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장, ‘제 식구 챙기기’ 돌입...금융지주 회장 연임 ‘촉각’
이성희 신임 농업협동조합중앙회장이 물갈이 인사를 통해 김병원 전 회장의 흔적 지우기에 나선 가운데 ‘모피아(재무부 관료)’ 출신인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의 향후 거취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지주는 지난 4일 긴급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소집하고 사임한 이대훈 NH농협은행장을 대신할 차기 행장 후보 선출을 위한 논의에 착수했다.
이는 이 행장이 지난 2일 돌연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남에 따름이다. 농협은행 측은 이 행장의 사직을 두고 “개인적인 사유”라는 입장이지만 이미 금융권에서는 신임 중앙회장의 인사권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계열사 대표이사(CEO)가 일괄적으로 사표를 제출하는 것이 관례처럼 여겨져 왔다는 설명이다.
실제 김병원 전 중앙회장 역시 2016년 취임 직후 농협 및 금융지주 계열사 임원 전원에게 사표를 받았던 바 있다.
농협중앙회는 이번 대규모 임원급 사의 표명에 있어 이 행장 외에도 △허식 전무이사 △소성모 상호금융대표이사 △박규희 조합감사위원장 △김원석 농업경제대표이사 △이상욱 농민신문사 사장 △김위상 농협대 총장 등 7명에 대한 사표를 수리했다.
홍재은 농협생명 대표와 최창수 농협손해보험 대표의 경우 용퇴를 결정했지만 결론적으로는 유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홍 대표는 올해 연임으로 남은 임기를 이어갈 전망이며, 최 대표는 지난해 말 신규 선임됐다.
재임기간이 2년 이상인 인사를 중심으로 교체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지만 금융권에서는 농협금융지주 주요 계열사 중 최초로 3연임에 성공한 핵심 인사이자 9개월가량의 임기가 남은 이 행장의 사표가 수리된 것은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통상적으로 농협금융 계열사 대표가 ‘1년+1년’로 형태로 총 2년의 임기를 채워왔던 것과 달리 이 행장은 올해 1월부터 1년의 임기가 추가로 시작됐다. 이는 농협의 2012년 신경분리(신용·경제 사업 분리) 이후 첫 사례다.
이는 취임 1년 만인 2018년 당기순이익 1조2226억 원을 기록, 농협은행 최초로 1조 원 순익을 달성한 것은 물론 지난해에도 1조5171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하는 등 경영 능력을 입증받은 데 따른 것이다.
문제는 이 행장은 김 전 중앙회장 시기 혜택을 본 인사라는 점이다. 경기도 출신 우대 정책에 힘입어 농협은행 영업본부장에서 곧바로 상호금융 대표이사로 승진한 것은 물론, 1년 만에 유력 후보였던 오병관 전 농협손보 대표이사를 제치고 은행장에 당선됐다. 여기에 최초로 3연임에 성공한 바 있다.
이 중앙회장은 2016년 실시된 제23대 회장선거에서 김 전 중앙회장에게 역전패를 당했다. 지난 1월 치러진 24대 회장선거에서도 김 전 회장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유남영 후보와의 접전 끝에 힘겹게 당선됐다. 이에 농협 내부에서는 이 둘을 숙적 관계라 일컫기도 한다.
이처럼 이 중앙회장의 ‘친정체제 구축’ 인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금융권의 관심은 오는 4월 말 임기가 마무리되는 김광수 회장에 쏠린 상황이다.
김 회장은 현재 금융지주 수장 중 유일한 모피아 출신의 인사로 현 정부 들어 장관을 가장 많이 배출한 호남의 광주제일고를 나왔다. 현 정부 출범 때 금융공약 이행 작업을 맡았던 등 대표적인 ‘친정부’ 인사로 손꼽힌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 1983년 행정고시 27회로 공직에 입문했으며 2008년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 국장, 2011년 금융정보분석원 원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 2018년 4월 29일 선임돼 올해로 2년의 임기를 마무리한다.
농협금융은 임추위를 통해 이달 중순부터 차기 회장 선임 준비에 돌입할 방침이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농협금융의 사상 최대 실적과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을 이끌었다는 점 등을 들며 김 회장의 연임론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친정체제’ 구축에 힘쓰는 이 중앙회장의 의중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금융은 2012년 농협중앙회의 신경분리로 독립적인 금융그룹 지위를 확보했지만, 여전히 농협중앙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중앙회장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표적인 모피아 금융정책 라인으로 분류되는 김 지주회장의 연임여부가 이 중앙회장 친정체제 구축의 마지막 퍼즐이 될 것”이라며 “수출입은행장으로 자리를 옮기며 생긴 방문규 전 사외이사의 후임이 임추위 일원으로 포함될지의 여부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유수정 기자 / crysta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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