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중립에 생존 달렸다... 포스코, 자체 개발 기술 '하이렉스' 주목

시간 입력 2022-05-27 15:00:18 시간 수정 2022-05-27 15: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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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포항 제철소 전경. <출처=포스코>

탄소중립 시대가 도래하면서 철강산업이 큰 도전에 직면했다. 외부적으로는 지구 온난화 위기 속 저탄소 제품에 대한 요구가 매년 높아지고, 내부적으로는 제철공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줄이기 위한 신기술 개발과 대규모 설비 투자가 요구된다. 국내 철강사들은 수십년간 지속해 온 제철공법을 저탄소 체제로 전환해야해 철강사의 생존이 탄소중립에 달렸다는 말도 나온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수소환원제철기술 개발, 재생에너지 확대, CCS 등 ‘2050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탄소중립 실행방안을 세웠다.

포스코의 탄소 중립 비전 핵심은 자체 개발 기술인 '하이렉스(HyREX)'다. 하이렉스는 포스코가 보유한 파이넥스(FINEX) 유동환원로 기술을 기반으로 가루 상태의 철광석과 수소를 사용해 쇳물을 제조하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이다.

수소환원제철은 화석연료 대신 수소(H₂)를 사용해 철을 생산하는 기술이다. 석탄·천연가스와 같은 화석연료는 철광석과 화학 반응하면 이산화탄소(CO₂)가 발생하지만 수소는 물(H₂O)이 발생하기 때문에 수소환원제철은 철강제조과정에서 탄소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수소환원제철 핵심 설비, 하이렉스의 '유동 환원로'

석탄, 천연가스, 수소의 공통점은 철광석(Fe₂O₃)에서 산소(O₂)를 떼어내는 환원제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수소환원제철의 핵심은 바로 수소에 의해 철광석의 환원반응이 일어나는 설비인 ‘환원로’에 있다.

전통적인 제철공정에서 환원로의 역할은 ‘용광로’(고로)가 담당한다. 고로 조업은 철광석과 석탄을 사용하기 적합한 형태로 가공해 고로에 넣고 뜨거운 공기를 불어넣으면서 이뤄진다. 뜨거운 공기는 석탄을 연소시키고 이 때 발생되는 일산화탄소 가스는 철광석에서 산소를 떼어내는 환원 반응을 일으킨다. 고로 내부에 발생하는 1500도 이상의 열은 철광석을 녹이는 용융반응을 일으키며 쇳물을 만든다. 즉, 환원반응과 환원된 고체 철(Fe)을 녹이는 용융반응이 석탄에 의해 고로 내에서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수소환원제철공정에서는 환원반응과 용융반응이 고로가 아닌 ‘환원로’와 ‘전기로’라는 두 가지 설비에서 각각 분리돼 일어난다. 먼저 환원로에서 철광석 (Fe₂O₃)을 고온으로 가열된 수소와 접촉시켜 고체 철(Fe)을 제조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제조된 철을 직접환원철(DRI, Direct Reduced Iron)’이라고 부른다. 이후 이 DRI를 전기로에 넣어서 녹이면 쇳물이 생산되는 것이다.

수소환원제철의 핵심이 환원로인 이유는 아직 전세계적으로 100% 수소만을 사용해 DRI를 생산하는 환원로가 상용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파이넥스(FINEX)에 적용된 유동환원로 기술을 기반으로, 수소를 100% 사용하는 하이렉스 기술 개발을 정부를 포함한 국내 철강사들과 함께 추진 준비중이다.

반면 유럽, 미국, 중국 등 해외 철강사들은 천연가스(CH₄)를 일산화탄소(CO)와 수소(H₂) 가스로 개질하여 사용하는 샤프트환원로(Shaft Furnace)를 기반으로 기술 개발을 추진중이다.

유동환원로와 샤프트환원로의 차이

포스코의 유동환원로와 해외 철강사의 샤프트환원로의 차이점은 크게 3가지다. 먼저 원료 자체의 차이다. 샤프트환원로는 철광석을 파쇄·선별한 후 일정한 크기의 구형으로 가공한 펠렛(Pellet)을 사용하지만 유동환원로는 별도의 가공없이 광산에서 채굴한 가루 상태의 철광석을 그대로 사용한다.

원료와 수소 환원가스와의 접촉 방식의 차이도 존재한다. 샤프트환원로는 고온의 환원가스인 수소가 환원로에 안에 쌓여 있는 펠렛의 사이사이 빈 공간을 아래에서 위로 지나가며 펠렛의 환원반응을 일으킨다. 이렇게 환원된 펠렛은 환원로에 들어온 순서대로 DRI가 되어 밖으로 나간다.

반면 유동환원로는 고온의 환원가스가 환원로 하부의 분산판을 통해 골고루 분사돼 가루 상태 철광석을 공중으로 띄워 액체를 혼합하듯이 서로 뒤섞으면서 환원반응을 일으킨다. 이 같은 접촉 방식의 차이로 인해 유동환원로는 철광석을 펠렛으로 사전 처리 하지 않고 분광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셋째는 탄소 배출의 차이다. 일반적으로 펠렛 1톤 생산시 50~150kg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이는 샤프트환원로가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펠렛 제조에 사용되는 에너지도 풍력, 태양광 같은 그린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 반면 철광석 분광을 그대로 사용하는 유동환원로는 펠렛 가공과정에서의 탄소배출을 염려할 필요가 없다.

하이렉스 통한 포스코의 탄소중립 비전

포스코는 지난해 10월 수소환원제철 국제포럼 HyIS 2021 (Hydrogen Iron & Steel Making 2021)을 개최했으며, 이 자리에서 하이렉스 기술을 글로벌 철강사들에 처음 선보였다. 포스코는 오는 2030년까지 하이렉스 기술을 검증함으로써 탄소중립으로 전환되는 미래 글로벌 철강 기술 리더십을 강화하고 그린철강 시대를 주도해나가겠단 방침이다.

우선 포스코는 정부 및 국내 철강사와 협업해 2028년까지 포항제철소에 연산 100만톤 규모의 시험설비를 건설한다. 이를 통해 하이렉스 기술 상업화 가능성을 확인할 예정이다.

수소환원제철 전용의 새로운 전기로 공정 기술 개발도 추진된다. 포스코는 파이넥스 공정 개발과정 중 확보한 기술과 경험을 활용, 2030년까지 하이렉스 기술을 검증할 계획이다. 또한 2050년까지 포항·광양 제철소의 기존 고로 설비를 단계적으로 수소환원제철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CEO스코어데일리 / 편은지 기자 / silver@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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