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업’ 변신 꾀하는 은행권…넥타이 풀고, 호칭·직급도 단순화

시간 입력 2022-06-17 07:00:11 시간 수정 2022-06-16 17:5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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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은행, 지방은행 최초로 일부 부저 호칭 자율화
보수적인 이미지 탈피하고 수평적 문화 심어 디지털 혁신 ‘가속화’

시중은행 호칭 변경 현황. <자료=각 사>

보수적 특색이 강한 은행권에서 수평적 조직 문화를 조성하고자 새로운 시도에 나서고 있다. 딱딱한 직급 대신 새로운 호칭을 부여하거나 복장 자율화를 도입하는 등 이미지 변신이 대표적 예이다. 창의성과 자율성이 중요한 요소로 부상한 디지털 금융시대에 조직 문화를 유연하게 바꾸려는 행보는 계속될 전망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BNK경남은행이 지방은행 중 최초로 복장 자율화에 이어 일부 사업본부 직원의 호칭을 단순화했다. 이에 따라 디지털금융본부, 투자금융본부, 투자금융업본부에서는 '리더'와 '매니저'로 통일된 호칭을 사용한다. 고용형태 구분 없이 동일한 호칭을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경남은행 관계자는 “아직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어 구체적인 성과가 나온 건 아니지만 효과를 따져 확대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 중에서는 신한은행이 지난해 2월 호칭 문화를 탈피해 부서별 자율 호칭제를 시행하고 있다. 관리자급(부부장급) 이상은 ‘수석’ 그 이하는 ‘매니저’와 ‘프로’ 등으로 부르는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부서별 논의에 따라 다른 호칭도 사용 가능하다.

하나은행은 영어식 호칭을 도입했다. 하나금융지주는 계열사 직원들로부터 영어 닉네임을 그룹 포털에 등록 후 사용할 것을 권장했다. 도입 이후 일부 은행 영업점과 본점에서 회의 시 서로의 영어 이름을 부르고 대외적으로 필요할 경우 기존 직급과 직함을 사용한다. 지난 3월 부임한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닉네임은 영어 ‘화합(Collaboration)’에서 따온 ‘콜라보’로 확인됐다.

국민은행은 호칭 문화는 여전히 남아있지만 조직의 빠른 의사 결정을 위해 지난해 초 20명 미만의 부서에선 팀장을 없애고 부장에게 직보 하는 형식으로 보고 체계를 단순화했다.

이처럼 은행권에서 호칭을 파괴하고 자율적인 문화를 도입하는 건 은행의 생존 전략인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려는 이유에서다. 신속한 의사결정으로 업무 효율성을 제고하지 않으면 디지털 금융 시대에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실제 디지털과 신기술을 무기로 내세워 금융권 ‘메기’로 등장한 인터넷전문은행은 호칭을 파괴하며 수평적 조직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모든 직원들이 영어 이름을 사용하고 있고 케이뱅크와 토스뱅크 역시 호칭에서 벗어난 ‘님’ 문화를 조성했다. 출범할 때부터 수평적이고 유연한 근무 체계를 도입해 사회 초년생에게 호응을 얻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직까지 보수적인 문화가 남아있긴 하지만 호칭 변경을 시작으로 좀 더 유연한 조직 문화를 조성해 디지털 전환 속도를 높이려는 은행들의 시도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안은정 기자 / bonjour@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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