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금리역전’…연이은 美 자이언트스텝에 꼬인 한은 보폭

시간 입력 2022-07-28 17:56:21 시간 수정 2022-07-28 18: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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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례 연속 금리인상 기정사실화, 관건은 ‘인상폭’
베이비스텝 가능성 높지만…빅스텝도 열어둬야

미국연방준비제도(Fed)의 연이은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에 따라 국내 기준금리 인상 기조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미 금리가 역전되는 상황이 발생한 데 따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사상 최초의 4회 연속 기준금리 인상 현실화 전망 역시 힘을 싣게 됐다. 

일각에서는 이창용 한은 총재가 지난 13일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추가적인 빅스텝(한 번에 0.50%포인트 이상의 인상) 고려 안한다”고 발언했지만 미 연준 광폭행보에 빅스텝으로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고민에 직면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28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미국 연준은 2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린 2.25~2.50%로 결정했다.지난달 한 차례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한 데 이은 연속적인 조치다.

미국이 두 달 새 1.5%포인트를 올린 것은 지난 1980년도 11월과 12월에 두 차례 연속으로 총 5%포인트를 올린 이후 약 41년 만에 가장 큰 폭이다. 이미 지난달의 자이언트스텝 역시 1994년 이후 28년 만에 단행했을 정도로 이례적인 행보였다.

이에 따라 미국 기준금리는 상단(上段) 기준으로 한국 기준금리(2.25%)를 0.25%포인트 앞서게 됐다. 한미간 기준금리가 역전된 것은 지난 2020년 2월 이후 약 2년 반 만이다.

금융권에서는 다음달 25일 한은 금통위에서 결정될 국내 기준금리의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연내 기준금리가 2.75%~3.00% 수준으로 시사된 상황 속 4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은 이미 당연한 수순이 됐지만, 금번 인상폭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금융투자업계를 비롯한 경제‧금융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8월 회의에서 빅스텝(0.5%포인트 인상)과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 중 어떻게 결정될지 전망마저 갈리고 있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으로 국내 투자자금이 국외로 유출될 가능성이 큰 만큼 빅스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 금투업계 관계자는 “한미 기준금리 역전으로 인한 외화유출 등의 우려와 수출‧수입물가 악영향 등의 명분을 들며 한은이 빅스텝을 단행할 수도 있다고 본다”면서 “7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이 4.7%로 역대 최고 수준까지 오른 상황에서 물가안정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긴축 기조가 필요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대다수 전문가들은 금통위가 연이은 ‘빅스텝’을 단행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은 이미 예상했던 시나리오인 데다가 경기 침체 우려와 가계부채 부실화 속도가 더욱 가팔라지는 등의 부작용을 감안하면 큰 폭의 기준금리 인상을 또 다시 결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시각에서다.

특히 새롭게 금통위원으로 합류하게 된 신성환 홍익대 교수가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적 인물로 평가되는 만큼 ‘빅스텝’ 추진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시장의 예측이다.

신 교수는 지난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섰을 당시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냈던 데다가 윤석열 대통령 인수위원회 경제분과 위원 활동 당시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 방안을 마련하는 등 시장 친화적인 모습을 보였던 점 등을 이유로 비둘기파 성향으로 분류된다.

통화 방향 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이창용 한은 총재 역시 추가적인 빅스텝 가능성에 대해서는 닫아둔 상태다. 앞서 이 총재는 지난 13일 열린 금통위에서 빅스텝을 시행한 이후 앞으로의 금리인상 폭을 0.25%포인트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서영경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역시 지난 27일 ‘한은금요강좌’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 금리인상폭과 8월 한은의 수정 경제전망 등이 변수가 될 수는 있지만 현재까지는 0.25%포인트 인상하는 수준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오전 서울 은행회관에서 FOMC 결과에 따른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개최하고 비상대응체계를 토대로 대내외 리스크요인을 철저히 모니터링하며 필요시 부문별 컨틴전시 플랜에 따라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번 미국 연준의 결정은 대체로 시장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도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정부와 한국은행 등 관계기관은 상시적으로 우리 경제 전반의 건전성을 점검·강화하고 글로벌 리스크요인에 대한 선제적 대응 역량을 확충하겠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유수정 기자 / crysta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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