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기업은행,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시행
시중은행 적용은 미지수…가계대출 관리 여력 충분

중도상환수수료가 은행권 화두로 떠올랐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여권 중심으로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주장이 확대된 이후 몇몇 은행이 실제 이행하면서다. 시행 은행들은 고객의 상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주문 영향이라는 게 중론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이 지난 1일부터 올해 말까지 가계대출금 중도상환 수수료를 전액 면제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IBK기업은행도 9일부터 내년 3월 21일까지 가계대출에 대한 중도상환수수료를 50% 면제하기로 했다.
적용 대상 대출은 해당 은행에서 받은 모든 가계대출이다. 단 외부기관과 별도 협약에 따라 중도상환수수료를 부과하는 일부 상품(내집마련디딤돌대출, 버팀목전세자금대출, 보금자리론, 적격대출 등)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농협은행은 이번 조치로 고정금리 3년 만기 부동산담보대출을 받은 고객이 1년 경과 시점에 대출금 1억원을 상환할 경우 93만원 가량의 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보고 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서민금융을 지원하고 실수요자를 보호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상환 여유가 있는 고객을 대상으로 수수료 부담을 줄여 자발적 상환을 유도하기 위한 정책으로 그 배경에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주문이 자리한다. 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7%대로 4대 시중은행보다 높은 수준이다. 당국의 증가율 관리 목표치인 5~6%를 이미 넘어섰다.
정치권과 시민단체도 연일 중도상환수수료 면제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중도상환 유도 후 발생한 대출 여유분을 급전이 필요한 이들에게 양도하는 ‘선순환’ 구조를 꾀할 수 있다는 주장하고 있다.
지난 10월 열린 국정감사에서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존에 대출을 받은 사람들이 대출을 조속히 갚을 수 있는 인센티브를 준다면 새로이 대출을 원하는 사람에게 그만큼 추가적인 대출이 가능하다”며 “이는 가계부채 관리에 있어서도, 국민을 위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정책이 시중은행까지 확산될지는 미지수다. 4대 은행의 경우 기업·농협은행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가계대출 관리가 잘 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기준 신한은행 4.4%, 우리은행 4.6%, 하나은행 5.4%, 국민은행 5.5%의 가계대출 잔액 증가율을 보여 1% 안팎의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이에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지난달 13일부터 비대면 신용대출에도 중도상환수수료를 적용하기도 했다.
면제 정책의 실효성이 미미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투자와 부동산, 생활자금 등 수요가 늘어난 상황에서 대출금을 미리 상환하려는 고객은 적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가계대출 총량 규제로 은행들이 대출을 옥죄면서 상환 후 저금리 상품으로 갈아타는 경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무분별하게 대출을 일으킨 후 상환한다면 업권 업무 피로도가 가중된다는 측면에서 중도상환 수수료 면제가 반드시 순기능이 있는 것 만은 아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예전처럼 대출 실행에 어려움이 없었다면 저금리 상품으로 갈아타거나 이자 부담을 줄이는 등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정책으로 인한 효과가 있을 수는 있다”면서도 “그러나 지금은 불확실성에 대비하려는 움직임 늘어난 만큼, 수수료를 면제한다고 대출을 미리 갚을 사람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기율 기자 / hkps099@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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