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ESG 현주소㊤] 착한경영 앞장서는 금융지주…지배구조 개선은 ‘숙제’

시간 입력 2021-03-24 07:00:03 시간 수정 2021-03-25 07:4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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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아닌 필수로 자리한 ‘ESG경영’…친환경‧사회적 책임 이행 잇따라
지배구조 ‘갈길 멀어’…뿌리 깊은 관치금융, 지배구조 개선에 ‘독’

2020년 4대 금융지주 ESG등급 평가 현황 <자료=한국기업지배구조원>
2020년 4대 금융지주 ESG등급 평가 현황 <자료=한국기업지배구조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과 맞물리며 전 세계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맞춰 국내 유수 기업들도 ESG경영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금융권도 예외는 아니다.

ESG란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아우르는 것이다. 기존 사회공헌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지속가능경영 등이 확대 발전된 개념이다. 글로벌 투자기관의 상당수가 이미 ESG 기준을 활용해 투자 여부를 결정하고 있어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표적인 신성장동력으로 손꼽힌다.

◇ 4대 금융지주 신축년 경영 키워드 ‘ESG’…녹색경영 ‘활발’

현재 ESG경영의 도입이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는 곳 중 하나는 단연 금융권이다. 특히 주요 금융지주를 중심으로 ESG경영을 기업 활동 곳곳에서 실현하고 있다.

실제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는 ESG경영을 올해 주요 경영 전략 중 하나로 손꼽고 ESG 관련 조직을 신설‧확대 운영할 뜻을 밝혔다. 단순 조직 개설에 그치지 않고 주요 경영 현안에 대한 최종 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 산하에 ‘ESG 컨트롤타워’를 두는 것이 특징이다.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한금융은 이사회 내 ‘ESG전략위원회’를 신설하는 정관 변경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 역시 각각 ‘지속가능경영위원회’와 ‘ESG경영위원회’를 설립하는 안의 승인을 앞두고 있다. KB금융의 경우 이미 지난해 ‘ESG위원회’를 출범했다.

2020년 4대 금융지주와 각 은행 계열사 ESG채권 발행 규모 <자료=각사>
2020년 4대 금융지주와 각 은행 계열사 ESG채권 발행 규모 <자료=각사>

아울러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 동참과 ESG채권 발행을 통한 자본 조달 등을 통해 ESG경영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지난해 4대 금융지주와 각 은행 계열사에서 발행된 ESG채권(그린본드‧소셜본드‧지속가능채권)은 총 17건으로 약 6조3360억원 규모다.

세부적으로 KB금융은 5000억원 규모의 원화 지속가능채권 1건을, KB국민은행은 1조7500억원의 원화 소셜본드, 지속가능채권과 15억달러의 외화 지속가능채권 등 총 7건의 ESG채권을 발행했다. 신한금융은 5억달러의 외화 소셜본드 1건을, 신한은행은 각각 5000만달러와 4억호주달러의 외화 소셜본드 2건을 발행했다.

하나은행은 1억5000만달러의 외화 소셜본드 1건을, 우리은행은 총 7500억원 원화 지속가능채권 3건과 총 4억호주달러의 외화 지속가능채권 2건을 발행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이들이 3월 현재까지 발행한 ESG채권은 총 4건(국민은행 2건, 하나은행 1건, 우리은행 1건)으로 약 1조8900억원에 달한다. 오는 4월 우리금융이 2000억원 규모의 원화 ESG채권 발행을 예정하고 있는 것까지 포함할 경우 2조원 이상에 육박한다.

이와 함께 4대 금융지주 모두 국내·외 석탄 화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신규 프로젝트 파이낸싱(PF)과 채권 인수 등을 전면 중단하는 탈석탄 선언에 동참하고 있다. 한걸음 더 나아가 탄소중립 선언, 적도원칙 가입 등의 다양한 환경보호 노력을 펼치고 있다.

이밖에 금융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사회공헌 활동의 확대 등도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추세다.

◇ 지배구조 개선 ‘아직’…사외이사 거수기 논란 등 잇따라

그러나 막상 ESG의 핵심 중 하나인 지배구조에 대한 개선 노력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는 실정이다.

우선 최고경영자(CEO)의 연임 문제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현재 국내 주요 금융지주와 계열사의 경우 실질적 주인 없이 CEO가 이끌고 있는 형태다. 경영능력에 대한 평가도 엇갈리지만 '주인 없는 회사'라는 틈을 타 연임을 이어가는 것과 관련, 시민단체 등은 사실상 오너 행세를 하고 있다고 꼬집고 있다.

