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눈치에...시중은행, '중기·소상공인' 대출 확대 속도 제각각

시간 입력 2020-05-15 07:00:01 시간 수정 2020-05-17 07: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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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대출 급증하니 리스크·대출 전략 고민커져...일부 은행은 소극적 지적도

올 초 코로나19 피해 기업들의 자금 수요가 급증하고 당국도 금융 지원 확대를 주문하면서 시중은행의 대출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고 있다. 대부분의 은행들이 정부 기조에 발 맞춰 중소기업, 소상공인 지원에 적극 나선 가운데 일부 은행은 보수적으로 나서는 등 은행별로 대출 전략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15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대부분의 원화대출 성장률이 이미 연간 목표치를 초과했다. 국민은행은 올 4월 말까지 원화대출이 지난해 말 대비 5.8%나 급증해 올해 성장률 목표를 당초 계획보다 상향된 5~6%로 설정했다. 이어 신한은행 4.2%, 우리은행 4.2%, 농협은행 4.0% 등 순으로 4~5%대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는 기업대출 부문에 자금 지원이 급증한 영향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기업들의 운전자금 및 유동성 확보 수요가 늘고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정부와 은행의 초저금리 대출 등 금융지원이 커지면서 은행들도 이에 발맞춰 대출 규모를 크게 확대했다.

실제 5대 은행의 지난 4월말 기준 중소기업 대출은 작년 말 대비 4.4%(19조7044억 원) 증가한 463조9291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증가 규모 2.3%(9조5861억 원)의 2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올 초 대기업들도 유동성 확보에 나서면서 대기업 대출은 22.8%(16조4283억 원) 급증한 88조5074억 원을 기록했다.

정부는 코로나 피해 규모가 큰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의 경우 당장 충당금을 쌓기보다 자금 지원을 확대하라고 강조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19일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금융규제 유연화 방안’을 발표해 내년 6월까지 예대율 한도(예금 대비 대출금 비율)를 높였고, 위험가중자본을 덜 쌓아도 되는 '바젤Ⅲ 개편안'도 조기 시행토록 했다.

이에 은행들도 리스크 관리 우려에도 경쟁하듯 중소기업 대출을 적극 확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올 들어 중소기업 대출 증가폭이 가장 큰 곳은 국민은행으로, 지난 4월까지 작년 말에 비해 5조2716억원(5.1%)이나 늘렸다. 이어 농협은행 4조962억원(5.0%), 우리은행 3조8412억 원(4.7%) , 신한은행 3조9697억 원(4.4%) 등으로 최소 3조 원 이상, 많게는 5조 원 이상까지 늘렸다.

반면 하나은행은 올 들어 유일하게 중기대출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같은 기간 중기대출을 2조5257억원(3.0%) 증가하는데 그쳤다. 자영업자 대출 증가액도 9247억 원(2.1%)에 불과해 최소 2조원 이상 늘린 나머지 시중은행들과의 격차가 컸다. 이는 2018년 말∼2019년 4월 중기대출과 자영업 대출을 각각 4.1%(3조1855억 원), 1.7%(1조3228억 원) 늘린 데 반해 올해에는 증가규모가 되레 감소한 것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영업점수가 700개도 되지 않아 1000개가 넘는 다른 주요 은행들보다 네트워크수가 적기 때문에 대출 규모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고, 중소, 자영업자 고객수도 적은 편"이라며 "작년보다 영업점을 약 70개 이상 줄이면서 대출 증가 규모도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상대적으로 취약 차주에 속하는 중소기업,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은행들의 대출이 폭증하자 향후 연체율 상승 등 건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은행 입장에서도 부실 확대를 고려할 때 무작정 대출을 늘릴 수 없는 노릇이지만 정부 눈치와 여론을 의식해 보수적인 대출 집행이 쉽지 않다.

더구나 올해 기업대출 뿐만 아니라 가계대출도 전년 보다 빠른 속도로 늘어나자 은행들도 한정된 대출 재원을 놓고 셈법이 복잡한 모습이다. 실제 지난 11일 신한은행은 코로나19피해 기업 자금 지원에 집중하고 가파른 전세대출 증가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다세대 빌라와 오피스텔 등에 전세자금 대출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가 하루 만에 계획을 철회하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소기업, 자영업자 대출은 은행 전략마다 증가 규모가 상이할 수 있고 당국 기조에 무작정 늘려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냐"며 "실제 중소기업 대출을 많이 늘리지 않은 은행이 건전성이 우수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최은수 기자 / eschoi@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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