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高 수렁 속 한국경제](상) 한·미 기준금리 재역전…금융조달 괜찮나

시간 입력 2022-09-22 17:43:19 시간 수정 2022-09-22 17:4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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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준, 기준금리 0.75% 인상…지난 6월 이후 세 차례 연속
금리 역전에 강달러 지속될 듯…금융사 조달금리 상승도
금융당국 “국내 금융사 건전성 양호…리스크 관리 방안 차질 없이 추진”

미국 연방준비제도국(FED)가 이례적으로 세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했다. 이번 연준의 결정으로 한국은행의 빅스텝 가능성까지 커지면서, 이미 지금조달 환경 악화에 직면한 국내 금융사의 부담이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조달비용 상승과 더불어 치솟는 환율에 대한 고민도 나온다. 투자자금이 국외로 빠져나가면서 금리를 자극하는 촉매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국내 금융사들은 3高(고물가·고환율·고금리) 현상에 따른 경제침체를 염려하는 상황이다. 조달비용 상승과 더불어 여신부문에서 회수 불가능 채권이 늘어나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연준의 세 번째 자이언트 스텝…한은 ‘빅스텝’ 가능성도 커져

미 연준은 2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 올려 연방 기금금리 목표치를 연 3.0%~3.25%로 인상했다. 지난 6월 28년 만에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이후 세 차례 연속 인상이다.

연준은 성명을 통해 “팬데믹 관련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 높아진 음식료와 에너지 가격, 더 광범위한 가격 압박 등으로 인플레이션은 높은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및 그와 관련된 사건들은 인플레이션에 추가적인 상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금리 인상 배경을 전했다.

미 연준은 추가적인 금리 인상도 시사했다. FOMC 위원들의 금리 인상 전망을 보여주는 지표인 점도표(dot plot)는 올해 말 금리 수준을 4.4%로 전망했다. 내년 말 금리 전망치는 4.6%로 6월(3.8%)보다 0.8%포인트 상향됐다.

미 연준이 자이언트 스탭 행보를 이어가면서 미국의 기준금리는 한국을 다시 넘어서게 됐다. 이에 따라 고환율 상황이 지속되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폭도 기존 예상치보다 큰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이 될 것으로 금융권은 내다보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22일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의 전제 조건이 많이 바뀌었다”며 “전제 조건 변화가 성장 흐름, 외환시장 등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해 인상폭과 시기 등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내외적으로 기준금리 인상 전망이 이어지는 가운데 금융사의 자금조달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강(强)달러에 커지는 예금유출 우려…조달금리 상승도 이어져

우선 은행권의 경우 달러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외화예금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한국은행이 20일 발표한 ‘2022년 8월중 거주자 외화예금 동향’에 의하면 8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외화예금 잔액은 791억3000만 달러로 전월 말보다 24억6000만 달러 감소했다.

8월 중 국내은행의 외화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은 124.2%로 규제비율인 80%를 40%포인트 웃도는 수준이지만, 강달러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은행권은 입을 모은다.

김영주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대내외 불안 요인이 단기간 내 해소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언제든지 외화유동성 대응이 가능하도록 외화조달과 운용구조를 안정적으로 구축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 수장들이 22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주현 금융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카드업계의 경우 치솟는 금리로 자금조달에 비상이 걸렸다. 이들 회사의 주요 자금조달 창구인 여신전문금융채권(여전채)는 제로금리 시대가 저문 올해 들어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다.

올해 초 2%대였던 여전채 AA+ 3년물 금리는 지난 5월 3%대, 6월 4%대에 진입한 이후 지난 20일 5.060%를 기록하며 5%대로 올라섰다. 이는 12년 만에 최고치다. 이번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에 더해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이 남아있는 만큼, 여전채 금리는 한동안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저축은행 역시 조달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마찬가지다. 통상 저축은행들은 고금리 수신 상품을 내세워 고객을 유치해왔다.

그러나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중은행의 예·적금 금리도 급격히 상승하면서 양측의 금리차는 상당히 좁혀진 상황이다. 또 저축은행의 주 고객층이 중·저신용자라는 점에서 시중은행처럼 무턱대고 대출을 늘리기도 어려워 금리 인상에 따른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감원, 시장 변동성 ‘예의주시’…단계별 대응방안 마련도

금융당국은 이번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으나 국내 금융사의 외화유동성, 건전성 등은 양호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원·달러 환율이 상당히 높지만, CDS프리미엄 등 다른 지표는 큰 변동 없이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한미 정책금리가 역전된 과거 유사 사례와 최근 외국인 보유채권 듀레이션(4.3년), 국가신용등급(AA) 대비 높은 금리 등을 감안하면 급격한 자금유출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원화의 가치가 아시아 신흥국 통화 가운데 가장 많이 하락하며 달러 대비 15% 넘게 떨어진 상황인 만큼 좀 더 적극적인 대처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통화 스와프 체결이 극에 달한 3高 현상을 완화할 가장 주요한 수단으로 거론된다. 우리나라의 타국간 통화 스와프 규모는 1168억 달러 수준인 것이 지난해 12월 한미간 600억 달러 협정이 종료되며 절반 가까이 줄었다.  

당장 내년초 종료를 앞둔 스와프도 인도네시아(3월, 100억달러), 호주(2월, 81억달러), 말레이시아(2월, 47억달러) 등 230억 달러에 달하는 만큼 스와프 연장에 외교력을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 지난 2020년 3월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 다음날인 20일 원화-달러 환율이 30원 이상 하락하고,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도 각각 전날 대비 108.51포인트(+7.44%), 39.40포인트(+9.20%)가 급등한 사례가 있는 만큼 금융 안정화를 위해 정책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요구다.  

아울러 한은 금통위가 자이언트스텝에 준하는 금리인상으로 원화가치를 지킬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당국은 현재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예상보다 커질 가능성에 대비해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또 외화증권 대차거래를 활용한 외화유동성 관리, 제2금융권 유동성 및 건전성 관리 강화 등 앞서 마련한 시장안정 및 리스크관리 방안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최근 금리·환율 등 상황을 반영해 스트레스테스트 시나리오를 재점검하고, 이상 징후 발생에 대비한 실효성 있는 단계별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며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른 적시 대응을 위해 관계 기관과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기율 기자 / hkps099@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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