실제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2012년부터 지금까지 9년째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오는 26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1년 임기의 연임이 결정될 경우 10년 간 하나금융의 수장자리를 지키게 된다.

윤종규 KB금융 회장 역시 2014년부터 KB금융을 이끌고 있다. 지난해 재선임으로 오는 2023년까지 임기를 보장받은 만큼 이변이 없는 이상 9년간 회장직을 수행하게 된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각각 2017년과 2019년 취임 후 지난해 1차례 연임이 결정됐다. 이들의 임기는 오는 2023년까지다.

‘셀프연임’ 논란과 함께 투명경영도 지속적으로 거론되는 사안이다. 현재 금융지주에서는 CEO가 사외이사를 임명하고 사외이사가 다시 CEO를 선임하는 방식이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경영진들은 사외이사를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구축하려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2021년 정기 주주총회 이후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현황(잠정) <자료=각사>
2021년 정기 주주총회 이후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현황(잠정) <자료=각사>

현재 4대 금융지주에서 각각 활동 중인 총 31명의 사외이사 중 이달 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사외이사는 26명이다. 이 중 상법상 사외임기 6년(계열사 포함 9년)을 넘기게 되는 4명(신한금융 2명, 하나금융 2명)을 제외한 22명이 이번 정기 주주총회에서 재선임 될 전망이다.

이에 경영진을 감시·감독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사외이사들이 본래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특히 그간 사외이사들이 이사회 안건에 대부분 찬성표를 던져온 만큼 ‘거수기’ 논란까지 휩싸이고 있는 실정이다.

여성 사외이사의 부재 역시 지적받는 사항이다. 특히 자본 시장법 개정에 따라 내년 8월부터는 자산 2조원 이상 상장 법인은 이사회 이사 전원을 특정 성(性)으로 구성하지 말아야 한다. 최소 1명 이상의 여성 등기임원을 둬야 한다.

현재 KB금융은 2명의 여성 사외이사(권선주, 최명희)가, 신한금융은 1명(윤재원)의 여성 사외이사가 활동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오는 26일 열리는 주총에 권숙교 여성 사외이사 신규 선임안을 상정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평균 8명에 달하는 전체 사외이사에서 여성 인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현저히 낮다고 지적하고 있다. 우리금융의 경우 아직 1명도 없다.

코로나19와 사모펀드 등의 사태로 리스크관리 최고책임자(CRO)의 중요성이 커졌지만 이들이 모두 미등기임원이어서 자격 논란이 일고 있다. 미등기임원이란 주주총회에서 선임하지 않은 이사로 이사회 참여 자격이 없어 실질적 의사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현재 4대 시중은행에서 CRO로 활동 중인 △국민은행 최철수 전무 △우리은행 전상욱 부행장보 △신한은행 김임근 부행장 △하나은행 황효상 부행장은 모두 미등기임원이다.

◇ 금융권 지배구조 개선 막는 관치금융

정부는 2019년부터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코스피 상장사를 중심으로 투자자에게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를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했다. 이에 4대 금융지주는 각 사별로 지배구조 원칙과 정책을 세우고 지배구조 현황과 세부적인 이사회 활동 내역 등을 공개하고 있다.

지배구조에 관한 업무처리 기준, 절차 및 결과 등에 대한 공개를 통해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객관성, 안정성 등을 유지함으로써 그룹의 장기적인 발전과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을 주된 목표로 한다.

그러나 금융권에 깊게 뿌리박힌 ‘관치금융’은 금융사의 지배구조 개선을 어렵게 만드는 대표적인 요인으로 손꼽히고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실제 지난해만 보더라도 금융당국은 △국책은행 낙하산 인사 논란 △배당성향 20% 제한 권고 △사모펀드 사태 책임에 따른 CEO 징계 등 다양한 부문에서 금융사 경영에 과도하게 개입해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최근 금융권에 내린 배당 자제령은 금융지주의 주주친화정책을 저해하는 방침으로 지배구조 개선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금융사가 올바른 지배구조를 갖추고 보다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민관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의 자발적인 지배구조 개선 노력과 금융당국의 지지가 더해졌을 때 보다 나은 지배구조 개선 효과가 발휘될 수 있을 것”이라며 “금융사 감시에 대한 기강 해이가 아닌 발전을 독려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유수정 기자 / crysta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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