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은행 미국법인, ‘자금세탁방지’ 구축비 놓고 희비 엇갈려

시간 입력 2020-04-20 07:00:02 시간 수정 2020-04-21 07:4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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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 내부통제 안정화로 흑자전환·하나, 순익 감소 지속·우리, 선제적 시스템 구축 성공

국내 은행의 미국 법인들이 2017~2018년 이뤄진 현지 당국의 강도 높은 수준의 자금세탁방지(AML)법 주문에 따라 내부통제를 강화를 위한 비용 지출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 일부 은행은 비용 안정화를 이루고 영업이 활성화되기 시작한 반면, 나머지 은행은 아직까지 시스템 재정비에 몰두하며 영업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해 신한은행의 미국 법인 ‘아메리카신한은행’은 전년 말 -25억4700만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가 10억2000만 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대폭 흑자전환했다. 같은 기간 수수료 수익도 91.3% 급증한 2억4300만 원을 거두며 실적이 개선됐다.

앞서 신한은행은 2011년 이후 2017년까지 매년 미국 법인에서 흑자를 기록해왔다. 하지만 2018년 미국 금융당국이 국내 은행에 강도 높은 자금세탁방지 시스템 구축을 주문하자 시스템 개선, 인력 고용, 컨설팅 등 비용 발생으로 영업 활동이 위축되며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자금세탁방지 이슈가 강화된 이후로 관련 인력을 확충하고, 톰슨로이터사 자금세탁방지 교육프로그램을 실시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어느정도 AML 시스템 구축이 완성돼 작년 비용 지출이 안정화되면서 순익이 늘고 영업도 활성화됐다"며 "특히 리테일 부문의 영업이 개선되는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국내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의 미국 법인 수익을 기록하고 있는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해 미국 금융당국의 내부통제 분야 점검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관련 전산시스템 구축에 대한 투자와 해당분야의 전문인력 채용 확대 등 노력을 기울인 결과다.

미국 법인 '아메리카우리은행'의 순이익은 작년의 경우 전년 대비 소폭(3.4%) 감소한 198억2200만 원을 거뒀지만, 영업수익은 1094억 원으로 늘며 작년 목표치로 잡은 8100만 달러 (약 985억 원) 이상을 달성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전반적인 미국 경기 위축에 따라 한인 소상공인 대상 리테일 수익이 감소했지만 미미한 수준으로 보인다. 자금세탁방지의 경우 국내에서 가장 선제적으로 구축을 완료한 상태"고 말했다.

뉴욕에 지점을 둔 KB국민은행도 자금세탁방지 부담이 커지자 지난해 초부터 송금 중개 업무를 중단한 상태다. 다만 IB(투자금융) 업무와 대출 영업에 집중한 결과 이자수익이 늘며 순이익은 전년 대비 2.9% 증가한 710만 달러(약 86억 원)을 거뒀다.

반면 미국에 법인 3개를 둔 하나은행의 경우 자금세탁방지 구축 비용 증가가 지속되면서 가장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KEB하나뉴욕파이낸셜은 56% 급감한 9억9400만 원의 순이익을, KEB하나로스엔젤레스파이낸셜은 35% 감소한 25억300만 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하나뱅코프의 경우 전년 -37억7700만 원에서 -64억100만 원으로 적자폭이 더욱 확대되며 손실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뉴욕 법인의 경우 지점과 합병을 시도했던 탓에 법인 자산이 소폭 줄어든 영향도 있었고, 3개 법인 공통적으로 미국 금융당국의 자금세탁방지 강화에 따라 인적, 물적 인프라 확보 및 개선을 위한 비용이 증가하면서 실적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하나은행은 미국 지점과 법인은 뉴욕소재 감독청(DFS) 및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감사를 대비해 매년 감사대비 외부 컨설팅을 실시해 업무 개선 및 향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현재 2등급의 양호한 컴플라이언스 등급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농협은행도 뉴욕 지점이 2017년 말 자금세탁방지 미흡으로 1100만 달러(약 120억 원) 과태료 부과를 받은 바 있다. 이에 지난해부터 미국 당국의 검사를 받고 있으며 송금 중개 업무량도 줄인 상태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송금 중개 업무를 현지 인력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줄이고 AML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며 "2017년 AML 미흡을 이유로 징계를 받은 이후 감사를 진행 중이고 인력 확충과 재정 투입 등을 통해 양호한 수준의 시스템 구축을 이뤄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7일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2018년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국내의 자금세탁방지와 테러자금조달금지 운영에 대한 상호평가 결과 대체로 긍정적인 성과를 냈다고 진단했다. 38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FATF는 자금세탁방지(AML)·테러자금조달금지(CFT)에 관한 국가간 협력을 다루는 국제기구다.

우리나라는 현재까지 상호평가를 받은 29개국 중 미국, 호주, 캐나다, 싱가포르, 중국 등 18개국과 동일한 '강화된 후속점검' 단계를 받았다. 이는 3단계 가운데 중간단계로 상위권에 속한다. 다만 FATF는 금융회사에 대한 AML·CFT 감독을 강화하고, 법인이나 신탁을 통한 자금세탁의 악용을 방지하고 자금세탁범죄 수사나 기소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꼽았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FATF 상호평가 결과는 해당 국가 금융·사법 시스템의 투명성 척도로서 신용평가 기관 등에 의해 다양하게 활용된다"며 "앞으로 금융기관들의 환거래 개설(신용장 개설, 무역대금결제 등)과 이와 관련된 수수료 등 금융비용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국내 금융사의 AML이 튼튼하다고 평가 받은 만큼 해외 지점에도 긍정적인 평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최은수 기자 / eschoi@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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