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지급여력 제도 앞둔 보험업계, 금리 상승에 ‘자본확충’ 차질

시간 입력 2022-05-01 07:00:04 시간 수정 2022-04-29 13:4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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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보험사 RBC 비율 246.2%…전년比 28.7p↓
보험사 건전성 비상…자본확충 릴레이 나서
금리 인상에 채권 가치 하락…한은, 연내 추가 인상 예고

보험사들이 올해 들어 연달아 자본 확충에 나서고 있다. 이는 금리 인상으로 악화한 재무건전성을 회복시키려는 조치이지만 자본확충 속도는 보유채권 가치 하락 속도에 미치지 못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평가하는 ‘보험지급여력(RBC) 비율’은 보험계약자가 일시에 보험금을 요청했을 때 이를 보험사가 지급할 수 있는지를 수치화한 지표다. 보험업법은 100% 이상을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금융당국 권고 비율은 150%다.

1일 금융감독원 집계에 따르면, 보험사의 평균 RBC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246.2%로 금융당국의 권고치를 상회했다. 다만 전년보다는 28.7%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금리 인상에 따라 보험사가 보유한 매도가능증권평가이익이 감소한 영향이다.

보험사는 보유채권을 만기보유증권과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한다. 만기보유증권은 장부가로 처리하지만 매도가능증권은 매 분기 시장 가치를 반영해 평가손익을 산정한다. 앞서 2020년 일부 보험사들은 채권재분류를 통해 만기보유증권 전량을 매도가능증권으로 변경, 저금리에 따른 평가이익 상승을 꾀했다.

문제는 금리 인상 속도가 업계 예상보다 빨랐다는 점이다. 금리인상이 가팔라지면서 보험사 보유채권 가치는 역으로 하락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해 8월 기준금리를 기존 0.50%에서 0.75%로 0.25%포인트 올린 데 이어, 그해 11월과 올해 1월, 4월까지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한은은 추가 기준금리 인상도 예고한 상태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보험사 보험부채는 원가 기준이기 때문에 금리 상승시 자산의 채권 가치하락만큼 회계적 자본이 감소하고 RBC비율이 하락한다”며 “대부분 보험사들은 채권 계정에 따라 금리 0.1%포인트 상승 시 RBC 비율이 1~5%포인트 정도 하락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재분류한 채권은 최소 3년간 변경할 수 없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은 올해 들어 후순위채권, 신종자본증권 등으로 자본확충에 집중하고 있다. 증권정보포탈에 따르면 올해 들어 보험사가 발행한 후순위채권 및 신종자본증권은 1조3650억원으로 전년 동기(2550억원)보다 435.3% 증가했다.

업계가 겪는 또다른 고충은 RBC 비율 규제가 내년 신지급여력제도(K-ICS·킥스)로 대체된다는 점이다. 기준 RBC에 준해 재정을 관리해 온 보험사로서는 고충이 늘어난 셈이다. 이 때문에 업계 일부는 내년 도입될 새 회계기준을 준비하는 과도기인 만큼, 건전성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한 것이다.

K-ICS는 보험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게 되면서 각 보험사 상황에 따라 재무건전성이 개선될 여지가 있다. 한화생명의 경우 새 제도 내에서 지급여력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킥스를 중심으로 재무건전성을 관리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지난 22일 이찬우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주재로 열린 보험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도 새 제도를 앞두고 있는 만큼, 현행 RBC 비율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해 K-ICS에 대처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달라는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규제 완화에 신중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정은보 금감원장은 지난달 24일 “최근 가파른 시장금리 인상에 따라 보험사가 보유한 채권평가손실 증가로 재무건전성에 영향을 주고 있어 단기적 재무충격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자본확충 필요성을 강조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기율 기자 / hkps099@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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