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지원으로 부실여신 증가폭 컸지만...충당금 적립은 소극적
올해 4대 금융지주들이 코로나19로 늘어난 부실여신에 대비한 충당금을 적게 쌓으면서 부실 완충 능력이 일제히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여파로 잠재적 부실에 대비하기 위해 선제적인 리스크관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충당금 적립에는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은행권에 따르면 올 1분기 4대 금융지주의 금융사가 보유한 고정이하여신 잔액 대비 충당금을 얼마나 적립하고 있는지 나타내는 NPL(고정이하여신) 커버리지비율은 평균 131.15%로 작년 말(136.3%) 대비 5.15%포인트 하락했다.
NPL커버리지비율은 높을수록 금융사가 향후 잠재적인 부실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의미로, 100%를 넘지 못한다면 그만큼 부실여신에 대한 충당금 규모가 충분하지 못하다는 뜻이다. 통상 120%를 넘으면 실제 부실이 발생했을 때 원리금 회수가 어렵더라도 안전하다고 평가된다.
우선 올 1분기 KB금융지주가 지난해 말 대비 5.7%포인트 떨어진 141.4%를 기록해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이어 신한금융 147%(-5%포인트), 하나금융지주 107.5%(-5%포인트), 우리금융지주 128.7%(-4.9%포인트) 등 순으로 일제히 4~5%포인트 하락했다.
금융지주들이 쌓은 충당금 규모는 대부분 1년전 보다 증가했다. 신한금융의 올 1분기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전년 동기 대비 39% 증가한 2828억 원으로 가장 많이 늘었고, KB금융이 12.3% 증가한 2435억 원, 우리금융(은행+카드 기준) 11% 증가한 750억 원 등이다.
반면 하나금융만 유일하게 충당금 전입액이 43.6% 감소한 930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작년 4분기 보수적으로 충당금을 쌓으면서 올 1분기 기저효과가 발생했고, 리스크 관리 노력으로 부실에 대비해 쌓아야할 충당금 규모도 감소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하나금융의 NPL커버리지비율(107.5%)로 4대 금융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처럼 주요 금융지주들이 대손충당금 적립 규모를 늘렸지만 NPL커버리지 비율이 하락한 이유는 올 초 확대한 코로나19 지원 대출로 인해 늘어난 고정이하여신 증가폭에 비해서는 부족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실제 4대 은행의 올 1분기 원화대출성장률은 평균 3.0%로 전년 동기 평균 성장률(1.3%)을 훌쩍 넘는 수준까지 여신을 늘렸다. 이에 따른 4대 금융의 부실 여신도 전년 말 대비 5.1% 늘었지만 충당금 잔액은 1.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코로나19 대출 확대 여파로 부실여신이 크게 늘어난 것에 비해 충당금 적립은 소극적이었다는 의미다.
이는 미국 대형 은행들이 올해 충당금을 대거 적립한 것과 대조된다. 미국을 대표하는 투자은행 JP모건은 1분기 대손충당금 68억 달러를 추가 계상해 총 82억9000만 달러로 늘렸다. 같은 기간 웰스파고도 30억 달러 늘린 38억3000만 달러의 대손충당금을 쌓았다. 전 분기 대비 4~5배 늘린 것으로, 10년 전 금융 위기 이후 최대 규모다.
국내의 경우 당장 대손 충당금을 쌓기보다 자금 공급 확대에 집중하라는 금융 당국의 정책 기조도 금융사들에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금융당국은 전체 금융업권 공통으로 시행되는 코로나19 관련 만기연장·상환유예 대출에 대해 기존 자산건전성 분류 기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추가적인 충당금 적립이 필요하지 않다는 의미다.
그러나 당장 올 2분기부터 코로나 타격에 의한 경기침체 영향이 금융사들에게 반영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적립해 손실 흡수 능력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고 있다. 특히 금융지주의 경우 은행뿐만 아니라 계열사 가운데 제2금융권인 카드사, 캐피탈사, 저축은행의 보수적인 충당금 적립이 필요하다.
전문가들도 경기 악화가 은행 건전성에 후행해 영향을 미친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당장 대손비용이 급증하지 않겠지만, 먼저 보수적인 입장에서 충당금 규모를 늘리며 리스크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부가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소상공인을 대상으로 6개월 이상 원금 상환을 유예해주고 있기 때문에 이후 드러날 부실 징후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업계에서도 2분기부터 은행 등 금융사들이 충당금 적립 규모를 대거 늘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 초 이어진 금융지주와 은행들의 대규모 자본 조달도 이런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한 실탄 확보로 풀이된다. KB금융은 지난 2월 4000억 원 후순위채 발행에 이어 지난 8일 기존 수요예측 대비 1000억 원 증액된 4000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부실 여신이 안정적으로 관리돼왔기 때문에 충당금 적립 필요성이 크지 않았다"며 "하지만 앞으로의 경기 상황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충당금 적립 규모를 늘리고 안정적인 리스크 관리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최은수 기자 / eschoi@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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