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콜옵션 미행사, 보험사 금리인상 공포 본격화
조기상환 연기 여파 금융권 전반 확산 가능성도 무게

‘레고랜드 사태’와 미국의 연이은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으로 인한 금융불안정 여파가 본격화 된 분위기다.
최근 흥국생명에 이어 DB생명까지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권(콜옵션) 행사를 연기한 현상이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 상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화생명과 KDB생명은 각각 내년 4월 23일과 5월 21일에 지난 2018년 발행한 외화 신종자본증권의 조기 상환을 앞두고 있다. 규모는 각각 10억 달러와 2억 달러다.
그간 금융권에서는 통상적으로 첫 콜옵션 행사일에 조기상환을 단행해왔던 만큼 이들 보험사들 역시 문제없이 콜을 이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최근 아시아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가중은 물론 글로벌 채권시장의 거래 위축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 향후 상황을 속단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이는 앞서 지난 1일 흥국생명이 오는 9일로 예정된 5억 달러 규모의 외화 영구채 조기상환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공시한 여파에 따른 전망이다.
그간 우리나라 금융사가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은 첫 콜 일자를 예상만기로 간주했다. 이에 발행사들은 시장 관행에 따라 이자비용을 손해 보더라도 콜옵션을 이행해왔다.
국내 기업의 콜옵션 미행사는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 2009년 우리은행이 후순위채를 조기상환하지 않았던 사례 이후 13년 만이자 국내에서 두 번째 사례다.
금융당국 측은 흥국생명의 채무불이행은 문제되지 않는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흥국생명이 콜옵션을 미행사 한 신종자본증권의 경우 발행 만기 30년에 따라 최종 만기일이 2047년 11월 9일이며, 발행사의 조기 및 만기 상환에 대한 법적인 의무는 없다.
콜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해서 계약자에 대한 보험금 지급 문제나 부도가 발생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레고랜드 사태’로 유동성이 막힌 상황에서 해외 채권 시장이 국내 기업에 등을 돌릴 경우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이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
업계에서는 흥국생명이 콜옵션을 연기한 배경을 두고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는 현 상황에서는 높은 금리의 신규 영구채를 발행하는 것보다 가산금리를 적용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조기상환권 미행사에 따른 영향과 조기상환을 위한 자금상황 및 해외채권 차환 발행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채권발행 당시의 당사자 간 약정대로 조건을 협의·조정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판단한 것”으로 봤다.
흥국생명의 조기상환 미진행에 따라 가산금리 적용 조건인 ‘스텝업(step up)’ 조항을 적용한 향후 금리는 기존 4.475%에서 미국채 5년에 2.472%를 가산한 6.75%수준으로 변경된다. 변경된 금리는 5년간 적용된다.
금융권은 흥국생명의 콜옵션 연기 여파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우려를 염려하고 있다.
흥국생명 측은 6개월 뒤로 예정된 다음 콜옵션 도래일에 조기상환을 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향후 금융상황에 따라 시기가 연장될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경우 불확실성이 더욱 커져 국내 금융사의 신종자본증권 및 후순위채에 대한 투자자 경계감이 높아질 것으로 점쳐진다는 게 금융투자업계 시각이다.
여기에 외화 발행건은 아니지만 DB생명 역시 오는 13일로 예정됐던 3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행사일을 내년 5월로 연기했다는 점 역시 위기감을 더한다.
앞서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 2009년 콜 미행사 이후 투자자들의 우려가 확산되자 다음 상환일에 조기상환했다.
유승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 사례는 금융시장이 경색돼 차환발행이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면 조기상환이 어렵다는 점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며 “암묵적인 조기상환 책임에 대한 금기가 깨진 만큼 당분간 투자 심리는 악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대호 KB증권 연구원 역시 “최근 레고랜드 이슈로 지자체 보강 크레딧 채권에 대한 신뢰 훼손이 있던 가운데 실질적인 경제 만기가 콜 데이트(call date, 최초 조기상환일)로 인식되던 후순위·신종자본증권에 대한 만기연장 리스크 프리미엄을 실질적으로 반영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 자본비율이 감독 규제 수준에 미흡한 경우 투자자 모집 자체도 어려워지는 환경이 나타날 것으로 판단한다”고 내다봤다.
[CEO스코어데일리 / 유수정 기자 / crysta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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