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불타는 ESG경영…'그린워싱' 인가

시간 입력 2021-10-31 07:00:01 시간 수정 2021-10-29 16:3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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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제일제당, 플라스틱 총 사용량 미공개…플라스틱 감축 실적만 공개
오뚜기, 일회용 플라스틱 감축 로드맵…올해 안으로 수립 검토 중

▲ⓒ자료 취합

식품업계가 친환경 활동에 중심을 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런 방침에 따라 친환경 포장재 제품들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런 활동으로 플라스틱 생산량이 얼마나 줄었는지는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환경단체들은 식품업체들의 ESG 활동을 보여주기식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라고 비판하고 있다. 기업들이 상품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전체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총량인 '탄소발자국'을 투명하게 공개해 친환경 행보의 효과를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식품업체들은 지난해 말부터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해 플라스틱 빨대를 종이 빨대로 대체하거나 아예 빨대를 제거한 제품을 연이어 출시하고 있다. 또 플라스틱 재활용을 위한 업사이클링을 선택하는 식품업체들도 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마냥 곱지 만은 않다. ESG가 화두로 부상하면서 앞다퉈 친환경 제품 전략을 내세우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기 보다는 '그란워싱'이 아니냐는 입장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환경 문제가 집중적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마케팅 활성화가 플라스틱 폐기물을 더 양산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는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실제로 식품업체들이 친환경 포장재로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겠다고 했지만 오히려 플라스틱 생활폐기물은 증가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09년 플라스틱 생활폐기물은 188만톤이었지만, 2018년에는 322만톤으로 10년 새 70% 이상 증가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 생활이 일상화되며 지난해 음식 배달 용기가 전년보다 78% 늘었고, 택배 포장재(20.9%), 폐플라스틱(18.9%), 비닐(9.0%) 등의 소비도 늘었다.


염정훈 그린피스 플라스틱 캠페이너는 "기업들은 현재 생산하는 플라스틱 양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장기적인 감축 계획을 세워야 한다"며 "플라스틱 포장재를 대체하는 것은 해결책이 아닌 차선책일 뿐"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플라스틱 빨대 대신 종이 빨대를 이용하는 것도 결국 산림을 파괴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숲은 탄소를 저장하는 자원으로 나무를 이용하는 대체제도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주장이다. 플라스틱 재활용 역시 폐기할 때 온실가스가 발생하기 때문에 생산부터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이런 지적에도 많은 기업이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해 '플라스틱 재활용·업사이클링'을 도입하고 있다. 그나마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크게 바꾸지 않고 상대적으로 친환경적인 실천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농심은 투명 페트병 재활용 활성화 협약 체결했고 롯데칠성음료는 빈 생수 페트병 업사이클링을 진행하고 있다. 남양유업도 플라스틱 뚜껑을 업사이클링 하는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얼마 전 스타벅스는 다회용 컵을 사용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결국 기업은 각자의 노력에 맞춰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데이터까지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진정성 있는 친환경 마케팅이라는 주장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매일유업은 최근 이상기온과 생태계 파괴 등 환경 문제가 대두하자 발 빠르게 환경을 고려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을 약 1287톤 저감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30년산 소나무를 약 19만5348그루 심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롯데칠성음료는 포장재 EPR(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 생산자책임재활용) 제도로 자원 순환 경제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2019년 플라스틱 페트병 출고량은 4만6730톤으로 지난해는 1.4% 줄어든 4만6081톤으로 감축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부터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2018년 15만6486톤 △2019년 15만2114톤 △2020년 14만6790톤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대부분 식품업체들은 친환경 전략에 따른 플라스틱 저감 효과 등을 공개하는 데 소극적이다. 

그린피스가 지난 8월 31일 국내 5대 식품제조사의 플라스틱 문제 대응 실태를 조사,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총 생산량 대비 감축량을 보면 평균 5% 내외에 그쳤다.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이 계속 증가 추세인 점을 고려했을 때, 이는 미미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또 그린피스는 최근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 규모가 큰 상위 5개 식품 제조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러나 롯데칠성음료를 제외한 4개 기업은 자사의 플라스틱 발자국 공개가 미흡했다. CJ제일제당은 내부의 시스템 인프라가 구축되는 2025년 하반기에 공개를 계획하고 있다고 답을 미뤘다. 농심과 동원F&B는 이미 모든 자료를 환경공단에 신고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오뚜기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업무를 진행하는 부서와 협의해 공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그린피스 관계자는 "플라스틱 업사이클링 제품들은 다시 분재하고 재생산되는 플라스틱일 뿐"이라며 "결국 그 마지막은 미세 플라스틱이기 때문에 플라스틱 재활용은 오염을 미루는 효과"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은 플라스틱 배출량을 투명하게 보고하고,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재 사용량을 의미 있게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예랑 기자 / yr1116@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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