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하라더니’…제재 칼날에 발목 잡힌 금융권, 성장 뒤처지나

시간 입력 2020-12-07 07:00:06 시간 수정 2020-12-07 10:2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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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시기인데"…신사업 제동에 혁신 '막막'
난무한 '권력 휘두르기'에 금융권 신뢰도 '뚝'…회복은 금융사 몫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사진=금융감독원 제공>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사진=금융감독원 제공>

금융감독원의 날선 제재가 보험업계까지 번진 가운데 과도한 징계가 금융권의 혁신과 발전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금융허브로의 도약에 있어 디지털 전환 등 혁신 사업 추진이 중요한 시기에 신사업 추진 제동으로 성장이 뒤처질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피감기관인 금융사들이 당국을 상대로 잇따라 제재에 불복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한다는 점은 징계 수준이 과도하다는 것을 뒷받침한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처럼 불필요한 소모전이 지속될 경우 장기적으로 금융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가 삼성생명에 내린 제재는 이르면 내년 초 확정될 예정이다.

지난 3일 금감원은 삼성생명에 대한 제재심을 지난달 26일에 이어 다시 한 번 열고 대주주와의 거래제한(보험업법 제111조)과 기초서류 기재사항 준수의무(보험업법 제127조의3) 위반 등의 사안을 검토해 기관경고 조치를 내렸다.

제재심은 금감원장의 자문기구로 이들이 내린 제재는 현재로서는 법적 효력이 없다. 다만 윤석헌 금감원장이 해당 심의를 최종적으로 결재할 경우 그 때부터 법적 효력이 발생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금감원장 결재까지 시간이 추가로 소요되는 점을 감안했을 경우 삼성생명에 대한 제재 역시 이르면 내년 1~2월경 최종 결정이 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앞서 한화생명 역시 9월4일 제재심으로부터 대주주와의 거래제한 등 위반(자산의 무상제공)과 기초서류 기재사항 준수의무 위반(보험금 부당 과소 지급) 등으로 기관경고 조치를 받은 이후 두 달여가 지난 11월10일부터 공식적인 제재 조치가 시작됐다.

문제는 중징계에 해당하는 기관경고가 최종 결정될 경우 해당 기업은 향후 1년간 금융당국의 인‧허가가 필요한 신사업에 진출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이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의 경우 국내 생명보험업계를 선두에서 이끄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두 기업이 나란히 신사업 진출에 제동이 걸릴 경우 국내 생보사의 신성장동력 발굴은 뒤쳐질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 보험업계를 비롯한 전 금융권은 디지털 전환과 마이데이터사업 등 디지털 혁신을 이루기 위한 중요한 시기”라며 “국내 생보사의 경우 일명 ‘빅3(삼성‧한화‧교보)’를 중심으로 다양한 혁신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업계를 대표하는 두 기업에 타격이 생길 경우 생보업권은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화생명은 이번 제재에 따라 포인트 플랫폼의 보험금 지급 서비스를 활용한 상품 등 혁신에 기반을 둔 신규 상품 출시 계획이나 인수합병(M&A)을 통한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GA) 강화 등의 계획에 타격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앞서 이들은 업계 최초로 모바일 앱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디지털영업채널 ‘라이프 MD(LIFE MD)’를 출범시키고 빅데이터 신용평가모형을 활용한 중금리대출상품을 출시하는 등 생보업계에서 가장 적극적인 혁신 행보를 보였던 기업이다.

아울러 지난 5월 단행된 조직개편을 통해 본사 사업본부 가운데 60%를 디지털 및 신사업 영역으로 구성하고, 디지털기업의 성과체계로 불리는 OKR(Objective and Key Results)을 도입하는 등 디지털경영을 위해 시행했던 노력들이 제 때 빛을 발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올 초 전영묵 사장 취임 이후 디지털 혁신과 함께 다양한 신사업 추진 방안을 모색해왔던 삼성생명 역시 혁신 경영 전략이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이들은 삼성 금융 계열사와 함께 유망 핀테크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이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한편으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헬스케어와 자산운용 등 신사업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특히 삼성생명의 경우 삼성카드의 대주주로 있는 만큼 삼성카드가 추진 중인 마이데이터 사업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에 업계에서는 기업이 위반 사항에 대해 징계를 받아야 한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혁신을 강조하는 중요한 시기에 제재로 인해 발생 가능한 문제 등을 보다 다방면에서 고려했어야 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아울러 금감원의 징계에 따른 논란이 비단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강력하게 꼬집고 있다.

실제 올 초 금감원은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에 대한 책임을 금융사 수장에게 물어 논란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금융당국의 책임은 회피한 채 과도한 징계를 내렸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법원은 금감원이 내린 징계의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는 이유로 집행 중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한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최근에는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의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 KB증권 등 판매사에게 전반적으로 중징계 처분을 내려 행정 소송을 야기하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는 산업의 혁신을 위해 금융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지만 막상 금융권의 혁신은 저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현재 행정 소송이 난무하고 있는 금융권에서 향후 결과에 상관없이 우선적으로 추락한 기업의 신뢰 회복은 금융사의 몫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유수정 기자 / crysta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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