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스톡옵션’ 암흑기④] SK증권 “시세차익 논란? 갈 길이 멀다”

시간 입력 2020-07-01 07:00:06 시간 수정 2020-07-01 07: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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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스톡옵션 부여… 실효성 의문

[편집자주] 최근 증권사가 임원들에 부여한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이 존재의미를 잃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주가부양에 대한 동기부여가 주된 목적이지만 행사기간 동안 주가가 뒷받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스톡옵션 자체가 리스크가 없는 추가적인 인센티브 장치이기 때문에 주가를 부양해야할 목적의식이나 책임감이 가벼울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본지는 유명무실해진 주요 증권사 스톡옵션 현황을 살펴보고자 한다.


SK증권은 임직원을 상대로 지난해 3월29일 2350만 주에 이어 올해 3월25일 3200만 주의 스톡옵션을 부여했다. 스톡옵션으로 부여된 주식수만 5550만 주에 달한다. 지난해 김신 대표는 1900만 주, 박태형 부사장, 이강모 감사위원, 유시화 전무 등이 각각 150만 주를 부여받았다. 김 대표의 행사가격은 900원이며 나머지는 707원이다.

올 3월 받은 스톡옵션의 경우 김 대표가 2800만주로 가장 많고 박 부사장, 김정열·전범식·하영호·박삼규·전우종·정준호 전무, 오민영 상무 등은 50만주씩 부여받았다. 이 때 받은 김 대표의 스톡옵션 행사가격은 800원, 나머지는 650원이다. 지난해와 올해 부여받은 스톡옵션 행사기간은 2022년 3월26일부터 2029년 3월25일까지 동일하다.

스톡옵션 가치(행사가격 기준)를 따져보면 전체 452억8150만 원(2019년 202억8150만 원, 2020년 250억 원) 규모다. 이 중 김 대표는 총 395억 원(2019년 171억 원, 2020년 224억 원)의 스톡옵션 가치를 보유 중이다.

대규모 스톡옵션 공세를 펼친 SK증권은 최근 스톡옵션과 관련된 논란에 휩싸였다. 악화된 1분기 실적발표를 앞두고 스톡옵션을 추가로 부여했기 때문이다. 실적악화 시점에 추가적인 인센티브 장치인 스톡옵션을 부여했다는 건 경영성과와는 별개로 주가 시세차익을 통해 ‘경영진 보너스 챙겨주기’ 아니냐는 지적이다. 악화된 실적에 따른 성과급 지급 명분이 사라지자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시점에 스톡옵션을 부여해 향후 주가 반등시 차익을 노릴 기회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공교롭게 SK증권은 얼마 전 SK바이오팜 기업공개(IPO)에 따른 수혜로 주가가 급등하며 논란을 더욱 키웠다. SK증권 주가는 지난달 15일 상한가를 기록한 후 이튿날인 16일 20%대 상승세를 이어가며 1025 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SK증권 주가는 지난달 말 기준 880원대까지 반락했다. 오는 2일 SK바이오팜 상장에 따라 기대감 해소되고 SK그룹주와 연관이 없다는 점이 알려지며 투자심리가 악화된 것이다. 한달새 59%대 널뛰기 장세를 펼친 셈이다. 또 행사기간이 2022년부터 시작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차익을 얻기 위한 노림수로 보기는 무리가 있다.

SK증권 관계자는 “회사 기여에 대한 노력을 보상하고 향후 경영목표와 중장기 계획 달성을 독려하기 위한 것”이라며 “스톡옵션 행사기간이 2022년 3월부터기 때문에 차익을 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SK증권 주가가 급등했던 시기에는 자체 이슈보다는 SK바이오팜 IPO 수혜나 2017년 SK그룹의 공개매각 등 대외적인 환경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또 통상 주가 모멘텀이 되는 신사업을 추진하기 보다는 기존 강점을 살린 경영전략으로 안정적인 수익구조에 치중한 모습이다. SK증권은 SK와 인연을 활용해 올해 IPO 시장 최대어인 SK바이오팜의 상장인수단을 맡았고 다음주자로 거론되는 SK실트론 IPO 절차에도 참여할 가능성도 높다. 또 프라이빗에쿼티(PE)·채권인수 등 기업금융(IB)에 강점을 살려 중기특화증권사로 재선정되기도 했다. 주가부양책으로 자사주 취득(장내 매수 방식)을 하고 있지만 77억 원 규모(보통주 1420만 주)에 그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직원 독려 차원에서 대규모 스톡옵션을 부여했지만 주가 부양과 별개로 차분한 경영전략을 다지고 있다”며 “지속적인 실적개선이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경영철학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스톡옵션 규모가 크긴 하지만 단기성과에 대한 동기부여를 위해 성과급 체계도 뒷받침돼야 한다”며 “증권업 성장성이 둔화된만큼 투자자를 위한 적극적인 주가부양책도 고심해야할 시기”라고 덧붙였다.

[CEO스코어데일리 / 홍승우 기자 / hongscoop@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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