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가능할까…은행권 ‘비금융 진출’ 법 개정 기대감

시간 입력 2022-05-16 07:00:03 시간 수정 2022-05-13 17:5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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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정부, ‘디지털 금융 혁신’ 일환 은행법 등 개정 논의 중
법 개정되면 은행 알뜰폰‧음식배달업 등 ‘한시적’ 부수업무 영위가능
비금융사 출자‧가상자산업 진출도…업계 요구 모두 담길지는 ‘미지수’

금융계가 오랫동안 바라 왔던 은행법 시행령 개정을 위한 논의가 국회에서 다시 이뤄지면서 업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법 개정이 현실이 될 경우 현재 금융사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지만 규제에 막혀 사업화가 어려웠던 비금융산업이나 가상자산업 등에 진출해 수익다각화에 나설 수 있게 된다.

법 개정은 금융산업의 경직성을 타파하고 디지털 혁신을 이루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는 게 업계 바람이다. 하지만 과거에도 금융혁신을 위한 여러 입법 시도가 있었지만 특혜 의혹이 불거지는 등 잡음 속에서 업계가 만족할 만한 수준의 개선은 이뤄지지 못했기에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특히 은행권은 빅테크의 성장 밑거름이 규제 완화에 있었기에 은행권도 공정한 잣대 위에 놓인 선상에서 경쟁을 펼칠 수 있도록 요구하고 있다.     

◆새 정부 ‘디지털 금융혁신’ 공약에 금융업계 ‘기울어진 운동장’ 개선 기대

지난 10일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금융분야 핵심 과제 중 하나로 ‘미래 금융을 위한 디지털 금융 혁신’을 내걸었다. 금융사의 보안 규제를 완화해 가상자산, 빅데이터 등 다양한 신기술을 금융과 접목해 새로운 서비스와 신사업 진출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여러 차례 정치권과 업권 사이 ‘뜨거운 감자’로 여겨졌던 은행법 개정은 다시 물살을 타고 있다. 현재 논의되는 개정 법안의 주 골자는 △금융사의 비금융사 출자 제한 완화 △비금융 부수업무 범위 확대 △겸영 업무에 가상자산업 추가 등이다.

현행법상 은행은 비금융사 지분을 20% 이상 확보하기 위해선 금융위원회의 승인이 필요하며 비금융 스타트업의 지분을 15% 이상 보유할 수도 없다. 또 은행의 고유 업무에 해당하지 않는 업무는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그간 금융사들은 빅테크 업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엄격하게 적용되는 규제를 놓고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불만을 터트려 왔다.

앞서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은 지난 1월 간담회에서 “빅테크는 금융 데이터를 구하기 쉽지만 은행은 비금융데이터를 구하기 어렵다”며 “마이데이터를 예로 들면 은행들은 가장 비밀스런 정보인 고객의 송금 동기 등 상세한 금융거래정보를 빅테크에 공개해야 하나, 반대로 빅테크는 상거래 정보를 ‘대분류’만으로 제공해 은행들은 의미있는 정보를 얻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 은행권, 규제에 막혀 차별적 서비스 개발·제공 제한적

최근 은행업계의 당면 과제인 디지털 플랫폼 경쟁력 강화 및 비이자수익 증대를 위해서도 규제 완화가 선결돼야 한다고 업계는 입을 모으고 있다.

올 초 관 주도로 실시된 ‘마이데이터’의 경우 총 10개 은행이 참여하고 있지만 각 사별로 제공하는 서비스는 비슷비슷한 것이 현실이다. 주로 고객의 자산과 소비현황을 모아 보여주거나 소비패턴을 분석해 적합한 상품을 소개하는 정도가 대부분이다. 재테크‧생활정보를 제공하거나 저축 목표 설정 등의 기능도 ‘대동소이’한 형태로 도입돼 있다.

이러한 현상은 금융 외 서비스 제공이 어려운 현행 은행법상 규제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결국 서비스 자체로 차별화가 어려운 은행들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은 자사 마이데이터 가입자에 대해 상품 우대금리를 지급하거나 경품을 내거는 등 ‘물량공세’ 마케팅이었다. 

여기에 최근 시중은행들이 비금융 서비스에 경쟁적으로 진출하며 수익 다각화에 나서고 있지만, ‘금융규제 샌드박스’ 등 한시적으로 허용을 받아 제한적으로 시행되고 있다는 한계가 있다.

일례로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사업 ‘리브엠’은 현재 사업기한이 내년 4월 16일까지로 정해져 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올 초 기준 가입자수가 24만명을 넘어섰지만, 재연장 여부도 금융위의 의지에 달려 있어 당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신한은행의 음식배달 서비스 ‘땡겨요’도 특례기간에 한해서만 운영할 수 있다.

만약 새 정부가 추진 중인 은행법 개정안이 예정대로 통과될 경우 은행은 이러한 비금융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영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은행업법 개정 논의 수차례 이뤄졌지만…업계 현안 모두 반영될지는 미지수

신한은행의 음식 배달업 '땡겨요'. <사진=신한은행>

이르면 올 하반기 은행법 개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는 가운데 업계의 기대감은 이미 뜨겁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업계가 지향하는 플랫폼 금융업은 결국 고객 밀착형 생활 서비스를 얼마나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금융위 주관 회의가 수 천회에 달할 만큼 활발하게 논의가 되고 있어 업계에서도 은행업법 개정을 통한 혁신금융 발전의 기회를 얻을 것으로 크게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도 “아직 구체적 안은 나오지 않았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기존 규제로 인해 빅테크와 달리 신사업 진출에 제한이 있어 아쉬움이 많았는데 개정이 이뤄지면 비금융시장 내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고객에게도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금융권의 요구사항이 모두 개정안에 담길 수 있을지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 그간 금융당국에서는 이전 정부에서도 금융권의 비금융 진출을 위한 규제 완화에 나섰지만 여전히 업계가 체감하는 규제의 벽은 높다.

고객 개인정보 등 민감한 부분을 건드리는 이슈 역시 당장 개정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업계가 요청하고 있는 금융지주 내 계열사 간 고객정보 공유 허용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여전히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금융사의 고객정보 관련 사고도 이러한 신중론을 뒷받침하고 있다.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지난달 윤재옥 국회 정무위원장을 만난 은행장들은 디지털 금융 생태계 조성을 위해 은행의 생활서비스 진출을 허용해 달라고 요청에 윤 위원장은 이를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럼에도 법 개정에 회의적인 현재 야당이 국회 의석 다수를 점한 상황에서 논의 진척 속도는 더딜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수 년간 은행업계가 규제완화를 요구해 왔고 당국에서도 점차 빗장을 풀어 왔지만 여전히 업계가 체감하는 규제의 벽이 높다”며 “이번에는 보다 실효성 있는 규제 완화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예슬 기자 / ruthy@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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