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년 만에 노사 합의 이룬 윤종원 기업은행장, 갈 길은 ‘여전’

시간 입력 2020-12-28 07:00:08 시간 수정 2020-12-28 11: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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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점 경영평가’ 개선안 도출 합의…노조추천이사제 등 추가 해결 과제 ‘산적’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오른쪽)이 1월 27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노사 공동선언문에 서명하고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과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노사 합의안 도출에 따라 노조는 출근저지 시위를 종료했으며 윤 행장은 같은 달 29일자로 취임식을 단행했다. <사진=IBK기업은행 노조>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오른쪽)이 1월 27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노사 공동선언문에 서명하고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과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노사 합의안 도출에 따라 노조는 출근저지 시위를 종료했으며 윤 행장은 같은 달 29일자로 취임식을 단행했다. <사진=IBK기업은행 노조>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취임 1년여 만에 극적으로 노사 합의를 이뤘지만 남은 임기를 성공적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노조와의 관계를 보다 원만히 풀어야 한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윤 행장이 기업은행의 변화를 이끌 인물로 손꼽히며 정부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것과 달리 취임 첫 해를 돌이켜보면 노조와의 갈등이 상당했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노사간의 지속적인 갈등은 성장을 저해하는 만큼 기업은행의 변화와 혁신을 위해서라도 윤 행장이 올해의 대립을 내년까지 이어가지 않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 노사는 지난 23일 조인식을 갖고 임금·단체협상(임단협)에 잠정 합의했다. 이는 지난 22일 사측의 긴급 제의로 늦은 시간까지 교섭을 진행한 뒤 얻어진 결과다. 이번 임단협 잡정 합의안은 영업점 경영평가 제도 개선, 주 52시간 초과근무 방지 등 노조 측 요구를 사측이 수용해 향후 대안을 내는 것이다.

기업은행은 한 해를 10여일 남겨둔 시점에서 극적으로 협상을 완료했지만 사실상 완벽하게 노사 갈등이 해결된 것은 아니라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그간 윤 행장은 노조 측에서 요구한 영업점 경영평가 제도의 개선은 임단협과 별개의 사안인 만큼 해당 자리에서 논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었다. 이에 노조는 1인 시위는 물론 조합원 투표를 통해 의견이 모아질 경우 총파업을 포함한 공식 쟁의행위 돌입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공공기관 예산에 올해 임금 인상분을 반영하기 위해 반드시 올해 안에 임단협을 마쳐야했던 상황인 만큼 노사가 한발씩 양보해 타협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향후 점진적으로 경영평가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뜻을 전하는 것으로 대화를 우선 일단락 지은 상태다.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경영평가 제도의 변화는 이미 지난해 김도진 전 행장이 폐지를 약속했던 부분”이라며 “윤 행장이 전임 행장의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폐지된 제도를 부활시킨 것일 뿐 노조 측에서 무리하게 요구한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체적으로 목표를 어떻게 줄일 것인지, 평가항목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노동자 의견을 충분히 수용해서 함께 논의하기로 합의한 데 큰 의미를 둔다”며 “경영평가는 임단협 논의 대상이 아니라며 대화를 거부하던 초반과 비교하면 상당히 고무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올 초부터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주 52시간 초과근무에 관해서도 외부 컨설턴트를 통한 현황 분석과 인력 확장을 통한 업무 분산 등 대책을 마련하는 쪽으로 잠정적으로 합의했다.

올 초부터 지속된 노사 갈등과 달리 올해 임단협은 긍정적으로 마무리 됐지만 일각에서는 윤 행장의 임기 2년차인 내년도에도 추가적인 갈등이 지속될 것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윤 행장에게는 취임 초 약속했던 노조추천이사제와 임금피크제, 희망퇴직 등의 안건 해결이 남아있다.

임금피크제와 희망퇴직의 경우 기획재정부와의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사안으로 사측에서 단독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만큼 아직까지 약속 이행을 못했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게 노조 측의 입장이다.

다만 노조추천이사제의 경우 당장 내년 초에 사외이사 4명 중 2명의 임기가 마무리되는 만큼 윤 행장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노조 측은 2월과 3월 중 임기가 끝나는 한 자리에 노조에서 추천한 인사가 임명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해당 시기에 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추가적인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노조 관계자는 “이번 임단협에서 노조추천이사제와 관련한 사항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내년 초 도입은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기업은행의 경우 주주총회 등의 절차 없이 행장이 직접 제청권을 가지고 금융위원장이 임명하는 형태로 진행하는 만큼 노조 측에서 좋은 인사를 물색해서 추천할 경우 윤 행장 역시 의견을 수렴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기업은행 측은 이번 임단협에서 논의된 내용을 최대한으로 수렴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노조추천이사제 역시 아직까지는 구체적인 진행 일정 등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은행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겠다는 방침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주 52시간 초과근무 등은 법적인 문제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만큼 사측에서도 굉장히 예민한 주제”라며 “당장에 실현은 힘들 수 있지만 다방면에서 검토를 통해 빠른 시일 내 대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노조추천이사제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사안인 만큼 주주 뿐 아니라 직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할 필요가 있다”며 “장기적으로 은행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좋은 관행의 선례로 남을 수 있도록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유수정 기자 / crysta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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