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금리 인하는 저신용자 소외시키는 부작용만 초래...신용보강 등 현실적 보완책 필요
제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정부·여당의 주요 금융 공약인 법정최고금리 연 20%로 인하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이를 놓고 찬반 의견이 분분해지고 있다.
시민단체 등에서는 최근 코로나19 타격으로 최고금리 인하가 시급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금융권 및 학계에서는 최고금리를 낮추면 금융사들이 신규 대출을 줄여 취약계층을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내몰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2년 전 법정최고금리가 연 24%로 인하된 뒤 이미 저신용자들이 사각지대에 내몰리고 있다. 일률적인 금리 인하보다는 저신용자들을 지원할 수 있는 정책금융 활성화 등의 법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온다.
◇ '포용적 금융' 앞세우는 정부 ...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 금융취약계층 이자부담 덜겠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현재 연 24.0%인 최고금리를 연 20.0%로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 공약에 같은 내용을 내걸었었다. 2018년 최고 금리를 27.9%에서 24%로 인하한 데 이어 2년 만에 다시 최고금리를 내리겠다는 것이다.
이는 혁신금융, 포용금융을 강조하는 현 정부의 취지에 따라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 금융취약계층의 금융이용부담 경감을 위한 차원에서다. 그간 소극적 금융공급으로 적정 금융이용 기회가 제한됐던 서민 금융부담을 완화하고 채무자 특성을 고려한 금융지원을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금융당국은 포용적 금융을 적극 추진하기 위해 중금리대출 시장 활성화, 카드수수료 부담 경감 , 취약 채무자 보호 강화, 금융소비자보호 강화 등의 정책을 실행하고 있다.
시민단체 등에서도 코로나19 타격이 커지고 있는 만큼 최고금리 인하가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금융정의연대는 “당장 20%까지 인하하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현금서비스나 카드론, 저축은행 대출 등에 적용되는 최고금리 인하는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서 국민들이 가장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각지대로 몰리는 서민들....제2금융권 대출 문턱 높이고 대부업계 마저 외면
이미 제2금융권에서 서민금융의 상당부분을 담당하는 저축은행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적용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에 따라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또 당국 기조에 따라 4~6등급 고객 대상으로 중신용대출 시장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에 신용 8~10등급 저신용 서민들이 의지하기 어려워졌다.
제도권 금융 끝단인 대부업계의 사정마저 악화하고 있다. 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현재 업계 상위 29개사 가운데 10곳은 신규대출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대부업계의 지난해 대출 승인율은 11.8%로 2년새 4.3%포인트 하락했다. 법정최고금리가 24%로 인하된 데다가 코로나19 사태까지 터지면서 다수 업체가 영업을 중지한 것이다.
이 가운데 최근 덮친 코로나19로 취약 계층인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자 이들을 노리는 불법사금융이 많아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1~3월 불법사금융신고센터에 접수된 불법사금융 피해 상담은 3만202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 늘었다.
또 지난 2018년 불법 사금융 시장의 대출 잔액은 7조1000억 원으로 2017년(6조8000억 원)보다 3000억 원(4.4%) 불어났다. 이용자는 약 41만 명으로 국내 성인(19세 이상은 약 4100만 명)의 약 1%를 차지했다. 불법 사금융 업체의 평균 금리는 연 26.1%다. 평균치조차 지난 2018년 2월 연 27.9%에서 연 24%로 인하된 법정 최고금리를 훌쩍 넘는 것이다. 법정 최고금리를 넘어선 대출 비중도 45%나 됐다.
◇최고 금리 인하 따른 기대 효과 '글쎄'...저신용자에 대한 궁극적 정책금융 활성화 필요
카드, 캐피탈사,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및 대부업계는 법정 최고금리를 20%로 낮추면 금융사는 고객을 잃고, 신용등급 7~9등급에 이르는 저신용자 고객들은 대출을 받기가 더욱 어려워져 금융 사각지대에 내몰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금융사 입장에서는 최고금리가 20%로 인하되면 기존에 24% 금리로 대출을 받던 대출 차주들이 리스크 부담이 커 대출을 꺼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결국 기존 고~중신용자 고객들의 이자 부담 경감 효과가 발생하는 등 정책 취지 효과를 보기 어렵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이미 대부분 저축은행들이 24%로 법정최고금리가 인하된 뒤 개인신용대출 금리가 20%를 하회하고 있다"며 "금리인하로 인해 업계에 큰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우려되는 부분은 이미 대출을 보수적으로 취급하고 있는 저신용 고객들에 대한 대출 문턱을 더욱 높여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대출 중단 등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부업체들의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2년 전 금리 인하 여파로 다수 대부업체의 대출과 고객 모두 줄어들며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학계에서도 법정최고금리 인하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하며 보다 실효성 있는 정책과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가 내걸은 금리 인하 정책이 현재 코로나19로 취약 차주들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취지는 이해된다"며 "문제는 정부 입장에서는 금리를 낮추면 저신용자 지원을 늘릴 것이라 생각하는데 금융사 건전성이 악화되고 수익성이 안좋은 상황에서 신용도가 더 높은 사람에게 대출을 내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처럼 일률적인 금리 인하는 정부가 생각한 것 만큼 효과있는 정책이 아니다. 차라리 금리 24%에 해당되는 저신용차주들에 대해 정부가 신용보강을 지원해줘 20%에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정책금융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이미 공약을 내놨고 상당수가 공감한다면 대출에서 내몰린 이들에 대한 지원 등이 담긴 보완책을 함께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안으로 중신용자와 저신용자에 대한 이원화 대책이 필요하단 의견도 있다. 정부가 중금리대출 시장을 저축은행 뿐만 아니라 카드사, 인터넷은행 등 참여를 독려해 금융기관 간의 경쟁을 통해 자연스럽게 금리를 떨어뜨리고, 신용 7-9등급 고객들에 대해서는 초저금리 대출 , 신용보강 등의 정책금융을 활성화하자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업계에서 우려하는 최고금리 인하의 가장 큰 문제는 저신용 고객들이 외면받아 결국 불법사금융에 내몰리는 것"이라며 "실제 고객들이 대출금리 1~2%포인트에 대해 걱정하기 보다는 대출을 받을 수 있느냐 자체에 대한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최은수 기자 / eschoi@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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