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국회에 바란다⓻] 보험업계, 숙원사업 ‘해외투자 한도 완화'...30→50%로 늘려야

시간 입력 2020-04-23 07:00:07 시간 수정 2020-04-23 07:2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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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 장기화로 자산운용수익률 하락… "금융업 중 보험업에만 규제하는 건 불합리"


저성장·저출산·저금리의 3중고로 어려운 경영상황에 처한 보험업계가 최근 코로나19로 수익성 악화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대면 영업위축은 물론 사상 첫 ‘제로금리’로 운용자산수익률의 하락까지 겹치면서다.

보험업계는 투자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유력한 방안 중 하나로 해외투자를 꼽으며 보험업법상 해외투자 한도 확대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보험회사 당기순이익 5조3367억 원… 10년 만에 최저 수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회사의 당기순이익은 5조3367억 원으로 전년 7조2863억 원 대비 26.8%(1조9496억 원) 감소했다. 이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3조9963억 원) 이후 10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3저 현상(저성장·저출산·저금리)과 코로나19로 인한 영업위축 및 금리하락으로 인한 투자수익률 악화 우려 등 보험산업을 둘러싼 대내외 리스크 확대가 실적 하락의 주요인으로 꼽혔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영향에 따라 기준금리가 한꺼번에 0.5%포인트 인하되면서 예상보다 더 빠르게 제로금리 시대에 진입해 투자수익률 하락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진 상황이다. 보험사는 보험 가입자에게 받은 보험료를 투자해 운용수익을 내는데 저금리 환경에서는 높은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운용자산수익률 하락은 생명보험사에 더욱 치명적이다. 생보사들은 상대적으로 고금리 시기였던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까지 6~8%대의 고금리 확정형 상품을 대거 판매했다. 그러나 금리하락으로 자산운용수익률이 낮아지면서 고객에게 지급해야 할 금리가 더 큰 이차역마진이 확대되고 있다.

실제 생명보험사의 운용자산수익률은 2010년 5.6%에서 지난해 말 3.5%까지 낮아졌다. 금리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2016년 3.9%로 떨어진 이후 최근 4년 간 3%에 머물고 있다.

◇ 해외 투자한도 30% 임박… 룰 어겨 제재 받은 보험사 등장

현재 보험업법 제106조는 보험회사 일반계정과 특별계정의 자산 운용 중 해외자산 비중을 각각 30%, 20%로 제한하고 있다.

저금리 장기화와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 몇 년 간 해외투자를 대폭 늘려왔던 일부 생보사는 이미 한도치인 30%에 육박한 상태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일반계정 기준 운용자산 대비 외화유가증권 비율이 20%를 넘는 곳은 한화생명(29.3%), 푸본현대생명(26.2%), 처브라이프생명(24.9%), 교보생명(22.7%), 동양생명(22.4%), NH농협생명(21.4%) 등 6곳이다.

이 중 푸본현대생명은 외화자산 운용 한도를 초과해 금융당국으로부터 과태료를 부과받기도 했다. 이 회사는 외화자산 운용한도를 잘못 계산한 상태에서 외국환(대만달러)를 매입해 지난해 6월27일~30일까지 30.09%(64억 원 초과)로 운용한 것이 드러나 이달 초 제재를 받았다.

올해 1월 말 기준 국내 생명보험사의 외화유가증권 투자 규모는 112조5698억 원으로 전년 동기(99조3616억 원) 대비 13.3%(13조2082억 원) 확대됐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저금리 지속으로 자산운용수익률도 낮아지고 있는데 국내에서 운용자산 투자는 제한적인 부분이 많다”며 “해외 장기채권 투자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해외투자 한도를 제한하는 것은 보험사에게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보험회사는 안정적인 자산운용을 위해 국공채에 투자하는 비중이 높다. 그러나 국내 시장은 좁은데다 국민연금 등 기관이 우선순위로 가져가 물량이 부족하고 금리와 연동돼 수익률 높이기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 금융업 중 보험만 해외투자 규제… 한도 확대·자율성 제고 요구


보험회사의 해외투자 한도 상향은 업계의 숙원 사업 중 하나다. 국내 금융업권 중에 보험업계만 해외자산 투자 한도 규제를 받고 있는데다 일본·대만 등 저금리가 고착화된 주변국들의 사례를 보더라도 꼭 필요하다는 업계의 목소리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금융업권 중 보험회사에만 유일하게 해외자산 투자 한도 규제가 남아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해외투자 규제를 완화하고 있는 국민연금기금이나 해외관련 기금에 비해 투자수익률이 떨어진다.

국민연금기금은 국내와 해외 주식, 채권, 대체투자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 투자를 통해 1988년 설립부터 2019년까지 연평균 5.78%의 수익률을 올렸는데 이중 국내보다 해외 주식·채권의 수익률이 우수했다.

우리나라보다 일찍 저금리 기조가 고착화된 일본과 대만 사례에서도 해외투자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볼 수 있다.

일본은 2000년대 초중반 제로금리 도입, 2016년 마이너스 금리 정책에 따라 해외투자를 확대해왔다. 2012년 보험회사의 외화자산 투자 한도 규제를 폐지하면서 해외증권 투자 비중이 2008년 17%수준에서 2018년 30%로 2배 가량 늘었고, 해외증권 수익률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을 제외하면 줄곧 국내채권 수익률을 상회했다.

대만 역시 2000년대 초 1%대의 저금리 환경이 시작되면서 대만 정부는 2003년 보험회사의 해외투자 한도를 20%에서 35%로, 2007년 45%로 지속 확대하며 보험사의 해외투자 비중을 꾸준히 늘려왔다.

2014년에는 해외투자 한도에서 외화표시채권을 제외하며 지난해 기준 대만 보험회사의 해외투자 비중은 총자산의 60% 이상을 차지했다. 대만 보험회사는 국채 10년 금리가 0~1%대이지만 4%의 운용자산수익률을 올리며 해외투자 확대에 따른 금리역마진 완화로 수익성·건전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받은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발의되기는 했다. 작년 8월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험회사 자산운용의 자율성을 높이기 위해 일반·특별계정에 속하는 자산 운용시 준수해야 하는 해외자산 소유 비율 규제를 현행 30%·20%에서 모두 50%로 확대하자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내놨다.

그는 2003년 이후 유지되고 있는 법안이 변화된 금융환경과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IFRS17가 도입되면 금리리스크 관리를 위한 해외투자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보험사의 자산운용 효율성 제고와 역량 강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해외투자 한도 상향을 지속 요구해왔던 보험업계의 목소리가 반영된 것으로 법안 통과 여부에 관심을 모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해당 법안을 심의하는 법제사법위원회가 열리지 못하면서 본회의에도 상정되지 못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저출산과 고령화, 시장 포화로 인한 저성장으로 보험사의 경영환경이 지속 악화된 상황에서 운용자산수익률을 높이는 것은 보험사의 수익 확대의 유력한 방안 중 하나”라며 “효과적인 자산운용에 방해가 되는 해외자산 한도 확대는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금교영 기자 / kumky@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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