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IPO ‘불발’…어피너티와 질긴 악연 이어간다

시간 입력 2022-07-08 17:39:21 시간 수정 2022-07-08 18: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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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 교보생명 상장 부적격 판정
어피너티와의 풋옵션 분쟁이 발목

교보생명 광화문 사옥.<사진 제공=교보생명>
교보생명 광화문 사옥.<사진 제공=교보생명>

교보생명의 숙원이던 기업공개(IPO)가 또다시 무산됐다. 재무적 투자자(FI)인 어피너티컨소시엄과의 분쟁이 발목을 잡았다. 풋옵션 행사 가격을 놓고 벌어진 소송전의 저울대는 교보생명 쪽으로 기우는 모양새였지만, 한국거래소의 심사는 엄정했고 또 결정은 단호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이날 상장공시위원회를 열고 교보생명의 상장이 부적격하다고 판단했다. 거래소에 예비심사를 신청한 지 6개월, 코스피 상장을 공식화한 지 4년 만에 원점으로 돌아간 것이다.

재무적 가치로만 따져 보면 교보생명의 코스피 상장은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삼성화재, 한화생명과 함께 ‘생명보험사 빅3’로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수익 19조7157억원, 당기순이익 5257억원을 거둔 대형 보험사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회사의 2대 주주이자 재무적 투자자인 어피너티컨소시엄과의 분쟁이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어피너티는 지난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로부터 교보생명 지분 24%를 매입했고, 이후 2018년 교보생명 상장이 무산되자 풋옵션을 행사했다. 주당 40만9912원, 총 2조122억원 규모로 풋옵션을 행사하겠다는 어피너티 측 주장에 교보생명이 반발하면서 현재까지 법정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양측의 소송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어피너티가 국제상업회의소(ICC)에 제소한 중재 판정, 또 다른 하나는 풋옵션 가치 평가를 한 안진회계법인과 교보생명과의 법정 공방이다. 어피너티 측은 지난해 ICC의 1차 결정에 불복해 지난 3월 2차 중재를 신청했다. 안진회계법인 관련 소송은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규정에 따르면 상장을 위해서는 회사 경영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소송 등 분쟁 사건이 없어야 한다. 통상 상장 예비심사 신청 후 2개월 내 열리는 심의위원회가 늦게 열린 점도 이 같은 법적 분쟁의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교보생명 측은 그동안 기업공개에 대한 주주 간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됐기에 경영 안정성은 높다고 주장해왔다. 이번 위원회에서도 신창재 회장이 직접 참석해 회사의 경영 안정성과 투명성 등에 대해 적극 소명했다.

신 회장은 위원회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기업 공개는 교보생명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프로젝트이고 생존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어피니티가 교보생명이 IPO를 하는 척 한다고 하는데, 장난스럽게 IPO를 하는 척 하는 회사가 어디있겠느냐”라고 말했다.

그러나 교보생명의 이 같은 소명은 한국거래소의 벽을 넘기엔 다소 부족했다. 위원회는 상장을 위해서는 경영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분쟁이 없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이에 따라 어피너티와의 분쟁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애당초 분쟁의 원인이던 공정시장가치를 기업공개를 통해 확정하겠다는 교보생명의 계획은 틀어졌다. ICC와 국내 재판부의 결정은 모두 어피너티 측의 풋옵션 가격이 적정하지 않다는 뜻으로, 어피너티가 교보생명의 산출가에 응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교보생명은 1, 2대 주주 간 경영 분쟁이 심화한 상황”이라며 “경영이 안정화되기 전까지는 상장 심사를 승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기율 기자 / hkps099@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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