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조직개편 보니…키워드는 '플랫폼'

시간 입력 2022-01-02 07:34:02 시간 수정 2022-01-02 07:3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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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기술 대응 전담 부서 신설…빅테크와 경쟁력 확보
조직 단순화 및 유기적 연계로 의사결정 속도 높여

4대 은행 본사 전경 <사진 제공=각 사>
4대 은행 본사 전경 <사진 제공=각 사>

국내 시중은행의 연말 조직개편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플랫폼’이다. 이들 은행은 미래기술 대응 전담부서를 신설해 플랫폼 역량을 강화했고, 조직을 단순화해 사업 실행력을 높였다. 기술력으로 무장한 빅테크 기업이나 인터넷전문은행과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은 지난해 연말 2022년 사업 실행을 위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빅테크 기업에 종속돼 상품 공급자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이번 조직개편에서 잘 드러난다는 평가다. 이들 은행은 플랫폼 비즈니스 강화를 위한 디지털 조직으로 체질을 바꿔 빅테크와 결전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KB국민은행은 2021년을 ‘종합금융 플랫폼’으로 도약하는 해로 삼았다면, 2022년에는 플랫폼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KB국민은행은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총 8개 부문을 데브옵스(DevOps) 조직으로 개편했다. 데브옵스는 개발 담당자와 운영 담당자가 협력하는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론을 뜻한다.

부서급 본부 구성을 기존 ‘단·실·센터·부·유닛’에서 ‘센터·부’로 단순화했다. 또 본부 및 부서급 조직의 보임가능 직위를 임원급으로 확대해 유연한 직위 운영체계를 마련했다. 보임 직위 확대 건에 대해 국민은행 관계자는 “부서의 역량과 사업 중요도, 성과 등을 고려해 임원을 부서장으로 배치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사업의 추진력을 높이고 책임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금융플랫폼본부, 고객경험디자인센터, 디지털콘텐츠센터 등을 신설해 은행의 금융플랫폼인 ‘KB스타뱅킹’의 기능 향상을 꾀하기로 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빅테크에 대응해 플랫폼의 성장을 추진하고자 디지털사업부를 만들고, 산하에 디지털신사업·인증사업 부서를 배치했다.

신한은행은 디지털 실행속도 강화에 중점을 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목적 중심적 조직 ‘트라이브’를 구축해 핵심과제 수행에 필요한 자원들을 부서 경계 없이 결합할 수 있게 했다. 이는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주문한 애자일(Agile) 조직 구성의 목적인 ‘S.A.Q(신속한 실행, 민첩성, 순발력)’에 발맞추기 위한 조치다.

또 기존 디지털혁신단을 4개 유닛으로 세분화해 전문성을 강화했다. 데이터 전략과 데이터 자문은 ‘데이터기획 유닛’이 담당한다. 인공지능(AI)와 챗봇 서비스 등은 ‘혁신서비스 유닛’이, AI 플랫폼과 빅데이터분석포털 등의 개발·운영은 ‘데이터플랫폼 유닛’이 맡는다

개인 부문에는 디지털전략그룹을 배속, ‘디지털개인부문’을 신설했다. 디지털을 중심으로 리테일 영업을 활성화해 차별화된 고객관리와 마케팅을 선보일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조직개편을 통해 ‘NO.1(넘버 원) 금융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리테일 사업을 총괄하는 ‘리테일디지털본부’를 신설하고, 여기에 개인고객 금융상품을 개발·운영하는 ‘개인금융솔루션부’와 비대면 채널·서비스 운영을 담당하는 ‘개인금융플랫폼부’를 배치해 대면·비대면 모두 최적화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미래 기술을 전담하는 부서도 새로 만들었다. ‘혁신기술사업부’는 메타버스와 블록체인 등 새로운 기술 트렌드와 금융을 결합해 플랫폼의 역량을 강화한다. 전면 시행을 앞둔 마이데이터 사업의 전담부서인 ‘마이데이터사업부’를 신설, 높은 수준의 초개인화 고객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하나은행은 은행의 디지털 전환(DT) 컨트롤타워 격인 ‘DT(디지털 전환)혁신본부’를 디지털리테일그룹 안에 신설했다. 하나금융그룹의 중점추진 항목 중 하나인 ‘디지털 퍼스트’를 실현하기 위한 조치다.

시너지를 고려한 조직 효율화도 추진했다. 기존 16그룹, 21본부·단, 60섹션으로 구성된 조직을 13그룹, 26본부·단, 55섹션으로 재구성했다. 하나의 본부에 섹션과 유닛으로 계층화됐던 조직을 섹션 없이 유닛만으로 구성한 ‘플랫폼 조직’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디지털 전환 핵심 기반인 인재, 기술, 조직, 기업문화 혁신을 통해 시장 선도적인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을 구현하고 개방형 생태계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의 이 같은 행보는 현재대로 라면 빅테크 기업에 종속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최근 한국금융연구원이 발간한 ‘빅테크의 대출기능 현황, 영향과 정책과제’ 보고서는 “빅테크는 네트워크 외부효과로 인해 규모가 커질수록 경쟁력이 강화돼 시장지배력이 커지고 독과점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금융위원회의 지원도 시중은행 조직개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위는 최근 ‘2022년도 금융정책 추진방향’에서 금융사가 다양한 사업모델을 영위할 수 있도록 업무범위를 확대하는 등 금융권 경쟁력 강화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은행의 원활한 신사업 진출, 종합재산관리자 역할 강화 등을 위해 플랫폼 사업 등 부수업무 범위 확대를 추진할 방침이다. 또 AI 활용 인프라 확충, 데이터 결합제도 개선, 맞춤형 종합 금융플랫폼 도입을 위한 오픈 파이낸스 등 디지털 전환 지원책도 추진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인터넷전문은행의 성장세나 빅테크 기업의 시장 장악력을 고려할 때 더 이상 관행적 영업방식을 고집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은행권 전반에 자리하고 있다”며 “단순한 금융업을 넘어 미래기술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조직개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기율 기자 / hkps099@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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