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경영유의및개선 조치...농협 “빅배스 당시 단기적 조치였을 뿐”
최고경영자(CEO) 1년 성과 평가 임기제를 적용했던 NH농협금융지주가 금융당국의 지적에 CEO임기를 늘리는 방향으로 인사체계를 변경할 예정이다. 단기 성과에만 집착할 가능성이 큰 인사제도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제재를 가한 것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은 최근 금감원으로부터 완전자회사 책임경영체제 강화와 관련 경영유의 및 개선사항 제재를 받았다. 이에 따라 향후 자회사 CEO 선임시 기본 2년의 임기를 적용할 계획이다. 경영유의 및 개선사항 조치의 경우 금융사의 주의 또는 자율적 개선을 요구하는 행정지도적 성격의 권고일 뿐이지만, 금융당국의 주문 등을 계기로 중장기적 경영 및 책임경영체제를 확립하겠다는구상에서다.
금감원은 농협금융이 지난 2017년부터 5개 완전자회사(농협은행‧농협생명보험‧농협손해보험‧농협저축은행‧NH농협캐피탈)의 대표이사 추천 시 임기를 1년으로 단축한 것으로 문제 삼았다. 내부 규범상 연임이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초기 임기를 1년밖에 부여받지 못한 CEO 입장에서는 장기적인 성과를 내기보다는 단기적인 성과를 올리는 데만 치중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통상적으로 국내 주요 금융지주 및 은행 등은 CEO에 3년의 공식 임기를 부여하고 있다.
금감원 측은 “농협금융의 지배구조내부규범 및 정관에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완전자회사의 대표이사 최종후보자를 추천할 때 중장기적 관점의 경영 및 책임경영체제 확립을 위해 임기를 2년 이내로 정하도록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1년으로 책정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2018년에는 완전자회사의 CEO 평가항목에서 수익성·외형확대 관련 배점을 확대한 반면 건전성 관련 배점은 축소하는 등 성과 평가 제도를 변경해 자회사가 단기성과 위주로 운영될 우려를 높였다”고 꼬집었다.
중장기적 경영 및 책임경영체제 확립을 위해 완전자회사 CEO의 임기 및 성과평가제도를 합리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게 금감원 측의 입장이다.
실제 농협금융은 2016년 5조7000억여 원에 달하던 조선·해운업계 익스포저(위험노출액)를 3조 원 넘게 줄이는 과정에서 대규모 실적 악화를 겪은 후 그룹 전반적으로 대규모 빅배스(Big Bath)를 실행했다. 대규모 부실 상각을 뜻하는 빅배스는 누적된 손실을 회계장부상에서 최대한으로 털어버리는 경영 방식이다. 이를 위해 당시 김용환 전 회장은 단기적 실적 향상을 이루기 위해 1년 단위 성과평가 방식을 도입했다.
이와 함께 은행과 저축은행 등에 수익성을 나타내는 순이자마진(NIM)과 총자산이익률(ROA)과 관련한 배점을 확대하고 건전성의 지표인 자본적정성비율(CAR)과 고정이하여신비율(NPL) 등의 배점을 축소했다.
농협금융 측은 이번 제재는 지난 2018년 조사 당시 해당됐던 내용일 뿐 현재의 경우 이미 상당 부분 개선됐다는 입장이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과거 경영환경이 녹록치 않았을 당시 자회사 CEO들이 책임감을 갖고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단발적으로 행했던 조치였을 뿐”이라며 “실적이 정상궤도로 오른 뒤에는 2년 임기를 보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임원의 최초 선임 임기는 2년 이내로 할 수 있다는 농협금융 지배구조 내부규범에 따라 최장 임기를 보장해 줄 것을 주문한 바 있다”며 “이에 최창수 농협손해보험 대표와 손병환 농협은행장 등이 2년의 임기를 보장받았다”고 설명했다.
또 “금감원의 권고사항 등에 따라 향후 선임에서는 내부규범상의 2년의 임기가 보장될 것”이라면서 “우선적으로 2년 임기 후 성과에 따라 연임이 결정되는 방식으로 진행되겠지만 향후에는 내부규범 변경 등이 논의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레 말했다.
문제는 농협금융 계열사의 CEO들의 거취가 농업협동조합중앙회장의 입김을 받는다는 점이다. 그간 업계에서는 신임 중앙회장의 인사권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계열사 CEO가 일괄적으로 사표를 제출하는 것이 관례처럼 여겨져 왔다.
앞서 지난 3월에도 이성희 신임 농협중앙회장의 취임에 따라 3연임에 성공한 이대훈 농협은행장을 비롯해 농협 계열사 CEO들이 대규모 사직 의사를 전했다. 김병원 전 중앙회장 역시 2016년 취임 직후 농협 및 금융지주 계열사 임원 전원에게 사표를 받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현 중앙회장의 임기가 끝나는 4년 후 새로운 신임 중앙회장의 선임에 따라 농협의 인사권이 또 다시 흔들릴 우려가 있다”며 “농협금융 측에서 2년의 임기를 보장한다고 하더라도 취임 시기에 따라 제 임기를 다하지 못하는 계열사 CEO가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CEO스코어데일리 / 유수정 기자 / crysta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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