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액보험 없는 NH농협생명, 증시 불황이 ‘호재’ 됐다

시간 입력 2022-07-29 07:00:03 시간 수정 2022-07-28 18: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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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순이익 1965억원…전년比 100%↑
변액보험 취급 無…증시 불황에 보증준비금 걱정 없어

올해 상반기 NH농협생명이 전년 동기보다 두 배나 늘어난 순이익을 거둬들였다. 경쟁사들과 달리 변액보험을 판매하지 않아 증시 불황에 영향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보장성보험으로 상품 포트폴리오를 변환해왔다는 점도 실적 개선에 한몫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생명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96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82억원) 대비 100% 증가했다.

이 같은 증가폭은 NH농협금융지주 계열사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농협생명이 그룹 전체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1%로 비은행 계열사 중 가장 크다.

농협생명의 순익은 앞서 실적을 발표한 금융지주계 생명보험사과 비교해 괄목할만하다. KB금융의 생보사인 푸르덴셜생명 상반기 순익은 157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8.0% 줄었고, KB생명의 경우 347억원 순손실로 적자폭이 확대됐다.

같은 기간 신한금융의 신한라이프와 하나금융의 하나생명은 2775억원, 109억원으로 각각 10.2%, 47.7% 순익이 감소했다.

이들 생보사의 상반기 순익 감소는 주력 상품인 변액보험이 증시 불황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예상보다 수익률이 하락할 경우를 대비해 쌓아두는 변액보험보증준비금이 늘면서 실적이 악화됐다. 같은 이유로 실적 발표를 앞둔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미래에셋생명 등의 실적도 감소할 것으로 시장은 내다보고 있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투자형 상품 관심이 커졌지만, 금융시장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됨에 따라 올해 변액보험 신규 판매가 전년보다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존 계약의 해지가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농협생명은 변액보험을 전혀 취급하지 않는다. 1개 금융사의 특정 보험사 상품 판매 비중을 25% 이하로 제한하는 ‘방카슈랑스 25%’룰에서 제외되는 대신 퇴직연금과 변액보험을 취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농협생명이 단행해온 체질 개선도 수익성 증대에 일조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몇 년간 농협생명은 내년 도입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대비해 주력 상품인 저축성보험을 줄이는 대신 보장성보험 비중을 늘려나가고 있다.

실제로 농협생명의 전체 보유계약에서 보장성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52.7%에서 2019년 55.7%, 2020년 57.9%, 2021년 59.3%로 매년 늘고 있다. 지난해 1분기에는 59.8%로 증가세를 이어갔다.

다만 줄어드는 수입보험료는 농협생명의 고민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회사의 수입보험료는 지난해 상반기 3조1710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2조8208억원으로 11.0% 감소했다. 최근 손해보험사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운전자보험 ‘New삼천만인NH재해보험’을 출시한 점도 수익성 제고 전략의 일환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손보사들의 운전자보험 상품의 평균 손해율은 60%대로 수익성이 상당히 높다”며 “주력 상품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생보사들의 신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기율 기자 / hkps099@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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