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외쳤던 한화생명, 김동원의 ‘라이프엠디’ 축소 수순

시간 입력 2022-09-19 07:00:01 시간 수정 2022-09-16 17:4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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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일부터 디지털 보험설계사 지원 감축
제판분리 전략 일환일 뿐…GA로 순차적 이동 유도

한화생명이 디지털 혁신을 외치며 업계 최초로 구축했던 디지털 보험설계사 채널을 론칭 2년 만에 대폭 축소한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인 김동원 부사장의 야심작이었지만 현실 영업환경의 벽에 부딪히며 ‘시대를 앞서갔다’는 평가만 새긴 형국이다.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이 2020년 10월부터 운영 중인 디지털 보험설계사 채널인 ‘라이프 엠디’가 다음달 1일부로 사업을 대폭 축소할 방침이다.

‘라이프 엠디(LIFE MD)’는 비대면으로 모든 교육과 계약체결 등 영업활동을 지원하는 업계 최초의 디지털 보험설계사 채널이다.

‘Make New Frames(새로운 판을 준비하자)’이라는 슬로건을 앞세우며 디지털경영을 추진 중이었던 한화생명이 디지털 환경에 선제 대응하는 채널을 구축하고 판매채널의 다각화를 추진하는 차원에서 구축했다. 자격 취득 과정을 통과하면 프리랜서 성격(N잡)의 보험설계사 자격으로 영업에 나설 수 있다.

세부적으로 소속 설계사에 대한 지원을 줄인다. 대표적으로 정규 모집수수료 지급 외 판매 촉진을 위해 진행하던 신계약 프로모션을 없앤다.

아울러 라이프 엠디 전용 모바일 영업 플랫폼이었던 ‘라이프 프로’ 애플리케이션(앱) 내에서 △로그인 △게시글 작성 △영상시청 △댓글 작성 등 다양한 활동에 따라 지급하던 포인트 제도도 종료한다.

포인트 제도는 설계사의 활발한 활동을 독려하기 위해 운영하던 혜택으로 적립된 포인트 누적액에 따라 매달 기프티콘을 발송하는 제도였다.

내부 운영 인력 역시 대폭 줄인다. 라이프 엠디 측은 지난 15일 내부 소통 채널을 통해 소속 설계사들에게 향후에는 보험 상품 관련 문의나 영업 활동을 위한 지원 등이 기존에 비해 많이 지연되는 등 어려움이 예상될 것이라고 공지했다.

그간 김동원 한화생명 최고디지털책임자(CDSO) 부사장의 1호 사업으로 손꼽히며 미래 경쟁력 강화 및 혁신을 위한 차원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것과 상반되는 행보다.

특히 지난해 7월 김 부사장이 진두지휘했던 ‘긱 이코노미(Gig Economy, 초단기 근로)’ 플랫폼 사업을 계열사인 한화시스템에 양도하면서도 ‘라이프 엠디’의 활성화 전략은 강조했던 터라 아쉬움이 크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한화생명이 ‘라이프 엠디’ 채널을 축소하는 배경에는 지출 비용 대비 창출 성과가 낮았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정착 지원금 차원의 성격으로 수십만원의 합격 지원금을 내건 까닭에 지난 2020년 10월 론칭한 이후 매달 300여명의 설계사가 신규 위촉되며 6개월만에 1700여명 수준의 설계사 보유 채널로 급부상했지만 실제 영업 활동에 나선 설계사는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위촉 축하금만 획득한 뒤 해촉하는 ‘체리 피킹’ 성격의 설계사도 다수 존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상반기 한화생명의 전속 설계사 수는 2581명이었지만 올 상반기에는 2155명으로 16.5% 감소했다.

한화생명이 라이프 엠디 외 전속 설계사 채널도 운영 중인 만큼 해당 성과가 모두 라이프 엠디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유사하다는 게 업계 평가다.

여기에 지난해 7월부터 보험 설계사(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고용·산재보험 가입이 의무화된 데 따라 비용 부담까지 늘었다. 현재 한화생명은 설계사 위촉 시기에 따라 일정 기간 동안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을 회사 측에서 지원하고 있다.

한화생명 측은 디지털 설계사 채널 자체를 없애는 것이 아닌 자사의 제판분리(보험상품 제작과 판매를 분리) 전략에 따른 경영 효율화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자회사형 GA(법인보험대리점)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지난달 디지털 전용 채널인 ‘디지털 FP’를 신규 오픈한 뒤 10만원의 축하 지원금을 내걸고 설계사를 영입하고 있다.

‘라이프 엠디’ 측 역시 다수의 손해보험사 상품 취급이 가능하다는 강점 홍보와 함께 신계약 잔여 수수료 및 계약 이관 조건 등을 제시하며 전속 설계사들에게 ‘디지털 FP’로의 이직을 권유하고 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지난해 4월 제판분리를 단행한 데 따라 순차적으로 설계사 이동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며 “한화생명은 설계사 채널 운영을 통한 보험 영업이 아닌 상품 설계에 보다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유수정 기자 / crysta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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