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견제 필요…인재 풀 다양화 전략 등 요구돼
근본적인 지배구조 개선…결국 민관협력 형태로 나아가야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전 산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화두로 부상했다. 국내 금융지주사들도 연초부터 전담부서를 별도로 설치하고 탈석탄을 선언하는 등 ‘착한경영’ 트렌드에 일부분 앞장서고 있다.
하지만 금융권이 맞춰나가고 있는 ESG 퍼즐에는 아직 빈틈이 많다. 대외적으로 ESG 성과를 내세울 수 있는 환경(E)·사회(S) 부문에는 활발하게 나서는 반면, 기업의 내부적인 투명성 제고를 요하는 지배구조(G)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미흡한 게 현실이다.
해외 투자기관들은 ESG경영에 관련된 등급을 매기고 기업평가를 할 때 지배구조 부문을 최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 고착화된 지배구조 문제점을 더 늦기 전에 개선해야 하는 큰 이유 중 하나다.
기업과 CEO들은 회사 가치 하락을 우려해 때때로 자사주를 매입하기도 한다. 이는 ‘책임 경영’의 일환으로 주가를 부양하는 데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조치에 앞서 내부적으로 제대로된 지배구조를 확립해 ESG 전 부문을 공고화하는 것이 회사 가치 확립에 더 좋은 방법이자 지름길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거수기·관치금융 논란…결국엔 민관협력이 답
금융권 CEO의 장기집권과 셀프연임, 이사회 내 사외이사 거수기 논란은 고질적으로 서로 얽혀있는 문제다. 특정 대주주가 없는 금융회사는 이미 조직을 장악한 CEO가 별다른 견제를 받지 않고 연임하기에 너무나도 유리한 환경이기 때문이다.
상황에 따라 경영 안정성이 최우선시되기도 하며 실력있는 인재가 연임하는 것 자체를 무조건 비판할 수는 없다. 다만 이들이 정부의 입맛에 좌지우지되고 본인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나팔수 역할을 하는 사람들인지, 아니면 글로벌·디지털 금융발전을 위해 뚜렷한 비전을 갖고 가는 사람들인지 계속해서 냉정히 고민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금융사들이 주인 없는 회사 속에서 현 CEO 외 경쟁력있는 ‘2인자’를 꾸준히 양성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또 이사회 역시 정권 코드의 방패막 역할에 그치지 않고 독립적인 환경에서 경영진에 대한 견제·감시의 의무를 충분히 해내야 한다고 꾸준히 강조하고 있다.
한 경영대학원 교수는 “한국은 이사회 내 사외이사가 일종의 전관예우로 간주되는 경향이 짙다”며 “변화하는 산업구조 환경에 맞게 다양한 경력의 사외이사를 두루 영입해 이사회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라고 진단했다.
CEO 장기집권과 사외이사 거수기 문제를 재정비하면 배당자제령, 이익공유제 등 관치금융 논란에도 대응할 힘이 더 생긴다. 금융사 내에서 ‘황제경영’ 관련 잡음이 계속 흘러나올수록 당국에게 관치금융의 정당성만 부여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당국 역시 갖은 논란 속에도 금융사의 인사·제도상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역할을 계속해 나갈 수밖에 없다. 결국 금융사와 당국이 민관협력의 형태로 나아가야 올바른 지배구조를 갖추고 금융경쟁력을 키워나갈 수 있다.
◇여성인력 부족…보수적 분위기 탈피·육아휴직 등 제도정비 동반필요
기업분석 전문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매출 기준 국내 100대 상장사에서 올해 새로 선임되는 사외이사는 97명이며 남성 66명(68%), 여성 31명(32%)으로 구성됐다. 신규 선임되는 사외이사 3명 중 1명이 여성인 셈이다.
내년 8월부터 일명 ‘자본시장법’ 개정안 시행이 예고되면서 이처럼 산업군 내 여성 인력 비율을 늘리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 민간기업에 비해 금융권의 대응은 여전히 소극적이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상장사가 여성 등기임원을 최소 1명 이상 선임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개정안 충족을 위해 여성 사외이사를 다급하게 물색하고 있긴 하지만, 현재 금융권 사외이사 중 여성은 회사별로 1명 내외에 불과하다. 개정안 요건을 겨우 맞췄거나, 우리금융처럼 아예 부재인 곳이 대다수다. 올해 주총에서 여성 비율을 충족하지 못한 곳은 내년 정기주총이나 별도의 임시 주총을 열어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 전문가는 “그간 금융업계의 경직된 분위기에 여성 인력이 유리천장을 깨는 것 자체가 특히 힘들었고 현재 이들 대부분이 중간관리자 직급에 머물러 있다”며 “기본적으로 업계 자체가 보수적인 분위기를 탈피하려는 노력을 계속 해나가야 하는 데다, 육아휴직 등 제도를 정비하고 여성 인력 풀을 다양화할 필요성이 이전보다 훨씬 커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코로나19 국면 속 위기대응력 부각…CRO지위 격상돼야
현재 금융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사태 장기화로 경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 처했다. 그 어느 때보다 은행들의 위기관리 능력이 중요해졌지만, 국내 금융지주별 리스크관리 최고책임자(CRO)들의 실질적 지위에는 의문이 생긴다.
외국 은행들은 CRO와 CEO·CFO간 입지가 회사 내에서 거의 동등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 위기를 거치면서 CRO의 위상이 이전보다 격상된 영향이다. 하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CEO·CFO만 등기임원이고 CRO는 미등기임원이며, 리스크관리위원회 등 별도의 하위 조직으로 운영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미등기임원이란 주주총회에서 선임하지 않은 이사로 실질적 의사결정권을 부여받지 못한다.
현재 4대 금융지주에서 CRO로 활동 중인 △KB금융 서남종 부사장 △우리금융 정석영 부사장 △신한금융 방동권 상무 △하나금융 황효상 부사장 등은 모두 미등기임원이다. 4대 시중은행의 CRO인 △국민은행 최철수 전무 △우리은행 전상욱 부행장보 △신한은행 김임근 부행장 △하나은행 황효상 부행장 역시 마찬가지다.
외국은행들의 분위기는 다소 다르다. 대표적으로 유럽 산탄데르은행은 CRO가 그룹의 부회장으로 이사회 리스크위원회 의장을 맡았다. 리스크 관리 주체 역할을 강력히 수행하기 위해서다. 이외에도 JP모건체이스, 스탠다드차타드, 스코틀랜드왕립은행 등의 CRO는 CEO가 아닌 이사회에 직접 결제사항을 보고하는 체계가 정착됐다.
업계 전문가는 “말로만 위기관리 능력을 내세우지 말고 외국 사례들처럼 CRO의 지위를 위기상황에 걸맞게 현실적으로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아직 국내 금융권의 지배구조에는 빈틈이 많다. 하지만 기업지배구조보고서 의무 공시 제도를 실시한 이후 기업 지배구조 항목 준수율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법인 155사에 대해 공시 의무화 전후의 기업지배구조 현황을 비교·분석한 결과, 21개 지배구조 항목의 준수율 평균은 공시 의무화 전인 △2017년 16.1%에서 의무화를 실시한 △2019년 45.3% △2020년 47.5%로 점차 개선됐다.
공시 의무화 후 전반적으로 유의미한 결과가 나온 만큼 이 제도 자체를 체계적으로 안착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동시에 앞서 거론된 고질적인 지배구조 문제점들을 순차적으로 개선해나간다면 금융사의 ESG경영 완성도가 한층 더 높아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재아 기자 / leejaea55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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