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하나·대구은행, 배상안 결정시한 5번째 연장…일각선 “임기 내 힘들 것”
키코(KIKO) 사태 관련 은행들이 피해기업에 배상하라는 금융감독원의 권고를 무려 5번이나 미루면서 ‘금융사와의 전쟁’을 선포했던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의 체면이 또 한 번 구겨진 모습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임기 내 키코 사태를 마무리 짓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마저 제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하나·대구은행은 지난 6일까지 외환파생상품 키코에 대한 불완전판매를 배상하라는 금감원 분쟁조정안에 대해 결정 시한 연장을 요청했다. 분조위 결과가 나온 지 5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이번이 무려 5번째다.
관련 은행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은행의 지원이 집중되고 있는 긴급 상황인 만큼 키코 배상안 관련 논의를 위한 이사회를 개최하지 못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아울러 키코 사안에 대해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도 공통적으로 내비쳤다.
앞서 분조위는 지난해 12월 신한·우리·산업·하나·대구·씨티은행에게 일성하이스코와 남화통상, 원글로벌미디어, 재영솔루텍 등 4개 업체에 대해 손실액의 15~41%를 배상하라고 권고했다.
배상액은 △신한은행 150억 원 △우리은행 42억 원 △산업은행 28억 원 △하나은행 18억 원 △대구은행 11억 원 △씨티은행 6억 원이다. 이 중 우리은행이 유일하게 분조위 결과를 수용하고 일성하이스코와 재영솔루텍에 42억 원을 지급했으며, 산업은행과 씨티은행은 배상안을 거부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키코 사태와 관련된 은행들이 사실상 배상의사가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결정을 차일피일 미루는 상황에서 배상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는 관측이다.
조붕구 키코공동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은행들은 이사회 때 키코 배상대책이 아니라 어떻게 연기할 지를 안건으로 고민하는 것 같다”며 “이번 추가 연장은 은행들이 신뢰 회복 기회를 스스로 발로 걷어찬 행위이며 여러 가지 핑계를 앞세워 사실상 키코 배상 안을 수용 거부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고 규탄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 역시 “지난 연장 당시에는 배임을 이유로 들던 관련 은행들이 이번에는 코로나19 대응이라는 사안을 들며 또 한 번 연장을 요청했다”며 “소비자 보호 강화 및 신뢰도 회복 등의 이유로 배상안 수용이 논의되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이사회 내 전원 동의 없이는 또 다시 연장을 신청할 가능성도 높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윤 금감원장은 배상안에 대한 고집을 꺾지 않고 있다. 그는 지난달 28일 열린 취임 2주년 간담회에서도 키코 조정안 수용 당부에 힘을 쏟았다.
윤 원장은 “키코 때문에 많이 시달렸지만 문제제기를 잘 했다고 생각한다”며 “사회적으로 10년 이상 끌며 미완의 숙제로 남아있는 상황에서 이를 정리하고 가는 것이 한국 금융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아울러 “금감원 권고를 따를 때 예상되는 손익을 내부적으로 판단하면 되는 것인데 경영 판단도 없이 배임으로 치부되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며 “주주가치의 베이스는 고객과의 관계인데 이러한 결정은 이사회의 이기적인 부분과 관계가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이런 압박에도 불구하고 은행권이 미온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배경에는 윤 원장의 힘이 빠졌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 최근 정치‧금융권에서는 총 3년의 임기 중 2년을 보낸 윤 원장의 교체설이 나돌기도 했다. 차기 유력 금감원장 후보로 떠올랐던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이 국민권익위원장 후보군이 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며 금감원장 교체설은 일단락됐지만, 취임 후 소신을 굽히지 않은 나머지 크고 작은 잡음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는 게 금융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금융사와의 대립구조를 고집한 탓에 키코사태에 있어 국책은행인 산업은행마저 분쟁조정안을 거부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DLF와 라임사태 등에 있어서도 과도한 제재 탓에 결국 은행들이 행정소송에 돌입하는 등 금융당국의 결정에 불복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와 금융혁신 강화 등 국내 금융산업의 발전을 위한 취임 목표를 수행하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남은 1년간의 임기에 있어서도 시장 상황에 대한 고려 없는 무작정적인 태도를 고수한다면 금융기업의 반감을 사는 것은 물론 ‘책임 돌리기’라는 비판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조심스레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유수정 기자 / crysta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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