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근무 도입에 직급폐지…‘개발자 무덤’ 이미지 벗는 은행권

시간 입력 2022-04-27 18:00:08 시간 수정 2022-04-27 18: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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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국민銀, 자유로운 소통으로 협업하는 업무공간 개설
IT 인재 채용 노력 일환…“변화 실감” vs “아직 멀었다” 엇갈려

보수적이고 경직된 이미지가 강한 은행권이 최근 체질 개선을 꾀하고 있다. ‘디지털 혁신’ 열풍속에서 IT 인력난에 허덕이는 금융권이 양질의 인재를 잡기 위한 변화에 나선 것이다. 

28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은 최근 조직문화 개선과 자유로운 소통을 목적으로 한 공간과 프로그램을 마련 MZ 세대 포용에 나서고  있다. 

여직원의 유니폼을 폐지한 데 이어 남직원의 정장 착용도 의무화하지 않고 직급이나 근무 시간도 자율화하는 과감한 도전까지 등장하고 있다.

이를 두고 보수적인 허례허식을 벗고 업무 효율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평가가 있는가 하면 보여주기식 행위일 뿐 실질적인 체질개선은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복장 자율화나 근무시간 제도 등도 업무량이나 부서에 따라선 실제 적용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아직까지 은행권은 타 업권에 비해 보수적인 느낌이 많아 외부 업계에서 들어온 경력 직원의 경우 적응을 어려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복장 자율화, 직급 폐지 등은 IT 업종에서는 흔한 움직임이다. 최근 출범한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자유로운 기업문화가 회자되며 젊은 인재들을 끌어들이자, 시중은행도 이를 차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장 의무착용이 폐지돼 편안한 차림으로 출근해서 업무를 볼 수 있어 만족스럽다”며 “예전에 비해 업계 자체가 많이 자유로운 분위기로 변하는 것이 실감난다”고 전했다

앞서 2019년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을 시작으로 유니폼 의무착용이 폐지됐으며 우리은행은 2020년, 농협은행은 지난해 유니폼을 없앴다.

유니폼 폐지를 넘어 근무복 자율화까지도 도입되고 있다.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은 근무복장의 전면 자율화를 선언했다. 기존에는 남직원에 대해서는 정장착용 혹은 비즈니스 캐주얼까지만 허용했지만 이마저도 제한을 두지 않게 된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직급 호칭을 폐지하는 은행들도 나왔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2월 호칭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은행은 ‘9to6’ 점포를 열며 오전 9시~오후 4시 근무 오전조와 오전 11시~오후 6시 근무 오후조로 나누어 근무토록 하는 유연근무제를 일부 도입한 상태다. 신한은행도 주 4.5일 근무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의 사무공간을 변경해 자유로운 토론과 소통이 가능한 형태의 공간도 실험적으로 구성되고 있다. 외부 전문가 및 실무자와의 소통을 장려해  ‘디지털 DNA’를 적극 수혈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는 모습이다.

우리은행의 '팁 카페(tip cafe)'. <사진=우리은행>

우리은행은 최근 디지털 프로젝트와 신사업 발굴을 위한 ‘테크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워크숍 형태의 이 프로그램은 우리금융 내 IT 업무를 수행하는 자회사 우리FIS의 직원과 은행 실무진 4~6명이 한 조가 돼 디지털 신사업 등과 관련한 아이디어 공유·솔루션 도출은 물론 기술 검증까지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여의도에 ‘팁 카페(Tip Cafe)’라는 신개념 업무공간도 마련했다. 기존의 사무실 공간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도록 구조화했으며, 메타버스 체험룸 등을 설치해 직원들이 혁신기술을 체험하고 업무에 반영하도록 했다.

KB국민은행은 여의도 사옥에 ‘KB 디스퀘어(D-square)’를 열고 디지털 전환 관련 부서 직원을 한데 모았다. 이곳에서는 고객의 사용 경험 분석과 서비스 재설계를 추진하는 고객경험디자인센터와 금융거래‧투자‧부동산 등 정보 이용을 지원하는 디지털콘텐츠센터를 마련했다.

또 외부 전문가와 교류하며 소통할 수 있는 산학협력연구실, 협업공간도 만들었다. 스마트오피스를 기반으로 자율좌석제를 도입했으며 화상회의실 등 특화 공간도 신설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예슬 기자 / ruthy@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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