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출 놓고 딜레마 빠진 금융당국, ‘갭투자’ 잡으려다 ‘서민 경제’ 어쩌나

시간 입력 2020-10-15 07:00:02 시간 수정 2020-10-16 08:19:28
  • 가
  • 가
  • 페이스북
  • 트위치
  • 링크복사

은성수 금융위원장 "전세자금대출 규제, 서민 피해 우려로 신중해야"

은행권 전세자금대출 증가액 추이 <자료=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은행권 전세자금대출 증가액 추이 <자료=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역대 최대 가계대출액을 매월 갱신하는 상황에서 대출 속도를 줄이려는 금융당국이 전세자금대출의 추가 규제를 놓고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신용대출을 통한 부동산 대책의 효과를 경감시키는 행위를 조치하라고 나섰을 만큼 여권에서는 대출 규제 강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전세자금대출까지 옥죌 경우 서민의 피해가 유발될 가능성이 높아 난감한 상황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9월 중 은행권의 전월 대비 가계대출 증가액 9조7000억 원 중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증가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69.1%(6조7000억 원)로 나타났다. 이 중 전세자금대출 증가액은 3조5000억 원으로 정책모기지를 포함한 일반 주담대 증가액(2조 원)보다 1.75배가량 높다.

은행권의 전세대출 증가액은 지난 7월 2조7000억 원에서 8월 3조4000억 원, 9월 3조5000억 원으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8월부터 주택도시기금(HUG)의 정책성 서민금융상품인 버팀목전세대출이 기금이 아닌 은행재원으로 공급되며 은행 전세대출이 증가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큰 변화다. 이에 따른 전체 주담대 증가액 역시 같은 기간 4조 원에서 6조1000억 원, 6조7000억 원으로 확대됐다. 전년 동월(3조8000억 원) 대비 두 배 가까운 증가다.

이는 5대 시중은행의 대출 증가액 현황에서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지난달 5대 시중은행 가계대출 증가액은 전월 대비 1조8000억 원 줄어든 6조6000억 원을 기록했지만 주담대 증가액은 같은 기간 3000억 원 증가한 4조5000억 원을 기록했다.

금융감독원이 2017년부터 지난 8월까지 은행업권의 대출 현황을 조사한 자료에서도 전세자금대출의 증가는 눈에 띈다. 신용대출이 56.1% 증가한 것과 달리 전세자금대출은 무려 235.3%나 폭등했다. 이는 최근 이어진 부동산 폭등과 이로 인한 전세금 증가에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이 때문에 정부 역시 전세자금대출 규제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대표적인 ‘서민 자금’이자 ‘서민 경제의 창구’라는 인식 때문이다.

아울러 지난 5~6월 전체 거래 중 50% 수준까지 증가했던 서울과 투기과열지구 갭투자 비중이 7월부터 줄어들기 시작하며 지난달 20%대 수준까지 하락했다는 점은 이를 뒷받침한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자금조달계획서의 ‘서울·투기과열지구 월별 전체 거래 중 갭투자 비중 추이’에 따르면 서울은 지난 6월 51.6%에서 9월 25.6%까지 내려갔다. 투기과열지구는 5월 49.2%에서 28.2%까지 낮아졌다.

그러나 여권은 여전히 가계대출의 억제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실제 지난 12일 열린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위험 수준에 다다랐다”며 신용대출과 전세자금대출, 모든 주택담보대출 취급 시에도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를 적용하고 대출연장이나 대환의 경우에도 확대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했다.

다만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대출 증가로 가계 신용 위험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는 의견을 함께하지만 전세자금대출의 추가 규제는 서민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며 대신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확대하는 방향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DSR은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 모든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연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대출 한도를 정할 때 활용하는 수치다. 현재는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에서 시가 9억 원이 넘는 주택을 담보로 신규 주담대를 받을 때 40%를 개인별로 적용하고 있지만 향후 규제 대상과 범위를 넓히겠다는 게 주된 골자다.

현재 정부는 갭투자를 막기 위해 시가 9억 원 초과 주택 보유자에 대한 전세대출 보증을 제한하고, 전세대출을 받은 후 9억 원 초과 주택을 구입할 경우에도 대출을 즉시 회수하고 있다. 또 다주택자와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 내 시가 3억 원 초과 아파트를 신규 구입하는 경우 역시 전세대출 보증 제한 대상으로 뒀다. 우선 이를 유지하며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게 은 위원장의 판단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개인의 상환능력을 넘어선 과잉대출을 근본적으로 방지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것은 맞지만 무조건 대출을 조이는 것이 능사는 아닐 수도 있다”며 “서민경제가 어려운 상황 속 추이를 모니터링하며 향후 규제를 생각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유수정 기자 / crystal@ceoscore.co.kr]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