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목숨건 '반도체 외교'... EUV 노광장비 확보 총력  

시간 입력 2022-06-17 07:00:02 시간 수정 2022-06-17 05:2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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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미세 반도체 핵심 장비... "EUV 없인 못 만든다"
450조 투자 계획 본격화... 올해 EUV 10대 확보 목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에서 피터 베닝크 ASML CEO와 환담하며 걸어가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유럽 출장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일정이 '반도체 초격차'에 집중됐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 제패를 공언한 만큼 EUV(극자외선) 노광장비 확보를 위해 이 부회장이 직접 '반도체 외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지난 7일 유럽으로 출국한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14일, 15일 네덜란드와 벨기에 국경을 넘나드는 일정을 소화했다. 14일에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만남을 가진 후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본사를 방문하고, 15일엔 벨기에 루벤으로 이동해 종합반도체 연구소 아이멕(imec)을 찾았다.

이번에 공개된 이 부회장의 출장 일정은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인 장비 확보와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 방향 논의 등 반도체에 집중돼 있다. 지난달 5년간 450조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밝히면서 "목숨걸고 하는 것"이라 강조한 만큼 '반도체 초격차'에 대한 이 부회장의 위기감과 의지가 여실히 드러난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부회장이 네덜란드 총리와 만나 ASML 장비의 안정적 공급에 대해 협조를 요청하고, 20개월 만에 ASML 본사를 다시 찾은 것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확대에 대한 결연한 의지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파운드리 사업의 필수 장비로 꼽히는 EUV가 ASML에서 독점 생산되기 때문이다.

EUV 노광장비는 반도체 원판인 실리콘 웨이퍼에 7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의 미세 회로를 새길 수 있는 최첨단 필수 장비다. 반도체 공정에서 7나노 이하 미세공정이 점차 중요해지면서 EUV 노광장비의 중요성도 커졌다.

업계 관계자는 "EUV 노광장비 없이 반도체 생산은 가능하지만 고성능, 고품질 반도체는 생산할 수 없다"며 "반도체는 7나노, 5나노, 3나노 등 지속적으로 작아지고 EUV 장비 확보는 곧 반도체 기업의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EUV 노광장비는 전 세계에서 ASML이 독점 생산하고 있단 점이다. 생산량도 일년에 40~50대 수준으로 한정적이다. 이 때문에 대당 2000억원이 넘는 금액을 주고 사야함에도 반도체 생산 기업들은 한 대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줄을 서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로서는 파운드리 시장 세계 1위를 쥐고 있는 TSMC와의 격차를 좁히고 우위에 오르기 위해 EUV 확보가 어느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TSMC는 EUV 노광장비를 현재 100대 이상 운용 중인데 비해 삼성전자는 지난해 기준 총 15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덜란드 총리와 ASML을 연이어 만난 이 부회장의 이번 유럽 일정은 EUV 장비를 한대라도 더 확보하겠단 절실함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출장을 통해 이 부회장이 EUV 장비 확보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EUV 장비를 10대 추가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연구개발 및 투자 확대, ASML과의 기술 협력 강화 등을 통해 EUV를 비롯한 차세대 반도체 생산 기술을 고도화시켜 파운드리 분야의 경쟁력을 키우고 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초격차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편은지 기자 / silver@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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