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영원무역·영원무역홀딩스 "임원 보수한도 과다"

시간 입력 2022-02-26 07:00:05 시간 수정 2022-02-25 15:5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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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총회에서 나란히 반대표…안건은 가결
영원무역, 의류 사업 호조에 코로나19에도 실적 개선
성기학 회장, 성래은 사장 등 오너家 보수총액 증가…나머지 등기이사 보수는 감소  

국민연금이 지분을 일부 보유하고 있는 의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인 '영원무역‘과 지주사인 ’영원무역홀딩스‘의 임원 보수한도가 과다하다며,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이사 보수 한도액 승인' 안건에 나란히 반대표를 던졌다.

26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2020년부터 2021년까지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행사한 725개 기업의 주주총회(1432회)를 조사한 결과, 국민연금이 영원무역과 영원무역홀딩스의 주주총회에서 던진 반대표는 2020년 0건에서 2021년 2건으로 늘었다.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진 안건은 모두 ‘이사 보수 한도액 승인’이라는 안건에 해당했으며, 가결됐다. 두 회사의 이 안건에 대한 국민연금의 반대 이유는 같았다.

국민연금은 “보수한도 수준이 보수금액에 비추어 과다하거나, 보수한도 수준 및 보수금액이 회사의 규모, 경영성과 등에 비추어 과다한 경우에 해당해 반대”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국민연금은 2020년 영원무역의 주주총회에서도 ‘이사 보수 한도액 승인’ 안건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했는데, 이 당시엔 반대하지 않고 찬성표를 던진 바 있다.

국민연금만 해당 안건에 반대 의사를 밝힌 건 아닌 것으로 보인다. 2021년 주주총회에서의 이 안건 반대표 비율은 전년비 모두 증가했다.

실제 영원무역홀딩스는 2020년 열린 46기 주주총회에서도 ‘이사 보수 한도액 승인’ 안건을 상정했다. 이 당시 찬성 비율이 99.9%, 반대 비율이 0.1%로 반대 비율이 극히 적었다. 하지만 2021년 열린 47기 주주총회에서는 찬성 비율이 86.0%, 반대 비율이 14.0%로 반대 비율이 10%포인트 넘게 상승했다.

영원무역의 11기(2020년) 주주총회에서 ‘이사 보수 한도액 승인의 건’에 대해서는 찬성 비율이 85.0%, 반대 비율이 15.0%를 기록했다. 이어 12기(2021년) 주주총회에서는 찬성 비율이 70.7%, 반대 비율이 29.3%로 역시 반대 비율이 14.3%포인트 상승했다.

핵심 기업인 영원무역의 실적은 최근 3년 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다만, 국민연금을 포함한 일부 주주는 이사 보수 한도를 올리기에는 부족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추정된다.

2020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본격적으로 전 세계에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의류 업체에게는 큰 악재가 될 것으로 전망됐으나, 영원무역의 2020년 실적은 전년비 개선됐다. 영원무역의 연간 연결 기준 매출액은 △2018년 2조1013억원 △2019년 2조3883억원 △2020년 2조4664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018년 2010억원 △2019년 2376억원 △2020년 2597억원을 기록했다. 주당 현금배당금도 △2018년 350원 △2019년 400원 △2020년 500원으로 증가하며, 주주환원도 조금씩 늘렸다.

▲ⓒ(왼쪽부터)성기학 영원무역 회장, 성래은 영원무역 사장. 

결과적으로 이사 보수 한도액이 증액되면서 실제 영원무역의 이사와 감사의 보수총액이 늘었다. 하지만 모두의 보수가 일제히 증가한 건 아니다. 오너일가의 보수가 늘었고, 이것이 이사·감사의 전체 보수총액이 증가하는 데 큰 영향을 줬다. 

창업자인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이 영원무역에서 수령한 보수는 △2019년 10억원 △2020년 15억원으로 1년 새 5억원 증가했다. 성 회장의 세 딸 중 둘째인 성래은 영원무역 사장의 보수는 △2019년 5억8700만원 △2020년 8억7500만원으로 2억8800만원 늘었다.

2020년 성 회장과 성 사장의 보수총액은 모두 전년비 증가했다. 두 사람의 보수총액 합계액은 23억7500만원이다. 같은 시기 영원무역의 이사(등기 5명, 사외 4명)들의 보수총액은 33억4100만원이었다. 이 중 성 회장과 성 사장의 보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71.1%에 달한다.

성기학 회장과 성래은 사장의 보수가 2019년에서 2020년 증가했을 때, 나머지 등기이사나 사외이사(감사위원회 위원 3명 포함)의 보수가 동일하게 증가하진 않았다. 사외이사(4명)에 포함된 감사위원회 위원의 보수 총액은 1억2000만원으로 2년 간 동일했다. 사외이사 1명의 보수총액만이 3500만원에서 4800만원으로 1300만원 증가했다.

성 회장과 성 사장이 포함된 등기이사 5명의 보수총액은 △2019년 27억6400만원에서 △2020년 31억7200만원으로 4억800만원 증가했다. 하지만 이 등기이사 5명에서 성 회장과 성 사장 두 사람을 제외하면 보수총액은 △2019년 11억7700만원에서 △2020년 7억9700만원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이 기간 동안 등기이사진에 변동은 없었다.

성래은 사장은 영원무역홀딩스의 대표이사이기도 하다. 성 사장이 영원무역홀딩스로부터 수령한 보수는 △2020년 9억7500만원을 기록했다. 성 사장이 2020년 영원무역과 영원무역홀딩스 등 두 곳에서 받은 보수를 합치면 18억5000만원에 달한다. 

영원무역은 브랜드사로부터 수주를 받아 의류를 위탁생산 하고 있다. 알려진 브랜드로는 ‘노스페이스’, ‘파타고니아’, ‘룰루레몬’ 등이 있다. 노스페이스와 파타고니아는 아웃도어 브랜드며 룰루레몬은 요가복 브랜드다. 아웃도어 의류, 요가와 같은 운동복 모두 코로나19로 오히려 인기가 늘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윤선 기자 / yskk@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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