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發 위기감 엄습”…금융권, ‘디지털 혁신’ 속도높인다

시간 입력 2022-01-04 07:00:08 시간 수정 2022-01-03 17:2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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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혁신·인재육성 등으로 ‘종합금융플랫폼 구축’
5대 금융사, 카카오오뱅크 등과 비교 위기감 드러내

국내 금융권이 올해에도 디지털 혁신으로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대처하겠다고 선언했다.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은 신년메시지를 통해 ‘생존’, ‘위협’, ‘경쟁’ 등 위기감을 드러내는 표현을 사용했고, 빅테크와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경계심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국내 5대 금융지주의 회장들은 올해 신년메시지를 통해 경영전략의 핵심 키워드로 ‘디지털 혁신’을 내걸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그룹의 대표 애플리케이션인 ‘KB스타뱅킹’을 ‘슈퍼 앱’으로 만들어 빅테크는 물론 금융권 타사와 경쟁에서 우위에 서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각 계열사 앱들과의 상호 연계와 보완을 강화해 ‘넘버원 금융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마이데이터 사업을 통한 맞춤형 초개인화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고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메타버스 등 신기술을 활용해 고객 경험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종규 회장은 “고객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 고충점)을 끊임없이 모니터링하고 개선하면서 진정한 고객 중심 플랫폼으로 자리잡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KB금융과 리딩금융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신한금융의 조용병 회장 역시 디지털 생태계 선도를 올해 주요 경영 과제로 제시했다.

조용병 회장은 “디지털 문화를 중심으로 금융의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며 “고객은 이제 금융사의 규모와 수익이 아닌 경험의 가치에 움직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룹의 새로운 핵심가치인 ‘바르게, 빠르게, 다르게’ 아래 디지털 생태계를 이끌어가자고 강조했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손병환 농협금융 회장 역시 ‘디지털 혁신’을 최우선 기치로 내세웠다. 세부 전략은 지주별로 조금씩 달랐지만, 지향점은 ‘고객 중심 종합금융플랫폼 구축’으로 모두 같았다.

김정태 회장은 “디지털 전환이라는 구호의 나열로 그칠 것이 아니라 그룹의 디지털 핵심기반부터 재설계해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며 “이를 위한 주요 기술의 내재화, 우수한 인재의 육성과 확보, 이를 뒷받침할 조직과 인프라를 신속하게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태승 회장은 “그룹 차원에서 MZ세대 특화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해 전 세대에 걸친 고객들이 일상에서 우리의 플랫폼을 가장 먼저 떠올리도록 만들겠다”고 밝혔다. 손병환 회장은 “금융의 본질은 고객에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차별화된 디지털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국내 금융지주 회장들이 신년사를 통해 디지털 혁신을 강조한 것은 네이버와 카카오 등 빅테크와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 성장세에 대한 경계와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는 평가다.

윤종규 회장은 “자산과 이익 규모에서 많은 격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리딩금융그룹인 KB보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언급했다. 조용병 회장은 “기존 금융사들 역시 디지털 전환을 서두르고 있지만, 인터넷은행과 빅테크 계열 금융사들의 새로운 시도가 시장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태 회장은 ‘무사안일’, ‘헛된 희망’ 등 거센 표현을 쏟아냈다. 그는 “하나금융의 시가총액은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의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냉혹한 평가를 받고 있다”며 “일견 굉장히 비합리적인 결과이지만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보면, 시장은 우리를 ‘덩치만 큰 공룡’으로 보고 있고, 공룡은 결국 멸종했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위기의식은 각 금융지주 주요 자회사인 은행의 움직임에서 엿볼 수 있다. 은행권은 최근 디지털 전환을 골자로 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를 통해 데이터, AI, 메타버스 등 신기술을 전담하는 부서를 신설했고, 유기적인 소통 채널을 구축해 관련 사업 실행력도 높였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불과 몇 년 만에 인터넷은행들의 시장 지위는 ‘메기’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며 “금융권의 플랫폼 주도권 싸움은 올해 들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기율 기자 / hkps099@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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