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여금 2조’ 곳간 두둑한 대형 저축은행…주주 배당에 미온적인 이유

시간 입력 2022-05-10 17:52:56 시간 수정 2022-05-10 17:5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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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이익잉여금 71% 급증…2조원 돌파
페퍼저축은행만 3년 연속 배당 실시…SBI저축銀 검토 中

지난해 자산규모 상위 5대 저축은행의 실적이 크게 개선되면서 이익잉여금이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자들은 이익 증대에 고배당을 기대하는 상황이나 페퍼저축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대형사는 주주환원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업계는 금융당국의 권고에 따라 배당을 늘리기보다는 손실흡수능력을 키우는 게 우선 순위라는 입장이다. 

10일 은행권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상위 5대 저축은행(SBI·OK·한국투자·웰컴·페퍼저축은행)의 이익잉여금은 2조668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1조2053억원 대비 71.4%나 증가한 수치이다.

이익잉여금 증가액 SBI저축銀 1위…배당은 ‘페퍼저축銀’ 유일

통상 금융사는 수익이 발생하면 이를 이익잉여금 형태로 적립한다. 이익잉여금은 기업의 경상적인 영업활동, 고정자산 처분 등 임시적인 손익거래에서 생긴 결과로 주주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하거나 자본으로 대체되지 않고 남아있는 순 자금을 의미한다. 2011년 저축은행 부실사태 이후 기초체력 강화에 매진하면서 업계는 이익잉여금을 늘려 현금유동성을 확보하는 데 주력해 왔다. 

작년 기준 이익잉여금 증가액이 가장 큰 곳은 SBI저축은행으로 나타났다. 2020년 492억원으로 5대 저축은행 가운데 이익잉여금이 가장 적었지만 1년 새 7배(3493억원) 불어난 3986억원을 쌓았다. 같은 기간 OK저축은행도 4554억원에서 6988억원으로 늘어 53.4%(2434억원) 가까이 증가했다. 이어 △웰컴저축은행 1124억원 △페퍼저축은행 788억원 △한국투자저축은행 775억원 순으로 증가액이 많았다.

이처럼 저축은행의 이익잉여금은 급증했지만 정작 배당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 올해는 대형사 중 페퍼저축은행만 유일하게 우선주에 대해 주당 5000원, 총 30억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엔 5대 저축은행 가운데 2020년 결산 실적에 따라 한국투자저축은행과 페퍼저축은행이 각각 120억원, 30억원 결산 배당을 실시한 바 있다.

폐퍼저축은행 관계자는 현금배당을 실시하게 된 배경으로 “페퍼저축은행의 경우 3년 연속 배당을 실시하고 있다”며 “지난해 실적이 크게 개선되고 이익잉여금도 늘어 주주에게 이익을 환원하는 차원에서 20201년 결산 실적에 대해 배당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일본계 저축은행, 고액 배당 부담…금융당국 권고 따라 손실흡수능력 주력 나서기도

일부 저축은행의 경우 외국인, 개인주주, 대주주 등 지배구조가 복잡한 타 업권과 달리 단일 대주주로 구성돼 배당 압박이 적은 편이다. 

다만, 일본계 등 외국계 자본으로 구성된 저축은행은 고액 배당을 실시할 경우 자본 국외유출 논란을 일어날 수 있는 만큼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이 때문에 일본계 저축은행으로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은 한국에 진출한지 10년이 넘었지만 한 번도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다.

업계에 따르면 SBI저축은행이 머지 않는 시점에 첫 배당을 실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작년 SBI저축은행을 소유하고 있는 일본의 SBI홀딩스가 2020년 결산 실적을 발표하며 2023년 결산 실적을 바탕으로 첫 배당을 실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SBI저축은행 내부에서도 2021년 호실적을 달성하면서 배당시기에 대한 의견 조율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배당 일정이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던 건 맞지만 아직 세부적인 일정에 대해 결정된 사항은 없다”며 “올해까지 영업을 해봐야 가닥이 잡힐 것 같고 배당을 하더라도 주주배당이 아닌 한국 사업에 재투자하는 형태로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권고에 따라 저축은행업계에서는 내실 다지기에 더 주력한다는 분위기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에 따른 잠재 부실 현재화에 따라 금융권 전체에 배당을 자제하라고 권고했다. 업계 역시 2011년 부실저축은행 사태 이후 결손을 메우고 수익 구조가 안정화된지 얼마 지나지 않은 만큼 당분간 손실흡수능력을 강화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CEO스코어데일리 / 안은정 기자 / bonjour@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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