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표준API 개발 추진…‘간편결제 개방’ 합의 3개월만
앱 하나로 내역 조회부터 승인취소까지…은행권 오픈뱅킹과 유사

네이버와 카카오 등 빅테크의 간편결제 시장 잠식에 국내 카드업계의 ‘오픈페이’ 구축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원칙적인 합의를 도출한 지 3개월 만에 핵심 기술 개발에 돌입한 것이다. 다만 자칫 카드사 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될 수 있어, 오픈페이 도입을 둘러싼 카드업계의 셈법은 복잡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여신금융협회는 지난달 ‘카드사 간 상호 호환등록을 위한 연동 규격 및 표준API 개발 추진’ 사업에 대한 입찰공고를 냈다. 사업 기간은 계약 체결일로부터 최대 3개월, 사업비는 총 2억5000만원 규모다. 현재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마치고 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
이번 사업은 카드사마다 다른 규격을 통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신용·체크·선불카드 등의 정보를 각 사 애플리케이션(앱)에 등록하고, 하나의 앱에서 결제내역 조회와 승인취소를 할 수 있게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사실상 은행권의 ‘오픈뱅킹’과 유사한 시스템이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카드업계 전반을 아우르는 통합 간편결제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은 아니고, 표준API를 각 사 앱에 이식하는 사업”이라며 “올해 11월 사업 완료 후 내년 초부터 고객에게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5월 국내 카드업계는 카드사 모바일 협의체 회의를 열고 하나의 앱에서 여러 회사의 카드를 이용할 수 있는 ‘간편결제 개방 시스템’에 원칙적으로 합의한 바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빅테크의 간편결제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는 가운데, 각 사의 개별 플랫폼으로는 대항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한국은행의 ‘2020년 중 전자지급서비스 이용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파이낸셜 등 전자금융업자의 일평균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실적은 2052억원으로 전년보다 71.2% 늘었다. 반면 금융사의 일평균 이용실적은 1369억원으로 27.5% 증가하는 데 그쳤다.
미래 주 고객층으로 꼽히는 MZ세대 역시 빅테크 플랫폼을 선호하고 있다. 최근 한국핀테크산업협회가 20·30대 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6.2%가 간편결제 서비스를 위해 주로 사용하는 수단으로 ‘핀테크 플랫폼’을 꼽았다. 핀테크 서비스를 사용하는 이유로는 편의성이 89.1%로 가장 많았다.
다만 모든 카드사가 이번에 개발될 표준API를 도입할지는 의문이다. 카드사별 플랫폼 완성도에 차이가 있어서다. 오픈페이 도입 이후 중소형 카드사들이 자칫 대형 카드사 플랫폼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지주계 카드사들의 경우 각 그룹의 통합결제 플랫폼을 통해 무한경쟁 체제에 돌입했다. KB금융그룹은 지난해 10월 ‘KB페이’를 통해 플랫폼 경쟁의 막을 올렸고, 신한금융그룹도 지난 5월 ‘신한페이’를 출시했다. 우리금융그룹과 하나금융그룹 역시 올해 말까지 통합결제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간편결제 개방 시스템에 원칙적으로 합의한 것은 맞지만, 표준API를 도입할 것이라고 100% 확신할 수 없다”며 “각 사 플랫폼 운영 전략에 따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플랫폼 이용자 수가 많은 대형 카드사는 오픈페이 도입 이후 선택지를 넓혀 고객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중소형 카드사의 경우 오히려 고객이 이탈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기율 기자 / hkps099@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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