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국회에 바란다⑬] 징벌적 손배제 등 금융소비자보호 강력 추진..."관치금융 심화 우려

시간 입력 2020-04-24 07:00:06 시간 수정 2020-04-24 08:11:12
  • 가
  • 가
  • 페이스북
  • 트위치
  • 링크복사

강력한 당국 규제에 시장위축 가능성…제재 보단 은행별 내부통제 시스템 신뢰에 초점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라임자산운용 사태 등으로 시끄러웠던 금융권을 안정시키고자 제21대 국회에서 ‘금융 소비자 보호’에 방점을 둔 다양한 정책이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명분만을 앞세운 강력한 관치금융이 심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4‧15총선에서 180석을 차지하며 압승한 집권여당이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최초 제정안에서 제외된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집단 소송제를 포함시킬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권은 금융사고 예방 및 소비자 보호는 최우선으로 삼아야 할 사항이 맞지만 이를 강력하게 법으로 규제할 경우 자칫 시장이 위축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내년 3월 시행되는 금소법…징벌적 손해배상제‧소비자 집단소송제 포함 여부 ‘촉각’

지난달 5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내년 3월부터 시행되는 금소법은 금융소비자의 권익 증진과 금융상품판매업 및 금융상품자문업의 건전한 시장질서 구축 등을 목적으로 마련된 법이다.

크게 △금융사의 판매행위 규제강화 △금융소비자의 과도한 부담 사전예방 △금융소비자의 사후 권리구제 강화 차원에서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이에 따라 △적합성‧적정성 확인 및 설명의무 준수, 불공정영업행위‧부당권유행위 및 허위·과장광고 금지 등 6대 판매행위 원칙 준수 △판매제한 명령권 △주요 판매원칙 위반 시 수입의 50%까지 부과되는 징벌적 과징금 △청약철회권 △위법계약 해지권 △권리구제를 위한 정보제공 의무 △손해배상 입증책임 전환 등이 시행될 전망이다.

초기 제정안의 경우 여야의 심도 깊은 논의에 따라 당초 정부안에서 손해배상 입증책임 전환대상을 축소(적합성 적정성 원칙 위반 삭제)하고 대리‧중개업자 판매수수료 고지 및 금융소비자정책위원회 설치 등의 규정을 삭제했다. 아울러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소비자 집단소송제 도입 역시 부작용 우려 등에 따라 우선적으로 보류했다.

그러나 여당은 이번 총선 공약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소비자 집단소송제 도입을 선언한 상황이다. 대규모 손실을 불러일으킨 금융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금융소비자를 보호하는 법적 장치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에서다.

이번 국회의 경우 더불어민주당과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전체 의석의 5분의 3인 180석을 확보한 만큼 법안 처리가 독자적으로 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금융권은 여당의 움직임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란 금융상품 판매업자 등의 고의·중과실 등 위법행위로 인해 소비자에게 피해가 발생한 경우 손해액의 3배 범위 내에서 배상책임을 지는 법안이다.

소비자 집단소송제의 경우 일부 소비자가 기업을 상대로 소송해 자신의 손해를 인정받았을 경우 동일한 형태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에게도 그 소송의 효력을 같이 적용 받을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장치다. 2005년부터 증권 분야에서만 제한적으로 도입‧운영되고 있다.

은행 ROA(총자산순이익률), NIM(순이자마진) 추이. <자료=금융감독원 금융통계시스템>
은행 ROA(총자산순이익률), NIM(순이자마진) 추이. <자료=금융감독원 금융통계시스템>

◇ 강력한 금융권 규제…시장 위축 우려 잇따라

금융권은 관련 제도가 시행될 경우 금융시장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신규 상품 출시와 판매는 물론 전반적인 운용에 있어 막대한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소비자 보호라는 명분하에 시행되는 관치금융에 시장이 전반적으로 흔들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고의 경우 대부분 예기치 못하게 발생하는 것이지만 금융사 입장에서는 강력한 규제가 두려워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차원에서 영업 활동 자체를 보수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며 “금융시장이 위축될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조심스레 말했다.

이어 “금융권 전반적으로 소비자보호를 우선 과제로 삼고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기업을 신뢰하지 못하는 정부의 규제에 국내 금융산업의 발전이 저하될까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융사 역시 경영에 있어 소비자보호를 중점으로 두는 방향은 정부와 일치한다”면서도 “다만 모든 책임을 금융사가 지게끔 규제로 옭아맨다면 국내 금융산업은 글로벌 시대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 기업별 소비자보호 시스템 마련 최선…믿고 맡기는 자세 필요

이에 금융권에서는 정부가 강력한 규제로 억압하기보다는 금융회사 스스로가 소비자보호를 강화할 수 있도록 믿고 맡겨주는 정책을 추진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앞서 대규모 금융사고로 금융회사에 대한 신뢰를 잃은 것은 인정하지만, 사태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한편 재발방지를 약속한 만큼 자발적인 노력을 펼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마련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입장이다.

실제 금융지주 및 시중은행 등은 금융사고를 사전에 예방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강력한 내부통제관리와 소비자보호 시스템 마련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적으로 우리금융지주는 금융지주사 최초로 이사회 내 위원회로 ‘내부통제관리위원회’를 신설하고 계열사 총 11곳의 내부통제를 책임지는 역할을 맡김과 동시에 내부통제기준 유효성 검증, 개선방안 모색, 실효적 내부통제기준 등을 제안토록 했다. 우리금융측은 신설된 위원회가 각 자회사 이사회의 내부통제관리 역할을 보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나은행 역시 이번 DLF 사태에 대한 책임으로 고객의 자산관리 및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대대적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불완전판매 원천차단을 위한 프로세스 혁신 △손님중심의 영업문화 확립 △자산관리 역량 강화 등 3개 부문에 걸쳐 은행의 정책, 제도 및 프로세스를 전면 개선했다.

신한은행의 경우 2020년 1월 소비자보호 담당부서의 독립성 확보와 이해상충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 소비자보호그룹을 신설하고 △소비자보호부 △소비자지원부 △Good서비스부를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투자상품 판매정지제도를 신설해 영업점을 대상으로 미스터리 쇼핑을 실시해 결과가 부진한 영업점에서 대해 구체적인 개선 계획을 마련하고 2차 평가에서도 결과가 부진한 영업점은 최종적으로 투자 상품을 판매할 수 없도록 했다.

KB국민은행은 판매상품을 선정하는 상품위원회 심의절차와 불완전판매 예방 등의 판매 프로세스를 더욱 강화했다. 아울러 원칙 있는 내부통제시스템과 강화된 프로세스, 직원교육 등을 통해 금융 사고 예방에 집중할 방침이다.

[CEO스코어데일리 / 유수정 기자 / crystal@ceoscore.co.kr]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