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말 4대 은행 퇴직연금 적립금 잔액 88조9444억원
수익률 1위는 신한…우리은행 ‘수수료 면제’ 승부수

국내 시중은행의 퇴직연금 적립금 증가세가 지난 3분기 들어 주춤했다. 특히 확정급여형(DB)은 전분기보다 적립금 규모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의 보수적인 운용 기조에서 벗어나 직접 노후자금을 준비하려는 니즈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런 와중에도 신한은행은 적립금 규모와 수익률 부문에서 ‘큰손’ 지위를 유지해나갔다. 하나은행은 개인형 퇴직연금(IRP)에서 뚜렷한 두각을 드러냈다.
2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국내 4대 시중은행의 지난 9월 말 퇴직연금 적립금 잔액은 88조9444억원으로 전분기 88조2580억원보다 0.7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직전분기 증가율 2.30%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DB형은 근로자 퇴직시 지급받는 급여의 수준이 사전에 결정되는 제도이며, DC형은 사용자가 부담해야 할 부담금 수준이 사전에 결정되는 퇴직연금이다. 개인형 퇴직연금인 IRP는 근로자가 이직이나 전직할 때 받는 퇴직급여와 개인이 추가적립한 부담금을 적립 후 직접 운용한다는 차이가 있다.
이 가운데 DB형은 36조4479억원으로 전체의 40.97%를 차지했다. DB형의 비중은 올해 1분기 42.41%, 2분기 41.66% 등 점차 작아지는 추세다. 적립금 규모는 2분기 1852억원 늘었으나, 3분기 들어서는 3231억원 줄었다.
DC형의 규모는 1분기 27조6870억원(32.09%), 2분기 28조2776억원(32.03%), 3분기 28조4200억원(31.95%)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반면 IRP는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 9월 말 4대 은행의 IRP 적립금은 24조766억원으로 전분기보다 3.73%(8671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4대 은행 적립금 증가분 6864억원을 웃도는 규모다.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분기 25.49%, 2분기 26.29%, 3분기 27.06%로 커졌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안정성보다 수익성을 중시하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원금 보장에 중점을 둔 은행권보다 높은 수익률을 내는 증권사로 이동하는 움직임이 있었다”며 “같은 이유로 금융사가 운용을 책임지는 DB형보다 가입자가 직접 운용하는 DC형과 IRP의 적립금 규모가 늘었다”고 말했다.
4대 은행 가운데 가장 많은 적립금을 보유한 곳은 신한은행이다. 9월 말 기준 신한은행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48조3962억원으로 4대 은행 적립금 전체의 30.80%를 차지했다. DC형은 전분기보다 1298억원 줄어든 11조5008억원이다. DB형과 IRP는 8조7453억원, 27조3962억원으로 각각 61억원, 2646억원 증가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2분기부터 6분기 연속 DB형, DC형 합산수익률 1위를 이어오고 있다. 9월 말 DB형과 DC형의 수익률은 각각 1.53%, 2.93%다. 이는 투자 성향에 따른 맞춤형 고객 관리를 강화하고, 디지털 자산 관리를 통한 수익률 제고에 주력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는 IRP에서는 하나은행이 3.78%의 수익률로 1위를 차지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4분기부터 4분기 연속 IRP 수익률 1위를 이어가는 중이다. 타깃데이트펀드(TDF)를 중심으로 한 투자상품 위주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제공하고, 원리금보장상품을 저축은행 정기예금, ELB 등 고금리 상품으로 구성해 수익률 제고에 나선 결과다.
4대 은행의 퇴직연금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1일부터 비대면 개인형 IRP 고객 수수료를 전액 면제했다. 부산은행과 경남은행 등 지방은행이 IRP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사례가 있었지만, 시중은행 가운데 수수료 면제 카드를 꺼내든 곳은 우리은행이 처음이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올 초 들어 증권사들이 수수료 면제를 내세워 시장 점유율을 높여감에 따라 은행들도 다양한 고객 유치 이벤트를 펼치고 있다”며 “수수료 면제는 수익률 제고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은행들의 고민은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기율 기자 / hkps099@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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