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당금 쌓으라는 금감원 주문에…시중은행 ‘진퇴양난’

시간 입력 2020-05-26 07:00:15 시간 수정 2020-05-26 08:2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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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 충당금 전입액 전년 동기比 8.7%↑…“정책적 지원 없인 은행 부담 늘어날 것”

2019년~2020년 1분기 5대 시중은행 대손충당금 전입액.<자료=각사>
2019년~2020년 1분기 5대 시중은행 대손충당금 전입액.<자료=각사>

시중은행이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수익 추구를 자제하고 대손충당금을 쌓으라는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의 주문에 진퇴양난에 빠진 모양새다.

사상 초유의 사태 속 경제 회복을 위한 금융지원에 적극 앞장서고 있지만 국책은행도 아닌 상황에서 정부의 요구에 따라 보수적인 충당금을 쌓으며 수익성과 이에 따른 실적, 향후 포트폴리오 마련 등을 모두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신한, KB국민, 하나, 우리, NH농협)의 1분기 충당금 전입액은 총 3224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2967억 원) 대비 8.7% 증가했다.

향후 코로나19 사태 우려 등에 대한 위기관리 차원으로 풀이되나 현재 시중은행이 쌓은 충당금이 부실채권 등의 리스크를 대응하기 어려울 정도는 아닌 만큼 향후 충당금의 과도한 추가 적립은 크게 필요하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위험업종의 여신 비중을 줄이고 담보여신을 늘리는 등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통해 적정 수준의 충당금을 적립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식이라고 보고 있다”며 “충당금을 무조건 많이 쌓아두는 것이 위험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고정이하여신대비 대손충당금적립비율 평균은 113.13%로 금감원에서 권고하는 수준(100% 이상)을 13.13%포인트 웃돌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시중은행을 비롯한 금융부문에 있어 전반적으로 충당금을 늘릴 것을 주문하고 있는 상황이다.

윤 금감원장은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 상황 속 금융부문에 건전성 유지를 위한 노력을 재차 당부하며 이 같은 뜻을 밝혔다.

윤 원장은 “현재 금융회사의 건전성은 양호한 수준이지만 실물경제 고충이 장기화될 경우 한계 차주의 신용위험이 현재화돼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금융권은 지금부터라도 외형확대를 자제하고 충당금과 내부유보를 늘리는 등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손실흡수 능력을 최대한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저성장‧저금리의 금융환경에서 금융회사 스스로의 과도한 고수익 추구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며 “투자자 니즈를 충족시켜 나가는 동시에 금융상품 완전판매 문화 정착 노력 등 소비자보호에도 힘써야 한다”고 제안했다.

문제는 정부의 위기 극복 및 유동성 확대 정책이 대출 및 부실 채권의 증가로 은행의 건전성을 악화시키는 것을 넘어 더 나아가 충당금 추가 적립으로 인해 자본비율까지 하락시킬 수 있다는 점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특히 일각에서는 정부가 정책적인 지원 없이 시중은행을 통한 위기 극복 대책을 시행해놓고 이로 인한 위험 발생 대응까지 모두 떠넘긴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은행은 대규모 추가 충당금 적립으로 자본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며 “미국과 같이 총 여신의 0.7%를 추가 적립할 경우 추가 부담은 1조8000억 원으로 보통주 자본비율은 0.5%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수출 기업 부실화가 본격화될 경우 원리금 상환 유예 대출과 함께 현금흐름이 열악한 기업을 중심으로 추가 충당금이 급증할 수 있다”며 “은행의 신용창출 능력 유지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 없다면 은행의 여신관리가 어려워져 모럴해저드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유수정 기자 / crysta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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