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F사태에도 은행 겸업주의만이 살 길..."은행이 직접 펀드 등 주식포트폴리오 만들고 팔아야"
지난해 DLF(해외금리연계펀드)·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사태를 계기로 은행이 고유업무 외에 금융투자상품 등을 파는 겸업주의를 전업주의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되고 있다. 은행에서 대규모 소비자 피해가 지속 발생하면서 고위험 상품이 비판의 대상에 오른 것이다.
하지만 은행업계는 전업주의로 돌아갈 경우 최근과 같은 저금리 시대와 코로나19 사태를 맞은 상황에서 수익성이 악화할 뿐만 아니라 금융산업의 발전이 더욱 후퇴할 것이란 우려를 내놓는다.
특히 신탁업을 규율하고 있는 자본시장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작업이 9년째 표류하면서 은행권에 다양한 신탁상품이 나오기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은행권은 자본시장법에서 신탁법을 분리해 별도 제정할 것을 금융당국에 요청하고 있다.
◇저금리 기조에 은행 수익성 악화...코로나19 여파로 건전성도 타격
최근 은행권은 제로금리 시대에 접어들며 수익성 악화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지난 3월 기준금리가 연 0.75%까지 인하되면서 올해 최대 수익원인 이자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미 지난해 기준금리가 두 차례 인하되자 은행권의 핵심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하락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은행의 NIM은 예대금리차가 0.12%포인트 축소되면서 전년 1.67%에서 1.56%로 0.11%포인트 하락했다. 업계에선 올 1분기 은행의 NIM은 0.04~0.06%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관측된다.
NIM 하락 뿐만 아니라 올해 초 코로나19 여파로 은행권의 금융지원 등 공적기능이 강화되며 경기침체로 인한 건전성 타격도 우려되고 있다. 소상공인·자영업자·중소기업 등 취약부문부터 위험이 시작돼 위기가 금융업으로 전이될 수 있어서다.
코로나19 확산이 언제까지 지속될지와 강도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 예상도 쉽지 않다. 지난 1분기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코로나19 대출에 대비한 충당금을 본격적으로 쌓아야 하는 상황이다.
◇DLF ·라임환매 사태로 펀드, ELS 판매 위축... 비이자이익도 위기
저금리 장기화가 예고되자 은행들의 수익 기반 다각화가 시급한 가운데 비이자이익마저 감소할 위기에 처했다. 연이은 투자 상품 판매 손실로 인한 투자 심리 위축과 코로나19 악재로 채권시장 변동성 확대 및 주식시장 하락에 따른 유가증권관련 이익 감소가 예상돼서다.
우선 주가연계증권(ELS) 판매가 위축됐다. 지난해 금융당국은 DLF 사태를 계기로 고위험 금융상품에 대한 종합대책으로 은행권의 주가연계신탁(ELT) 판매 총량을 34조 원으로 규제했다. 은행들이 최근 5년간 판매 잔액이 194조 원에 이르고, 수수료를 1% 수준으로만 가정해도 약 4000억 원의 수수료가 확보되는 ELT 판매가 제한된 것이다.
지난해 DLF 사태와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환매 연기 사태에 펀드 판매도 주춤하고 있다.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현재 개인 투자자 대상 사모펀드 판매 잔액은 22조7004억 원으로 전월 말보다 2.1%(4919억원) 줄었다. 판매 잔액은 지난해 6월 말 27조258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8개월 연속 감소세다.
게다가 코로나19도 올해 은행권의 비이자이익 감소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글로벌 증시, 부동산, 원유 등 금융상품 기초를 구성하는 자산이 폭락해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어려워졌고, 기존에 판매했던 ELS 조기상환도 줄줄이 미뤄져 수수료 수익 감소가 불가피해서다.
◇잇따른 투자 손실에 전업주의 전환 주장 제기...은행 업계 "수익 다각화 절실...금융산업 경쟁력 더욱 후퇴할 것"
이런 가운데 은행권이 다시 전업주의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겸업주의는 2000년 금융지주사 체제 출범을 시작으로 본격 도입되며 한 금융회사가 은행, 증권, 보험을 모두 취급할 수 있게 한 제도다. 이를 통해 은행은 증권, 보험 상품을 판매할 뿐 아니라 은행과 증권사 지점 경계를 허문 복합점포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최근 DLS·DLF 사태로 겸엄주의를 전업주의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지속되고 있다. 은행 특성상 은행이 판매하는 파생상품은 당연히 원금 보장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투자를 결정한 금융소비자들이 많았을 것이라는 비판에서다.
은행 업계에서는 전업주의로 돌아갈 경우 최근 직면한 저금리 시대에서 수익성은 더욱 악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또 이자이익 중심의 수익기반에서 겸업주의를 강화해 여러 수익원을 다각화해야 하는 데 전업주의는 은행업 발전을 더욱 후퇴시킬 것이란 주장이다.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은 "국내은행은 비이자이익 비중이 작아 금리변동과 대출규제 등의 영향을 많이 받는 불안정한 모습"이라며 "전업주의에 근간한 금융 규제환경 아래 은행이 이자이익 외의 다른 수익원을 발굴하기 어렵고 '기초적 은행 제공 서비스=공짜'라는 사회적 통념 등으로 대체 수익원 발굴도 여의치 않다"고 주장했다.
김태영 은행연합회장도 신탁업법 제정을 통한 은행의 사업다각화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12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초저금리와 고령화, 저출산 등 '뉴 노멀' 시대에 맞는 금융상품 및 서비스 개발과 사업 다각화가 필요하다"면서 "신탁업법 제정과 신탁재산에 대한 포괄주의 방식 등 제도적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은행은 자본시장법에 신탁업이 포함돼 자산운용사에서 출시한 펀드 등 상품 판매만 하고 있다. 2011년 신탁재산 범위를 확대한 신탁법이 개정됐지만 '신탁업자'를 별도로 규율하고 있는 자본시장법에는 아직까지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이에 은행권은 자본시장법에서 신탁법을 분리해 별도 제정해 은행이 주식 포트폴리오를 직접 만들어 팔 수 있게 해달라는 입장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국내 금융사들은 겸업주의를 기반으로 대형화·효율화를 달성하고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글로벌 금융사들에 비해 국제 경쟁력이 취약하다"며 "겸업주의로의 과감한 전환은 금융사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소비자 입장에서는 은행, 보험, 증권 서비스를 한 곳에서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과도한 규제보다는 소비자 보호에 기반한 판매중심 영업문화를 정착해 수수료수익을 확대하고, 질적으로 향상된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제공해 비이자이익을 확대하는 수익성 제고 경영전략 추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일관성 없는 금융 당국의 대책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2015년 사모펀드 활성화 정책의 일환으로 5억 원이었던 투자 요건을 1억 원으로 낮췄다가 DLF 사태를 계기로 다시 3억 원으로 상향했다. 금융위의 '정책 실패'를 인정한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모펀드 투자 기준을 최소 5억 원에서 1억 원으로 낮췄다가 DLF사태가 터지자 다시 규제완화를 문제 삼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이런 일관성 없는 정책은 혼란만 야기하고 있다. 시장은 활성화하되 위법행위를 엄중히 다스리고, 리스크 관리와 내부통제 등 안전장치는 갖추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최은수 기자 / eschoi@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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