 것이 전혀 없었을 뿐더러, 알려온 운용 계획 역시 실제 운용된 방식과 전혀 달랐다는 이유에서다. 한 마디로 “우리도 속았다”는 것이다.

산업은행에 따르면 초반 라임자산운용 측이 제시한 운용 방식은 사모사채와 유동화 증권 등 100% 확정금리형 상품으로 위험자산이 없다.

그러나 문제는 이미 지난 3월부터 시중은행에서 라임에 대한 부실의혹을 제기했다는 점이다.

여기에 6월에는 금감원이 이상 징후를 포착한 뒤 라임 관계자를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불공정 거래 혐의로 검찰에 이첩하기도 했다.

심지어 산업은행의 판매 개시 이틀 전인 7월 1일에는 금감원 측에 라임 불건전영업행위 신고가 접수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산업은행 측은 라임에 대한 별다른 의심 없이 운용사의 말만 믿고 상품 판매를 결정했다. 별도의 추가적인 검증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로 구성된 상품선정위원회가 운용위원회를 통해 심사숙고해 결정했다는 말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총 판매금액은 여타 금융권에 비해 적다고 해도 정부 자금으로 운용되는 국책은행이 실적에 눈이 멀어 개인 고객에게 검증되지 않은 상품을 판매했다는 점은 신뢰도 문제에 큰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특히 기업 중심의 정책금융기관으로 분류됨에도 불구하고 시중 은행과 마찬가지로 개인고객을 대상으로 상품을 판매해 피해를 키웠다는 점 또한 비난의 화살을 피해가기 어려울 전망이다.

“고객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는 산업은행 측의 해명과 달리 이들은 2008년 발생한 키코(KIKO) 사태에 대한 책임 의무와 배상마저 1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외면하고 있다.

피해 기업에 대한 개별적 보상은커녕 키코 상품에 대한 불완전판매 책임에 따라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로부터 28억 원의 배상 권고를 받았음에도 요지부동인 상태인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시중은행인 우리은행이 먼저 내달 내 키코 피해기업 2곳에 대한 배상 절차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힌 마당에 중소‧중견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겠다는 목적 하에 운영되는 국책은행이 피해 기업에 대한 배상을 회피한다는 점은 비난의 불씨를 키우기 충분하다”고 꼬집었다.

한편 산업은행은 2013년 발생한 동양증권 사태 당시 동양 계열사의 주채권은행으로 부당한 자금지원을 통해 일반 투자자들의 피해를 확산시켰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유수정 기자 / crystal@ceoscore.co.kr]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